우리들의 플레이리스트 주니어김영사 청소년문학 18
윤혜은 지음 / 주니어김영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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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플레이리스트

 

소녀들이 미소를 띤 채 버스 정류장에 앉아 있는 청량함이 가득한 책 표지를 보자마자 읽고 싶어졌다. 여고생들의 풋사랑 이야기가 숨어있을까? 친구들 사이의 우정을 그리고 있을까? 궁금하다.

 



작가 소개

 


이 책의 작가 윤혜은은 노래를 사랑하는 작가로 벌써 3편의 에세이를 썼고, 동료작가와 서점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내용 소개

 

우리들의 플레이리스트라는 제목에 맞게 한 장의 앨범처럼 이야기를 엮어가고 있다.

 

차례(PLAYLIST)티저, 인트로, 트랙1, 트랙2, 트랙3, 트랙4, 듀엣, 트랙5, 인터루드 타임, 스페셜 트랙, 트랙6, 히든 트랙, 트랙7, 아우트로 로 구성하고 있다.

 

나래와 이나는 소위 말하는 단짝 친구다. 이나는 노래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밴드부가 있는 정인고에 가기로 결정했고, 나래는 같은 학교 아이들이 대부분 가고 집과 가까운 백아고를 두고 이나를 쫓아 정인고로 진학했다. 둘은 고1때 다행히 같은 반이 되었고 아이들에게 유이나래로 불릴 정도로 단짝이 되었다.

 

2가 되고 둘은 서로 다른 반이 되었고, 교실 위치도 구름다리로 연결된 두 개의 건물에 나누어지게 되었다. 명확한 꿈을 쫓아 살아가고 있는 이나와 달리 나래는 아직 꿈이 없다. 그런데 벌써 고2가 되었다는 사실에 쫓기는 마음이 든다.



 

엄마는 뭐든 나래에게 맡기는 편이었고

그래서 나래는 오히려 길을 잃은 기분이 들곤 했다


한낮을 맘껏 게으르게 뒹굴다 문득 정신을 차려 보면 

그냥 텅빈 하루를 보낸 것 같았다


스스로 내버려진 느낌

내 뜻대로 흘러가지만 내것은 아닌 듯한 하루

 

자신이 어디로 가는 지 모른채 표류하는 돛단배 같을 때, 목적지를 갖고 싶은 마음이 무엇인지 알기에 이런 나래의 마음이 잘 와닿았다.

 

이 책은 대단한 서사가 있다거나 사건 중심으로 빠르게 흘러간다기 보다는 꿈을 쫓아 가던 소녀와 꿈이 없어서 꿈을 찾던 소녀의 꿈을 향한 여정과 우정, 그리고 나래와 이나, 모든 일을 척척 잘 해내는 유림, 책을 사랑하는 소영까지 소녀들의 일상을 쫓아가면서 그들의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잔잔하지만 오히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중고등학생들이 읽는다면 주인공들의 감정에 얼마만큼 공감할 지도 궁금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뭘까?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싶을까? 이런 고민은 청소년들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나도 내가 고등학생일 때는 대학의 전공을 결정하면 이후로는 컨베이어밸트에 올라탄 것 마냥 이후 선택의 고민이 덜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전혀 아니었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 또 다시 진로를 정하기 위해 큰 결정을 내려야 했고, 그 결정이 성공적인 결론을 가져와서 이제는 정말 더는 진로에 대한 큰 고민이 없을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마흔 중반인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제는 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선택에 있어 많은 고민을 하지 않으려면 한번의 성공적인 선택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무엇을 하기를 원하는지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확정적인 것은 없다. 내가 선택한 것도 선택당시와 선택한 이후 달라질 수도 있고, 무엇보다 도 늘 고정적인 것은 아니다.

 

나래는 이나가 좋아서 이나와 함께 노래하고 싶어서 노래를 시작했지만, 노래를 하면서 점점 노래하는 자신을 꿈꾸기 시작한다.


 

어른들은 콧웃음을 칠 소리지만

나래는 노래를 시작하면서 이제야 인생이 손에 좀 잡히는 것 같았다


주먹을 쥐면 곧장 가려질 아주 작은 크기이기는 해도

주무르는 대로 모양이 변하는 지점토 같은 덩어리처럼 어떤 형태가 주는 만족감이 있었다.

 

나래가 꿈을 찾아 가는 여정이 확실한 목표나 확고한 바램으로부터 출발하지 않아서 좋았다. 그런 사람도 있지만 정말 극소수일텐데, 내가 뭘 원하는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확실한 마음으로 시작하는 사람을 보면 그저 부럽기만 하다. 그리고 시작이라는 것은 그렇게 확실할 때나 할 수 있는 것 같아서 희미한 상태에서는 한 발짝도 옴짝 달싹 하지 못하고 멈춰있기도 한다.

 

우리 아이들도 그럴지도 모른다. 아니 아이들을 바라보는 나도 그럴 때가 있다.

 

곤충에 대해 아는 것도 많고, 책도 많이 보고, 체험활동도 다양하게 해서 곤충을 잘 다루고 좋아하는 둘째 아이 친구가 있다. 내가 봐도 파브르처럼 곤충학자가 되겠구나 싶다. 이제 고작 8살인데 저렇게 명확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있다니 부러웠다. 그에 반해 온갖 것을 다 해보고 싶어하지만 막상 아주 많이 원하는 것은 아닌 둘째 아이를 보면 괜히 비교되면서 나부터 조바심이 들기도 한다. 고작 1학년인데 말이다.

 

아마 능력보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부러웠나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그런 내가 부끄러웠다.

 

시작을 할 때 난 이걸 좋아해서 이걸 하고 싶어!! 라는 마음으로 시작할 필요는 없는데, 그냥 작은 콩알만한 관심이 생겨서 한 번 해보고 또 다른 것에 관심이 생기면 그것도 해보고 그러면서 콩알만한 관심이 야구공만큼 커진다면 조금 더 해보고, 좁쌀처럼 줄어들어 하고 싶지 않다면 안해도 된다. 또 다른 콩알처럼 작은 관심사로 눈을 돌리면 되니까. 이렇게 미약하게 그냥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도 충분히 시작할 수 있는데, 나조차 너무 확실한 마음을 아이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되었다.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아이의 긴 여정을 응원하는 부모가 되고 싶다. 불안해하지 말고.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그렇게 대해주고 싶다. 마흔 중반이지만, 아직도 꿈을 찾는 여정은 계속되고 있지만, 조바심 내지 않아도 된다고, 하다가 안되면 또 다른 것을 하면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가끔은 확정된 마음도 아닌데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하기에 기회비용이 너무 큰게 아닐까 싶어 시도도 못하는 것들이 있기도 한데, 지금보다 조금 더 용기내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해본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젊은 시절 이런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야 하는 것 같다. 그땐 조금 돌아가도 지금 나이에 돌이켜보면 큰 차이도 없다. 오히려 이런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 때 충분히 겪지 못한채 나처럼 마흔 중반이 되면 어떤 결정도 선뜻하기 어려운 멈춰있는 삶을 살게 될 지도 모른다. 우리 아이들에게 젊을 때 꿈을 쫓는 여정을 포기하지 말라고 격려하고 용기를 주는 엄마가 되어야지 다짐해본다.

 

청소년들과 그들의 부모님들 모두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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