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샛별야학
최하나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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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샛별야학/ 최하나 장편소설/ 나무옆의자

 

겉표지의 그림이 주는 따스함과 제목이 주는 따스함 때문에 이 책을 읽고 싶어졌다.

 

이 책의 작가는 최하나 작가로, 장편소설 강남에 집을 샀어, 에세이 직장 그만두지 않고 작가되기 등을 쓴 분이다.

 







내용은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여러 사정으로 공부를 하지 못한 분들이 할머니가 된 나이에 다시 야학에서 공부를 하면서 겪는 여러 일들을 담고 있다.

 

야학이라는 단어 자체를 얼마나 오랜만에 들어본건지 모르겠다. 40대 중반의 나이인 내가 20여년 전에 대학을 다닐때도 야학이 드물었다. 선배 중 한 명이 야학에서 교사로 봉사를 하고 있다고 했었는데, 야학에서 공부하려는 분들이 계속 줄어든다고 했었던 것 같다. 그 선배 이후에 한 번도 야학에서 공부를 배우는 분도, 배웠다는 분도, 교사로 봉사를 했다는 분도, 어디에 야학이 있다는 것도 전혀 들어보지 못했다.

 

그렇게 야학이라는 단어 자체가 내 머릿속에서 사라졌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책장을 펴면서 과거의 어느 시점! 따뜻하고 정겨운 시점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이 책을 통해 따스함, 정겨움의 감정을 마음껏 느껴보고 싶은 기대가 있었던 것 같다.

 

68세 김행자 할머니는 찢어지게 가난한 집 5남매 중 맏이로 태어나 돈 때문에 초등학교도 도망치듯 그만두고 안해 본 일 없이 살다가 20살에 결혼을 하고 장사를 하며 열심히 살았다. 할머니라고 불리는 나이가 되었고 먹고 살 걱정도 없지만 김행자 할머니 마음 속에는 죽기 전에 꼭 졸업장을 따고 싶다는 소원이 있었고, 우연히 샛별야학 신입생 모집 전단지를 보고 샛별 야학에 입학하게 된다.

 


야학 입학 첫날! 첫 수업! 새로 온 젊은 여자 선생님인 정승지가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자기소개를 요청하고 할머니들은 자기소개를 시작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내 예상과 달리 이야기는 따뜻하고 정겨운 야학, 배우지 못한 한을 풀러 온 분들의 열정과 봉사로 가르쳐주시는 선생님들의 사랑 같은 것보다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행동과 말을 내뱉는 할머니들, 그 사이에서 착한 주인공 김행자 할머니의 모습이 대비되면서 전개된다.

 

그저 할머니들, 어린 시절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해 못 배운 한이 있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내가 공감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을 것 같았다. 그저 제3자의 시선에서 그렇구나 그 옛날에는 그랬구나~ 못배운 한이란게 그런거구나! 정말 남의 일을 구경하는 구경꾼 이상으로 공감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묘하게 꼬장부리고, 자기 잘난 맛에 살며 생각없이 말하기도 하고, 그 한편에 못 배운 자격지심이 늘 있어서 슬쩍 닿기만해도 발끈하게 되는 모습들을 보면서, 나에게 있어 못배운 한은 뭘까? 문득 생각하게 되었다.


시대가 다르고 환경이 달라, 진짜 못배운 한은 없지만, 나에게도 하고 싶었지만 못해서 남은 자격지심으로 남은, 아직도 생살이 드러나 있어 어딘가에 닿기만 해도 아픈 부분은 뭘까? 문득 이런 생각들이 들었다.

 

나도 그런 부분이 누군가에 의해 터치되기만 해도 저렇게 발끈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차라리 아프다고 이야기하면 되는데 아프지 않은 척하며 다른 시비를 거는건 아닐까?

 


이야기는 김행자 할머니의 졸업으로 마무리된다.

스토리는 술술 읽힌다. 할머니들이 어찌나 투닥거리시는지 지루할 틈이 없다. 또 소소한 사건들도 펼쳐져서 이야기 자체도 재밌다. 무엇보다 참 자극적이지 않다. 감정적으로 격해지지 않는다. 그 만큼 내 현실과는 달라서 나도 모르게 일정 간격을 두고 바라봐서일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래서 힐링되는 포인트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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