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자마자 원리와 공식이 보이는 수학 기호 사전
구로기 데쓰노리 지음, 김소영 옮김, 신인선 감수 / 보누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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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자마자 원리와 공식이 보이는 수학 기호 사전

 

제목이 매우 흥미롭다.

수학공식이라는 단어는 으레 이해하기 어렵다와 동의어마냥 인식되는게 일반적인데,

읽자마자 원리와 공식이 보인다고? 읽자마자? 바로??

 

도대체 얼마나 잘 설명하길래 읽자마자 원리와 공식이 보인다고 과감히 제목에서 말하는지 궁금해서 선택한 책이다.

 


먼저 이 책의 저자는 구로기 데쓰노리라는 이학 박사이자 후쿠이대학 명예교수이다. 이 분은 여러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을 감수하신 신인선 선생님은 현직 교사로 고려대학교 사범대 수학교육과를 졸업한 후 수학교사로 일하면서 이야기로 풀어가는 수학 세상이라는 수학 칼럼을 신문에 연재하기도 하고 이런 수학이라면 포기하지 않을텐데’, ‘70일간의 수학여행같은 책도 쓰셨다고 한다.

 

사실 이 책의 작가에 대해서는 여러 대학에서 수학강의를 한 교수라고만 나와있어서 작가 소개로부터는 별다른 인상을 받지 못했는데, 뜻밖에 감수를 한 신인선 선생님에 대한 소개글을 읽고 이 책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졌다.

 


차례는 다음과 같다.

 

1부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 기호

2부 대학에서 배우는 교양 수학 기호

3부 고난도 수학 : 기호로 이해하는 편미분

 

부록 : 그리스 문자 용례 사전

 

목차를 보고 직감했다. 이 책이 쉽게 쓰여 있더라도 내가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은 1부까지겠구나! 3부의 소제목들에 나오는 기호들과 제목들은 너무도 낯설다.

 

그래도 1부는 읽을 수 있겠지! 용기내어 첫장을 열어보았다.


1부는 총 20개의 기호에 대해 설명해주는데, ‘+, -’부터 ₙ∁ₘ, p까지 다양하다.

 

‘+, -’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세상에 15세기에 들어서야 ‘+,-’라는 부호를 사용했다고 한다. 훨씬 이전부터 사용되었을 것 같았는데, ‘+, -’가 사용된지 500여년 밖에 되지 않았다니 놀랍다.

그리고 ‘+, -’가 숫자의 음과 양을 나타내는 부호로도 쓰이고, 계산을 위한 연산 기호로도 쓰인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리고 부호로 쓰일 때 생략하는 것도, 부호자체가 연산기호로 쓰이는 경우도 실제 이용되는 경우를 알려준다.

또 실수(real number)에 대한 이야기도 하면서 교환법칙, 결합법칙, 항등원, 역원에 대해 알려준다. 그리고 +의 차이점과 자연수안에서 덧셈과 뺄셈을 자유롭게 할 수 없지만 실수 안에서는 더 자유롭다는 것 등을 알려준다.

 

사실 초등 4학년 부모로 오랜만에 초등 4학년 수학 범위까지만 아이의 수학공부를 도와주면서 보았기 때문에 항등원, 역원 등의 개념이 참 오랜만이다. 하지만 아직 이 정도는 알고 있어서 이해가 어렵지는 않았다. 그치만 이 책은 초등에게 추천할 책은 아니구나! 1부 제1장만 읽고도 딸아이에게 추천할 생각을 접었다. 실수니 항등원이니 역원이니 한번 배웠던 사람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떠올리며 그렇지! 그랬지! 하면서 읽을 때는 추억소환마냥 재미도 있지만 전혀 개념을 모르는 사람이 읽는다면 뭔소리여! 이래서 수학이 어렵다! 로 결론짓기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1부 제2장은 ‘×, ÷ ’ ‘1은 깔끔하지만 0.999는 불안해이다.

 

세상에 ‘×’1618년에 처음 사용했단다. 그럼 그 전에 배수 개념을 어떻게 표기했을까? 그리고 나눗셈 기호 ‘÷’는 한때 뺄셈 기호로 사용된 적도 있고, 프랑스에서는 지금도 나눗셈 기호로 ‘÷’를 사용하지 않고, 라이프니츠가 애용한 ‘:’를 쓰고 있다고 한다. 에에? 진짜?

사칙연산의 기호인 “+, -, ×, ÷”는 만국공통인 줄 알았는데... 이 책엔 간략하게만 나와 있어서 사칙연산 기호의 유래에 대해서 조금 더 검색을 해보니~ 현재 프랑스에서 나눗셈을 ‘:’로 사용한다는 내용을 찾지는 못했고, 비례를 의미하는 ‘:’에서 가운데 줄을 그어 ‘÷’모양을 만들어 냈다는 수학역사 이야기는 여러군데에서 발견되었다.

 

물론 기호를 15세기, 16세기에 만들어 쓰기 시작한 것이지 이미 그 개념은 이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한국은 세상에 삼국시대부터 중국에서 전해진 구구단을 사용했단다. 어머나! 구구단이 이렇게 역사가 오래된 줄은 몰랐네! 6~7세기 백제 시대 유물인 구구표 목간7단부터 9단까지의 구구단이 적혀 있어 당시 관청에서 행정 사무를 처리할 때 구구단을 이용했을 것으로 추정한단다.

 

구구표 목간이 뭔지 궁금해서 또 검색을 해보았다. 부여에서 백제시대 유물인 구구단이 기재된 나무인데, 그 내용이 놀랍다!

아들아 관직에 오르려면 공자님 말씀을 잘 새겨들어야 한다. 구구단을 끝내면 논어를 외워보자 이런 내용들이 적혀 있단다




!!! 검색해보니 올해 5월부터 7월까지 국립부여박물관에서 백제 목간 기획전시도 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책을 더 일찍 만나서 백제시대 유물인 구구표 목간에 대해서 일찍 알았더라면... 기획전시를 보러 달려갔을텐데... 검색하면서 본 내용이 너무 재미있었다. 아이들 데리고 조만간 부여국립박물간에 한 번 다녀와야겠다! ^^

 

역사를 좋아하는 개인적인 취향 때문이지는 몰라도 기호부분의 유래, 역사에 대한 짧은 소개도 흥미롭고, 짧기에 오히려 더 풍부한 정보를 위해 검색을 하게 된다.

 

그리고 곱셈파트에서 재미있었던 부분은

, 이라고 표기하면 ×3=1이 된다. 따라서 1÷3의 계산 결과를 굳이 구하려 하기보다 가끔은 게으름을 피워서 로 놔두는 것도 좋다. 애초에 분수는 게으름을 피우려고 만든 개념이기에 그 목적과 매우 잘 어울리는 표현방법이다. 나눗셈을 b÷a라고 쓰면 계산을 해서 하나의 값을 내고 싶어지는 것이 인간의 심리이긴 하지만, 지금처럼 b/a라고 쓰고 놔두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 될 때가 있다.’

분수는 게으름을 피우려고 만든 개념이래하하하하 웃음이 터져나왔다게으른 천성을 가진 내가 정말 분수파트를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냥 나눗셈을 배우고 나서 분수를 배웠을 때 그 환희란!!! 더 이상 지루하게 계속 나누지 않아도 된다그냥 간편하게 쓰면 된다너무 좋았다. 


4학년 2학기에 접어든 딸아이의 수학책을 보니 3학년때 분수, 소수 개념을 알려주고, 4학년때 분모가 같은 분수의 덧셈, 뺄셈을 알려준다. 그리고 5학년 1학기때 약수와 배수의 개념을 알려주면서 최대공약수, 최소공배수를 알려주고, 이후에 통분을 그리고 분모가 다른 분수의 덧셈, 뺄셈을 알려준다. 흔히들 4학년 ~ 5학년 사이에 수학이 어려워져서 흔한 말로 수포자가 이때 발생한다고 하는데, 그건 약수와 배수 개념, 통분 등에 대해서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2×3=6, 6÷2=3, 6÷3=2’ 이 세식의 관계, 곱셈과 나눗셈의 관계, 즉 곱셈은 나눗셈의 역연산이고, 나눗셈은 곱셈의 역연산이라는 사실을 잘 이해하면, 약수, 배수는 그냥 알 수밖에 없는 개념이고, 통분 역시 약수와 배수 개념을 충분히 알고 나면 절로 알게 되는 개념인데, 여기서 어려워하다가 수학을 포기하는 아이들이 많다니 슬프다. 심지어 분수는 귀찮은 나눗셈을 간편하게 해주는 게으른 자를 위한 개념이라는데 말이다. 아이들은 동의하지 않겠지만!

 

 

딸 아이에게 분수는 게으름을 피우려고 만든 개념이라는 사실을 꼭 말해주어야겠다. 겁먹지 말라고 기본 개념을 잘 이해하면 다 이해할 수 있는 거라고!!

 

한 챕터씩 읽으면서 궁금해진 다른 것들을 검색하기도 하다보니 아직 제1장도 전부 읽지는 못했지만, 너무 재미있다!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고 있던 각종 기호들을 소환하며 이게 그거였나? 찾아보기도 하고, 또 아이에게 수학을 알려줄 때 이런 부분을 조금 더 설명해주면 개념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겠구나 싶은 아이디어도 얻는다.

 

수학을 좋아하는 고등 선행을 조금 하고 있는 중학생들이나 고등학생들, 성인들이 읽어보기에 좋을 것 같다. 날 잡고 각 잡고 읽기 보다는 한 챕터가 3~4장으로 짧아서 틈 날 때 재미삼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특히 수학 공부를 하는 중고등학생들이라면 문제풀이만 하다가 이런 책을 읽으면 수학이 조금 더 새롭게 느껴질 것 같기도 하고 재미있다는 생각도 들지 모르겠다. 그리고 수포자가 아니었다면 학부모들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공부는 아이가 하는 것이지만 옆에서 아이에게 기운을 북돋게 할 때 요런 책 내용들을 이야기 해도 좋을 것 같다.

 

책 제목처럼 읽자마자 원리와 공식이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희미해졌던 수학 개념과 공식들이 읽으면서 되살아나는 경험은 충분히 할 수 있고, 막상 학창시절에 배울때는 알지 못했던 깊은 의미도 내가 알고 있던 내용이 사실은 이런 거였구나!! 깨닫게 되는 부분도 있으니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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