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망설이다 하루가 다 갔다 - 불안, 걱정, 회피의 사이클에서 벗어나기 위한 뇌 회복 훈련
샐리 M. 윈스턴.마틴 N. 세이프 지음, 박이봄 옮김 / 심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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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는지 그 목적지를 미리 볼 필요는 없다.

그저 자신 앞에 놓인 1미터만을 봐야 할 뿐이다.”


 



오늘도 망설이다 하루가 다 갔다.’ 책 제목을 보고 누가 내 마음을 들여다본 것처럼 놀랐다. 내가 저녁마다 하는 푸념이다.

 

이 책은 예기 불안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예기불안이란 스스로를 불안하거나 불편하게 만들 것이라고 예상되는 사건과 상황들을 예측하면서 경험하는 불안을 의미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뭐가 잘 안될까봐 불안한 건 아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지금 내 상황과는 다른 상황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곧이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왔다.

 

예기불안은 만성적인 망설임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킨다. 만성적인 망설임이란 여러 가지 크고 작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마비 상태에 가까울 정도로 무능력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몇 년 동안이나 어떤 물건을 사려고 했지만 정보를 찾아보기만 할 뿐 끝내 결정하지 못하고, 그것을 사야하는 이유와 사지 말아야 할 이유를수천가지나 떠올린다. 결정해야 할 모든 일들이 크고 복잡한 시련처럼 느껴져서 어쩔 줄 모르다가 어느 순간 또 다시 결정을 미룬다. 인간관계나 일, 직업, 학교에 대한 어떤 선택을 해야 하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망설이다 인생의 어떤 지점에서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몇 년 동안이나 다른 집이나 도시로 이사하고 싶었지만 도무지 그렇게 할 수 없다.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도 싫고 스스로의 선택을 후회하는 일도 너무나 두렵다 보니 어떤 선택지도 버리기가 어려워 아무 행동도 취할 수 없다. 각각을 선택했을 때의 장점과 단점 목록을 작성해보지만 더 이상 아무 진전도 얻지 못한다. 심지어 자신이 어떻게 하고 싶은지 알고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일을 하지 못한다. 아니면 삶에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정도로 변화, 약속, 또는 미지의 일을 두려워한다.’

 



나랑은 조금 다른데...라는 생각은 읽어내려갈수록 그리고 여러번 되풀이해서 읽을수록 내 모습인 것 같았다. 그저 게으름을 피운다고 에너지가 방전되었다고 소위 번아웃 증후군이란 것이 내게 찾아온 것이라고 그러니 쉬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쉬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머리 속으로만 너무 많은 할 일들을 생각하고 어떻게 할까 심지어 뭐부터 할까를 한참 생각한 적도 많다. 그러다 시간을 다 보내고 정작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말이다.

 

내가 그동안 인지하고 파악하고 있던 나의 상태가 사실은 다른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알아보고 싶어졌다. 내가 어떤 상태인지 그리고 어떤 상태이든 간에 이 책이 나를 이 답답한 무기력함으로부터 벗어나는데 도움을 주지 않을까? 희망도 생겼다.

 

이 책은 순서대로 읽을 것!을 강조한다. 전반부에서는 불안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과정들을 설명해주고, 후반부에서는 제시되는 불안에서 회복되기 위한 방법들을 제시하므로 앞부분을 읽어야 뒷 부분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인다.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는데, 그 각 내용은 다음과 같다.

 


1~2장에서는 예기불안과 만성적인 망설임을 소개하고, 3장에서는 불안이 일어나는 생물학적 원리와 환경적인 스트레스 요인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4장에서는 여러 가지 회피에 대해 분석하고 회피가 예기불안과 만성적인 망설임을 유지강화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리고 5장에서는 우리의 상상력이 어떻게 미래를 예측하고 선택하는 일에 문제를 생기게 하는지를, 6장에서는 만성적인 망설임의 주된 요인을, 7장에서는 메타인지적 관점과 사고방식의 근본적 전환을, 8장에서는 사고방식과 관점의 전환을 실제 삶에 적용하는 방법과 치유를 향한 다섯가지 내려놓음을, 9장에서는 독자들이 자주묻는 질문에 대한 답을, 10장에서는 불안에서 회복되는 과정에서 보이는 양상과 회복된 상태를 유지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책은 작은 글씨로 330페이지 가량의 분량이다. 편집도 화려하게 된 것이 아니고 투박하기 그지 없다. 한 마디로 편집만 봤을 때 읽고 싶은 책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내용을 읽다보면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중간 중간 실제 사례도 많이 담고 있어서 책에서 말하는 내용이 어떤 상황을 이야기하는지 이해하기 쉽다.

 

1장 예기 불안에 대한 사례들은 나에게는 조금 극단적인 상황처럼 느껴져서 남의 얘기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2장 만성적인 망설임의 내용들은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들여다보게 되었다.




결정 미루기는 성격이 아니라 태도다라는 말을 보는 순간 이제 더는 피하지 말아야 해! 이런 마음이 들기까지 했다.

 

결정을 회피하는 방식에는 1. 미루기 지체하기, 2. 적극적인 책임 회피(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3. 망각, 4. 면책조항을 두는 조건으로 결정하기가 있다고 소개하는데, 4가지 다 요즘 내가 주로 하는 것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중 미루기 지체하기를 가장 많이 하고 있다.

 

그리고 만성적인 망설임이 일상에서 나타나는 모습 중 잘못된 선택 피하기’, ‘최고의 선택 시도하기(지나친 분석으로 마비되기)’는 내게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이런 것들이 문제가 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딱 알맞은 선택 시도하기도 만성적인 망설임의 한 모습이라니 조금 놀라웠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내게도 이런 모습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저 나는 적당한 것을 원할 뿐인데 그 적당한(결코 최고 수준이 아니다) 것도 찾기기 이렇게 어렵다니! 내게 적당한 느낌을 주는 선택지를 만나지 못해서 결국 선택을 하지 못하고 미적거리거나 좌절한 경우가 있다.

 


각 챕터마다 마지막에 스스로 해보기코너가 있는데, 그냥 읽고 보고 넘기면 이 책이 주는 도움을 다 누리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는 과정이 예기불안, 만성적인 망설임을 가진 사람들을 치유하는 치료과정이고, 이 책을 다 읽었을 때는 치유와 회복이라는 결과를 만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그냥 남의 이야기하듯 스윽 읽기 보다는 한 문장 한 문장 의미를 새기며 책에서 권하는 것들도 모두 해보면서 치료과정을 거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휘리릭 읽어나가다가 다시 앞으로 돌아와서 천천히 내게 적용하며 읽고 있는데 이미 알고 있던 것들도 조금 새롭게 다가오기도 하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특히 처음에 목차만 먼저 훑어보았을때는 제일 재미없고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았던 ‘3장 우리 뇌가 잘못된 정보에 반응하는 방식은 막상 내용을 읽어보니 너무 흥미롭다. 그저 뇌에서 어떤 물질이 어떻게 분비되는지 그것과 우리가 느끼는 감정들 특히 불안한 감정이 어떻게 관련되는지 등 전문적인 정보전달 수준일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편도체의 역할과 투쟁도피반응 같은 전문적인 내용을 설명하지만 설명이 자세하고 적절한 예를 들어가며 설명하므로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처음듣는 이야기라서 인지 매우 흥미로웠다.

 

최근 나태해지고 무기력한 스스로를 인지하면서 벗어나고자 심리와 관련된 여러 책을 읽었고, 또 무기력해진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정신과 의사들의 영상도 여럿 보았다. 그런데 읽고 보는 그 순간은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조금 생기도 의욕도 생겼지만 지속성이 없었다. 어떨 때는 책장을 덮고, 영상을 끄는 순간 다시 이전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그런 것들이 몇 번 반복하니 오히려 책을 읽거나 영상을 보면서도 책에서는 이렇게 벗어나기 쉬운데, 영상에서는 나를 이렇게 위로해주지만 왜 이렇게 공허하지? 이런 위로가 와닿지 않네! 이런 회의적인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이책을 읽기 시작할 때도 크게 기대하는 마음없이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내가 예상치 못한 이야기들이 나와서인지 호기심이 생기도 자꾸 궁금해져갔다. 아직 천천히 적용해가며 다 읽은 것은 아니지만 몹시 새롭다. 왜냐하면 내가 생각했을 때 문제없는 상황이나 마음들도 사실은 문제가 있는 상황이었다는 것을 알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런 인지하지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되는게 은근 재미가 있다.

 

책 제목처럼 오늘도 망설이다 하루가 다 간 사람들, 스스로 생각하기에 망설임 때문이 아니라 이유없이 게을러져서 혹은 번아웃이 와서 무기력해졌기 때문에 아무것도 한 것없이 하루를 다 보냈다는 사람들 중 그렇게 그저 시간을 흘려보내기 싫은 분들은 꼭 읽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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