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정의 상자
정소연 지음 / 래빗홀 / 2025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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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들을 읽을수록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이 많은 이야기들이 지극히 한 방향을 향하고 있어
다양한 이야기를 읽었음에도 머리속에는
하나의 거대한 우주가 그려지더라는 것.
결국 하나로 이어지는 긴 이야기 두 편과 같이
서로 손 끝이 닿기 위해 있는 힘껏 팔을 뻗어내는
이야기들이었다.

“ 무한한 슬픔은 크기가 같아서 더 큰 슬픔과 더 작은 슬픔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어. 아니야. 아침 햇살을 받아 선명하게 빛나는 나무를 보고 비 온 뒤에도 세상이 맑고 아름답다고 감탄했다가 원래 여기는 새벽안개가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슬펐어. 더 작은 슬픔이 더 큰 슬픔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듯이 슬펐어. ” | 172

카두케우스 이야기는 항성 간 초광속 이동 기술을 ‘카두케우스’라는 한 기업이 독점하게 되고 각각의 항성들은 비행 행성, 의료 행성, 식량 공급 행성, 광물 행성 등과 같이 고유한 목적에 의해 분류되어 있다. 특이한 점은 모든 자재들이 ‘비상점’을 통해 행성간 우주 비행 기술을 통해 이동되는데 이 ‘빛의 속도‘로 이동이 가능한 우주시대에, 아이러니하게도 개인의 우주 여행은 ‘비매품’이다. 행성에 자리잡은 인간들은 대를 이어 그 행성에서만 살아가고 행성간 이동은 무척 까다롭다. 이미 몇백년을 거쳐 그들의 행성에서만 번영해온 인류는 더 이상 우주를 꿈꾸지 않는다. 우주를 손에 쥐고도 우주를 꿈꿀 수 없는 인류라는 점이 읽는 내내 생경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무너진 세상에서 우리는’의 이야기 다섯 편도 모두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질병과 바이러스로 무너져버린 세상에서 등장인물들이 끝까지 스스로 헤어짐을 선택하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랄까? 구병모 작가의 추천사에서도 “손 놓고도 헤어지지 않는 마음, 각별하게 남겨진 당신의 작별 인사”라고 덧붙여질 만큼, 가만히 읽다보면 가슴이 먹먹해졌다.


+ 재미를 더할 수 있는 팁!

카두케우스 이야기 : 연결되는 이야기 찾아보기!
헉! 이게 그사람이야?! 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다른 이야기의 주변인물로 등장하는 경우를 찾아서 이 이야기들을 이어서 읽어보는 것이다. 주인공들의 서로 다른 감정, 설명되지 않았던 뒷 이야기들을 알 수 있어서 더 몰입할 수 있었다.

️무너진 세상에서 우리는 : 미정이 우연히 발견했던 반짝이는 ‘상자’. 그 상자가 누구의 손에서 다시 발견되는지 찾아보기!

먼 미래의 이야기같지만 당장이라도 있을 법한 이야기들. 그래서 더욱 살갗에 가깝게 느껴져 두렵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하는 우리의 미래. 그 미래가 유토피아라면 좋겠지만 디스토피아라고 할지라도, 인류는 결코 서로에게 닿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은 잃고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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