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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되어 줄게 ㅣ 문학동네 청소년 72
조남주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6월
평점 :

네가 되어 줄게/ 조남주/ 문학동네
<네가 되어 줄게>는 「82년생 김지영」으로 유명한 조남주 작가가 쓴 청소년 문학소설이다. 최근 청소년 문학작품을 종종 읽고 있는데, 이렇게 아는 작가의 청소년 문학작품이 보이니 눈과 손이 향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간단하게는 타임슬립을 하는 모녀의 이야기다. 보통 타임슬립을 소재로 하는 경우 주인공 한 명만 과거나 미래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는 1993년도 중학교 1학년 최수일인 엄마와 2023년도 중학교 1학년인 딸 강윤슬이 어느 날 바뀌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중1 딸이 과거로 시간 여행을 가 중1이었던 윤슬이는 엄마의 몸 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동시에 현재의 윤슬이 몸에는 현재의 엄마가 들어가게 된다. 윤슬이 입장에서는 과거로 갔으니 타임슬립이 맞지만, 엄마 입장에서는 시간적 이동없이 2023년 현재에 그저 내 몸에서 딸의 몸으로 영혼만 이동한 것이다.
서로의 영혼이 바뀌는 내용이 서두에서 바로 나와서 나와서 서로 상대방이 되어봄으로써 딸와 엄마가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겠거니 생각이 들면서도 ‘왜 <네가 되어 줄게>지? 자신이 원해서 바뀐게 아닌데... 네가 되어 줄게 라는건 스스로 너가 되어 준다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2023년 중1인 딸 윤슬이와 1993년 중1이었던 엄마 수일이는 참 다른 사람이었다. 그런데 내가 인상적이었던건 각자 다른 기질과 성격만을 드러내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하지 않고, 1993년도의 중학교 모습, 그 당시 사회모습과 2023년도의 중학교 모습, 사회모습을 잘 포착하여, 엄마와 딸이 각자 자기가 속한 사회에서 당연시 되는 것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자라는 과정에서 저절로 형성된 습관이나 사고방식의 차이도 있다는 점는 것들도 담고 있다는 점이다.


1993년 중1 엄마 최수일의 몸으로 들어간 2010년생 딸 윤슬이는 학교에서 당연하게 이루어지는 체벌 상황을 보고 적잖히 놀란다. 또 집에서는 하루에 한 장의 수건만 쓸 수 있다는 규칙이 있고, 화장실엔 세면대도 없고 욕조도 샤워부스도 없다.
하루 한 장의 수건만 사용하면서 고무대야에 물을 받아 놓고 그 물을 세숫대야에 한 바가지씩 떠서 세수를 하면서 자란 엄마였기에 뜨거운 물을 아낌없이 사용하면서 샤워를 하고 하루에 수건도 서너장 쓰는 딸 윤슬이에게 따뜻한 물, 수건, 샴푸와 린스를 아껴쓰라고 잔소리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엄마가 살았던 중1을 겪으면서 엄마가 자신에게 한 말들이 떠오르면서 왜 그런말을 했는지 아니 할 수밖에 없는지 윤슬이는 점점 깨달아간다.
학교에서 체벌이 이루어지는 이야기에서 나도 내 중학교 시절을 떠올렸다. 정말 그랬다! 꼬집는 선생님도 있었고, 손바닥을 때리는 선생님도 계셨다. 또 벌로 원산폭격 자세를 취하게 하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 내가 다닌 여중에서 직접 겪은 것은 아니지만 당시 남중, 남고에서는 강제로 머리를 바리깡으로 미는 경우도 있다는 소문이 있었고, 대학에서 만난 남자 동기들이나 선배들도 자신의 학교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야만의 시대를 살았다. 체벌도 미리 공지하고 벌칙으로 손바닥을 때리는 정도가 아니라 발로 차고 책으로 머리를 때리고 손바닥으로 머리와 등을 사정없이 때리는 경우도 많았다.
소위 날라리인 같은 반 아이가 선생님께 사정없이 맞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소문에는 그 아이가 팔에 담배빵 자국이 있어서 그 일로 그렇게 맞았다는 것이다. 담배를 피고 스스로 자신의 손목에 상처를 낸 행위가 잘못한 것은 맞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니고 어쩌면 자기 자신을 함부로 대한 것일 뿐인데, 그렇게 심하게 맞아야 했을까? 그렇게 때린다고 그 아이가 자기 잘못을 알기나 할까? 교육의 관점에서 이루어진 체벌이 그 당시에 과연 얼마나 있었을까?

미래에서 온 윤슬이는 당찬 아이라 과거의 엄마 몸을 가지고도 잘 적응해가며 또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생활한다. 반면 어느 날 갑자기 딸의 몸에 들어가게 된 엄마 수일은 딸의 학교 생활, 친구들과의 관계를 경험하면서 딸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된다. 그리고 원래 윤슬이가 학교 축제에 커버댄스로 참가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고, 윤슬이가 기대하고 준비해 오던 일을 망칠 수 없다는 생각에 춤연습을 시작한다.
한 번도 춤을 춰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마흔이 넘은 나이에 아이돌 커버 댄스에 도전한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엄마 수일은 처음에는 딸을 위해서 딸의 삶을 망칠 수 없으니까 연습을 시작했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재밌다. 그리고 작은 실수에도 스스로를 크게 자책하던 수일은 윤슬로 살면서 점점 실수해도 괜찮다는 것을 배워나간다.
둘은 결국 제자리로 돌아올까? 엄마 수일은 딸 윤슬이의 몸으로 학교 축제에서 아이돌 커버댄스를 잘 췄을까? 언제나 할 말 다 해야 하는 윤슬이는 억압이 당연시되는 엄마 수일의 중학교 시절에서 어떻게 생활할까? 꾹꾹 참기만 할까?

30년의 세월 동안 무엇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엄마세대와 딸세대는 다른 사고방식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많이 느끼게 해준 책이다. 요즘 사춘기의 정점인 중학생들은 부모와 대화를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이게 비단 사춘기라는 ‘호르몬’의 영향만은 아닌 것 같다. 서로 다른 시대에서 성장하였고 성장하고 있기에 사고방식의 차이가 크다. 그래서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필연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그래서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와 그 부모가 이 책을 함께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이 책 이 담고 있는 예전과 지금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엄마인 나의 학창시절과 아이의 지금의 학교 모습을 서로 이야기하다 보면 서로 이해할 수 없었던 서로의 모습이나 사고방식이 이해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시대상에서는 도저히 이해안되는 사고방식이라고 하더라도 엄마가 성장한 그 시절 시대상에선는 그런 사고방식이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밖에 없겠구나를 알게 되면 아이도 엄마를 그저 잔소리꾼으로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요즘 학교 모습을 알게 된다면 왜 내 눈에는 쓸데없어 보이는 일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예전에는 없던 어려움들을 아이가 겪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이해가 서로에게 있다면 아무리 호르몬이 감정을 들었다 놨다 하더라도 부모와 자녀의 소통이 단절되지는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