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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 예리한 시각과 탄탄한 짜임새로 원작을 유려하게 풀어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조종상 옮김 / 도서출판소리 / 2021년 9월
평점 :
품절
우리에게 너무 잘 알려진 「노인과 바다」
읽진 않았어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유명한 헤밍웨이의 소설!
헤밍웨이에게 1954년 퓰리처상과 노벨 문학상을 안겨준 대표작이다.
이렇게 유명한 책의 주인공은 당연히 제목에 등장하는 노인, 그리고 한 소년이다.
원문에 나오는 인물이 boy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번역된 이후 지금까지 소년으로 여겨왔던 이 소년이 실제로는 22세 이상의 청년이라고 한다. 이에 boy를 그 나이대에 맞는 청년으로 번역한 최초의 우리말 번역서로 노인과 바다를 읽어 보았다.
책에는 여는 말에 boy가 소년이 아니라 청년인 이유, 닫는 말에 노인과 바다에 대한 옮긴이의 생각이 수록되어 있다. 20쪽에 걸친 여는 말과 닫는 말을 통해 옮긴이가 가능한 한 가장 정확하고 매끄러운 번역을 위해 적잖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음 알 수 있다. 새로운 시각으로 보다 정확하게 번역된 고전 명작을 읽으면, 작품을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며 나아가 더 많은 감동을 준다고 생각한다.
포기하지 않는 삶, 패배를 거부하는 삶
좌절하지 않고 나아가는 노인의 모습에서 우리는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상처투성이 노인이 얻은 것은 앙상한 물고기의 뼈만이 아닐 것이다. 노인은 외로움과 시련의 바다에서 상어와 사투를 벌이며 자신에게 주어진 고난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묵묵히 버텨 나가는 인간을 대변한다. 노인이 가진 불굴의 의지와 신념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상어와 같은 시련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노인과 같은 굳은 신념 정신이 필요하다. 피 흐르는 손으로 낚싯줄을 당기는 노인의 모습에서 우리는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인간의 강인함을 배울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패배하지 않는 인간의 정신적 승리가 아닐까
인간은 더불어 살아야 한다.
노인은 바다 한가운데서 계속해서 청년(마놀린)을 떠올린다. 3일 밤낮을 물고기와 사투하며 노인이 느낀 것은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이다.
마놀린이 있다면 좋으련만. - p61
마놀린이 있으면 좋을텐데. 나도 도와주고 이 모습도 보게 말이야. - p64
마놀린이 있으면 좋겠구먼. - p66
마놀린이 있으면 좋겠구먼. - p69
여기에 마놀린이 있다면 좋을 텐데. - p74
마놀린이 있었다면 내 손도 주물러 주고 팔뚝부터 손까지 쭉 풀어 주었을 텐데. - p80
마놀린이 여기에 있다면 줄 뭉치를 적셔 줄 텐데. 그래. 마놀린이 있다면. 마놀린이 있다면 말이야. - p102
너무 걱정하는 사람이 없으면 좋겠는데. 물론 그럴 사람도 마놀린 뿐이지만. 그래도 마놀린은 분명 날 믿고 있을 거야. - p138
사자 꿈의 의미
노인은 청년을 사랑하듯 사자들을 사랑했다. - p37
노인은 이미 지도록 마련된 싸움을 최선을 다해 싸운다. 그리고 결국 패배한다. 그러나 그는 굴복하지 않는다. 마지막에 그는 승리의 상징인 사자 꿈을 꾼다.
우리를 믿어 주는 사람을 있고 그 사람을 사랑하듯이 우리는 승리를 위해 항상 꿈을 꾸는 삶을 살아야 한다.
A man is not made for defeat,” he said. “A man can be destroyed but not defeated.”
우리는 패배하라고 지어진 존재가 아냐. 인간은 죽을지언정 패배하지는 않는다고. - p126
(다른 해석)
사람은 패배하기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사람은 파괴될 수 있지만 패배하지는 않는다.
인간은 패배하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야. 인간은 파멸 당할 수 있을지언정 패배하진 않아.
파멸은 물질을 의미하며 목적을 중시한다. 패배는 정신을 의미하며 수단과 과정을 중시하는 것이라고 한다. 인내하여 목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절망하지 않고 패배를 느끼지 않는 노인에게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을 가장 잘 대변해 주는 말인것 같다.
노인은 왜 목숨을 걸며 고기를 잡았을까? 노인의 고기는 우리에게 처해진 인생의 어려움 같다. 우리 자신보다 큰 물고기를 견디는 방법은 어려움을 이겨내든 못 이겨내든 그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자신의 인생에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 때로는 상어에게 다 뜯겨 아무것도 남는 게 없더라도 결과물을 받아들이는 것. 인생은 승산이 없는 게임이다. 상처 입고 힘들고 지쳐 육체적으로 파멸되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어떤 어려움도 싸워서 이길 수 있다는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힘없는 늙은 노인이 상어떼를 이길 방법은 없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맞서 싸웠다. 사투 끝에 물고기 뼈만 매단 채 집으로 돌아오지만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다음 향해를 꿈꾼다.
모든 걸 놔버리고 싶은 순간, 바다 한가운데서 치열하게 싸운 이 노인을 떠올려 보는 건 어떨까?
84일 동안 고기를 잡지 못했지만 "85는 행운의 숫자야."라고 말하는 노인. 불운을 행운으로 여기는 노인의 떠올리며 내게 주어진 평범한 일상이 하나님의 선물, 축복, 은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책의 마지막에 노인은 사자 꿈을 꾸며 잠이 든다. 오늘 밤 나도 노인처럼 좋은 꿈을 꾸길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