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스시의 마법사 ㅣ 어스시 전집 1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지연, 최준영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7월
평점 :
마법이란 무엇인가?
바야흐로 마법의 홍수다. 사람들은 하늘을 날아다니고, 놀라운 속도로 땅을 가로지른다. 멀리 있던 사람에게 아주 간단히 소식,을 전하는가 하면, 불과 바람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낸다. 물론 현대 사회에서 마법이란 단어는 적절치 않다. '과학과 기술' 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현대의 마법이다. 과거 사람들이 상상했던 대부분의 마법들을 우리는 과학과 기술을 이용해 구현화했다.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마법은 지금의 과학과 기술로도 도달할 수 없는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다. 이를테면 시간여행이라든지, 순간이동이라든지, 변신술이라든지 이런 거 말이다. 만약에 이런 것들도 과학으로 행할 수 있다면 그때는 과학을 마법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인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진정한 마법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사실 이런 의미를 찾는 건 무의미한 시도일지도 모른다. 오늘날의 일상에선 마법이란 말을 잘 사용하지 않거니와 아주 어린 아이가 아닌 이상에야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를 봤을 때, 자신이 아직 그것에 대해서 배우지 못해서 이해를 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마법을 논의하는 것은 영화나 소설 속의 세상, 더욱 정확히 한정짓자면 판타지 소설 속에서 하게 된다. 이런 세상에서는 마법이 일상이 된다. 왜냐하면 이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는 전혀 다른 법칙이 존재하는 가상 공간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마법이 일상이 되어있고, 특정한 단 한사람만이 그 놀라운 기적을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이 만들어낸다. 물론 특정한 교육이라는 것은 필요하긴 하지만. 그러면 그걸 받아들이면 그만 아닌가? 왜 굳이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거지.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해리 포터 시리즈 등등 서양 소설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흥행력을 가진 장르가 판타지다. 그리고 이건 이들을 영화화했을 때도 여실히 나타난다. 왜 그럴까? 소설은 결국 거짓 이야기인 동시에 상상력으로 쓰는 이야기이게 때문에 가장 큰 뻥을 치고, 없는 일을 정교하게 생각할 만큼 상상력이 크기 때문일까?
어스시 시리즈와 르 귄 여사의 작품을 나는 매우 좋아한다. 내가 지금까지 읽어온 많은 책이 SF장르이긴 하지만, 나의 베스트는 언제나 르 귄 여사 작품이다. 왜냐하면 여기엔 인간의 이야기와 고민 그리고 진지한 자아성찰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법을 쓰는 세계라면 그 마법의 실체는 무엇인가와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고, 헤인 시리즈와 같이 범우주적 스케일의 세계라면 그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체의 역사와 그들의 삶과 철학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스시가 그토록 유명한 이유는 그 서사구조에 있다기 보다는 신화적이고 명언적인 그 세계에서 기인하지 않을까 한다. 마법사는 우리가 흔히 다른 책에서 접하게 되는 싸우는 마법사가 아니라, 자연을 지키고 이해하는 현자들이며, 그들이 행하는 마법도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개체를 변화시킨다. 시기심과 투쟁심에 의해 마법을 이끌어낸 주인공 새매는 가장 혹독한 형벌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법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진정한 무언가를 알기 위해서 필요한 단 하나의 진실된 이름. 이 생각은 정말 탁월하며, 단순한 주문 이상의 파괴력을 가진다. 바로 마법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마법의 본질이 아니며, 나아가서는 삶의 본질이며 생명의 본질이다. 이 책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