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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평점 :
거의 몇년만에 읽은 국내 소설이자 몇달만에 읽은 서문 없는 책이었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하면 서술자가 '나'가 아니라 '너'임에 약간 당황한다. 하지만 서술자가 '너'라고 해서 딱히 달라질건 없는것이, 시점이 넘어가고, 장남이 서술대상이 되고, 다시 시점이 넘어가 아버지 이야기를 할 때에도 '나'는 없기 때문이다. '나'는 비로소 마지막 장에서야 등장하게 되고, 비로소 '나'는 잃어버린 어머니임을 드러낸다.
어머니의 실종은 돌발적이고 의도치 않게 일어났다. 그리고 가족들이 자신의 질못을 조금씩 뉘우치지만, 되려 그것이 어머니를 돌아올 수 없게 만든다. 목격자들의 공통된 발언인 파란 슬리퍼는 그것을 확인시켜주는 역할을 하는데, 그 신발은 어머니를 잃어벌리 당시에 신던 신발이 아닌, 30년 전에 당신의 아들을 위해 서둘러 상경한 길에서 신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파란 슬리퍼를 신은 어머니를 찾아 다니는 것은 사라진 어머니를 쫓아 다니는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과거, 추억속의 어머니를 찾아 다니는 것이다. 그래서 찾아다니는 과정도 자신들이 서울에서 살면서 옮겨 다니던 그 순서를 답습하고 있다. 2장이 마무리 될때 쯤이면 어머니는 돌아올 수 없으며, 돌아와서도 안되게 되었다. 애초에 그들이 쫓던것이 추억속의 환상같은 존재였기 때문에 찾을수도 없지만, 설령 찾는다고 해도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에 휩싸여 어머니를 속박할 것이기 때문이다.
앞의 두 장에서는 장남과 장녀의 후회와 죄책감, 추억속에서 자신들에세 헌신적이었던 '어머니' 뿐이었다. 비로소 3장에 들어가서야 '어머니'라는 존재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드러난다. 무관심 했던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외면했던 아버지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면서 나타나는 어머니의 모습은 고통을 항상 감내하고, 순응적이며, 남을위해 베푸는 모습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그 기억을 떠올리며 더 고통스러워 하는지도 모른다.
네 번째 장에서, 조금씩 자유를 얻는 것을 볼 수 있다. 막내와 '그사람'과의 작별에서 어머니의 인생은 비로소 긍정된다. 앞의 이야기에서 끎임없이 고통받고 외면당했던 어머니는 막내의 '엄마는 그럴 자격있어'라는 말에 사라지고, 고생스러웠지만 그래도 평안하게 쉴곳이 있었던 한 사람으로서 그려진다. 격한 두통속에 조금씩 비어가는 자신을 느끼고 물품들을 정리하는 모습은 차분히 세상과의 연을 정리해 왔음을 보여주고, 찾아간 사람들, 그리고 집에 인사를 하는 모습은 지금껏 떠돌아다닌것이 한이 남아서가 아니라, 세상에서 있었던 남은 연을 정리하기 위해서였음을 보여준다.
에필로그, 그 마지막에서 엄마를 부탁한다는 말은, 엄마를 찾고싶다는것도, 엄마가 돌아가셨을 것이라는 체념도 아닌, 자신이 속박하고 있던 엄마를 놓아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막내딸의 태도는 가장 좋은 답안이 아닐까 생각했다. 사랑받으나 거기에 속박되지 않게 하고, 아끼지만 간섭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식들 중 마지막으로 보고 가지 않았을까.
- 2009년 5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