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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튀어! 1 ㅣ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평점 :
지나간 시절에 대해서 사람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더 아름답고 낭만적으로 표현할까? 아니면 더 비참하고 어려웠던 시절이라고 표현할까?
내 생각에는 전자가 더 많을 것 같다. 나자신도 그러거니와 흔히 낙천적인 사람이건, 비관적인 사람이건 현실의 자신과 과거의 자신을 비교해서 조금이라도 과거의 자신을 더 우위에 두고, 현실의 자신을 채찍질해 더 나은 미래의 자신을 만들려는 것 같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다. 그들은 내가 태어났을 때 부터 언제나 같이 있었고, 봐왔기 때문에 잘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 그건 착각이었다. 왜냐하면 내가 봐왔던 그 모습은 자식을 위해 원래의 자신을 조금이라도 바꾸어 온 당신들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남쪽으로 튀어 1권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아버지는 이해를 할 수 없다. 그냥 이상하다. 그리고 어쩜 그렇게 상식적이지가 않은지. 그러던 차에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들었다. 아버지 입으로 들은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으로(그것도 내가 멋지다고 생각했던) 굉장한 인물이었다고 말이다. 그는 용감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며, 그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말이다. 더군다나 더욱 충격인 건 어머니마저 그런 아버지와 함께 그 길을 같이 걸어갔다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운동권 사람들이 나의 부모님들이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 빠진다면 과연 어떤 생각을 주로 하게 될까? 과연 나의 부모님은 멋진 분들이시구나. 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예전에는 그렇게 멋진 분들이셨는데 왜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될까? 참 이 상황에서 생각을 하는 사람은 12살의 소년이다. 사실 자신이 10대 초반이었을때의 생각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 때 솔직했던 생각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잊혀지고, 스스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런 부모님의 이야기를 어릴 적에 들었다면 분명히 후자의 생각을 했을 것 같다. 그 당시 난 불만이 많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만의 사회에 어른들이 쉽게 들어오지 못하고, 도움을 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듯한 꼬마가 있다. 그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사건들로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고, 그 또래에 할 수 있는 가장 힘든 고민을 하고 있다. 어떤 선택을 하든 간에 이 아이는 분명히 성장할 거다. 그리고 그 당시의 고민도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같이 잊어버리겠지. 하지만 당시에는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들로 매일을 살아가고 있는 멋진 꼬마이다. 이런 고민을 이 녀석에게 넘기는 친절하지 못한 그의 부모님들이 오히려 문제다. 왜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지 못해 오해를 불러왔을까? 그리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아량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괴짜라고 밖에 느낄 수 없도록 행동해 왔을까? 특히 아버지가 말이다. 그는 과거의 자신을 미화하고 헤어 나오지 않았던 게 아닐까? 물론 지금(이 책의 1권)까지는 그래왔다. 하지만 인생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고, 사람도 정체하지 않고 언제나 변한다. 이어질 이야기에서 펼쳐질 새로운 현실은 모두 다 바뀌길 요구한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