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도리의 그림 수업 - 낙서부터 드로잉, 캐리커처까지
박순찬 지음 / 아라크네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가 뭐라도 끼적이는 활동을 유도하고자 또는 더 즐겁게 하고자 때로는 아이의 요구에 의해 꽃도 그리고, 토끼, 곰 같은 동물도 그려야 할 때가 있었는데, 단순한 그림도 뭐부터 그려야 할지 순간 막막할 때가 많았다. 토끼처럼 귀가 길다는 명확한 특징이 있는 경우에는 사실 귀만 길쭉하게 그려도 아이는 토끼라고 좋아해주었는데, , 호랑이, 악어, , , ... 이런 동물들을 그릴때는 생각보다 그 특징을 구별해 내며 그리기가 어려웠다.

 

보고 그리는 그림은 제법 그럴 듯하게 그리는 편인데 보지 않은 채 그리는건 영 꽝인거다. 그래서 제목부터 그림수업인 이 책을 읽으면 그림을 잘 그리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결론을 말하자면, 그림 그릴 때 필요한 팁을 잔득 줄 거라고 기대한 나의 예상은 완전히 틀렸다. 여기 동물을 그릴 때는 이런식으로, 사람을 그릴 때는 이런 식으로처럼 뭔가 구체적인 팁을 주는 책은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마땅히 갖추어야할 기본자세? 기본 태도? 에 대하여 이야기 하는 책이었다.

 

 


    

 

 

그림을 잘 그리고 싶으면 그림과 먼저 친해져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림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사물에 대한 능동적인 관심 즉 호기심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한다. 평소 사물의 모습에 호기심을 가지고 관찰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찾으려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 주변의 여러 가지를 그리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 된다고. 그리고 그림을 그릴 때 가장 필요한 능력 역시 관찰력이고 그림 실력을 키우기 위해선 평소 눈으로 사물을 잘 관찰해야 하고 이미지를 포착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뭔가 새롭게 다가왔다. 그저 보이니까 보는 정도가 아니라 대상의 이미지를 눈으로 포착하는 관찰! 나도 사물을 바라볼 때 이런 이미지 포착은 거의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잘 안다고 생각하는 동물도 떠올리려고 하면 사실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동물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들이 먼저 떠오른다. 그런 사실들을 토대로 그림을 그릴려고 하니 그리기가 막막했던 것 같다.

 

그리고 작가는 주변 사물에 능동적으로 관심을 갖고 관찰하며 노는 습관을 기르면 그림실력을 키울 수 있다고 한다. 눈으로 사물의 생김새를 음미하는 습관! 이렇게 관찰을 하다보면 관찰의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그림그리기의 시작이라고 한다. 주변사물을 관찰하는 습관이 생기면 사물에 대한 애정이 커지고 그것을 그리고자 하는 욕심이 생겨난다는 것인데 이것은 그림을 잘 그리고 싶은 막연한 욕심이 아니라 내가 관찰한 사물을 나의 그림으로 갖고 싶은 욕망이라고 한다. 단순히 잘 그리고 싶다는 욕심만으로는 그림 연습을 지속하기 어려워 실력이 빨리 늘지 않는다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단순히 잘 그리고 싶다는 욕심이 아니라 내가 관찰한 것을 그리고 싶다는 욕구가 그림그리기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즉 관찰을 하다보면 관찰의 재미를 점차 알게 되어 더 많은 관찰을 하게 되고 그건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구로 이어지고 그 욕구는 또 더 많은 관찰 욕구로 이어져 실제 더 많은 관찰로 이어지고 더 많은 사물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 더 큰 그림그리기 욕구로 이어지며 점차 그림실력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결국 많은 관찰이 선행되지 않으면 그림 실력의 향상은 어렵다는 것인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수긍하는 마음이 들면서 모든 배움은 다 비슷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의 관찰을 막는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그 사물에 부여된 개념이란다. 즉 사람을 보면서 사람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우리가 그 대상을 이미지로 포착하는 관찰을 방해하는 것이다. 그저 사람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눈에 들어온 시각 요소만으로 이미지만으로 관찰을 해야하는 것이다.

 

나도 이 부분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지금까지 눈으로 이미지를 관찰하는 대상을 음미하는 관찰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심지어 내 아이를 떠올려도 명확한 이미지가 딱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 내가 생각하는 내 아이에 대한 관념과 함께 나는 내아이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의 이미지만을 따로 떼어 관찰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책을 통해 그림그리기의 기본기를 배운 것 같아 읽고 난 후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이상하게 그림이야기를 들었는데 삶의 다른 영역에서도 이런 것은 아닐까? 혼자 철학적인 생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가 만든 개념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일단은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대상을 알아가는 것도 중요한데 나도 모르게 여러 개념을 부여하며 인식하다보니 원래의 모습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특히 남편에 대해서 아이들에 대해서. 내가 원하는 내가 바라는 남편상과 아이상이 있어서 그 틀로 남편을 보고 아이들을 바라본 것은 아닐까? 그런 개념의 틀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의 그들을 먼저 바라보고 그들을 알아갈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주기의 첫걸음이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다.

 

만화형식으로 되어 있고 그림선생과 냥도리, 리리가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이야기가 전개되어 매우 쉽게 이해되고 또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한번 읽고 마는 것이 아니라 머리가 어지러울 때 한 번씩 꺼내보고 싶은 책이 되었다. 요새 머리가 어지러운 일이 많아서 일까? 벌써 세 번은 읽은 것 같다. 그림수업을 받으면서 나도 책에 나오는 인물을 한 번 따라 그려봤는데, 에엥? 생각보다 쉽지 않다. 관찰이 더 필요한가보다. 그런데 확실히 자꾸 관찰을 하다보니 그리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신기하다.

 

 

*이글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