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나는 없었다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1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추리 장르가 아닌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은 처음이었는데 이 작품으로 애거서 크리스티를 다시 보게 되었다. 단순한 이야기로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본다.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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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밤의 코코아
다나베 세이코 지음, 서혜영 옮김 / 포레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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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마음이 뜨뜻해지는 연애소설을 만났다. 펄펄 끓으며 내 속을 홀랑 태워버린 건 아니었고, 그렇다고 미적지근하게 아쉬움을 준 것도 아니었다. 대고 있으면 손바닥 안쪽이 조금조금 빨개질 만큼, 딱 그만큼 뜨뜻했다. 세상을 바꾸자는 투사도 나오지 않았고 살신성인 봉사하는 주인공도 없었지만 착하고 평범한 여자들이 나를 울렸다.

 

일도, 사랑도, 가족도, 삶도, 주어진 위치에서 전심으로 노력하면 당연히 좋아지는 줄 알았다. 만사형통은 아니더라도 최선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녀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했다. 그래, 그녀들은 몰랐던 것이다. 몰랐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상처를 줬던 것이고, 남겨졌을 때 벙벙했던 것이고, 아직도 자꾸만 생각이 나는 것이다. 앞뒤 재지 않고 사랑에 푹 빠져들 수 있었던 것도, 내가 누리고 싶은 이것저것을 다 손에 쥐고 욕심을 부리는 것도, 상대를 쥐락펴락할 수 있을 줄 알았던 호기로움도, 모두 이십 대니까 가능했던 생각과 착각이 아닐까.

 

<고독한 밤의 코코아> 단편집에는 다양한 여자들이 등장한다. 오로지 자신의 관점에서 생각하면서 상대를 배려한다고 여기는 고지식한 여자, 연애가 시작되기 전의 설렘을 즐기는 여자, 사랑도 하면서 여유도 챙기고 싶은 여자, 비밀스러운 연인과 좀 더 확실한 관계를 바라는 소심한 여자, 배경이나 환경을 따지지 않고 진실한 사랑을 하고 싶은 여자,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을 그리워하는 여자, 상대의 마음을 알지 못해서 소중한 사랑을 떠나보내고 만 여자.

 

이 우둔하고 순진한 여자들 대부분은 자신의 실수로 혹은 착각으로 당시 제 삶의 가장 큰 존재를 떠나보내고야 말았다. 전작 <서른 넘어 함박눈>에 등장한 언니들만큼 요물은 못 되더라도,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앞으로의 삶을 계획하고 사랑을 이어나갔던 그녀들은 삼십 대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그리고 나는 서툴지만 우직한 그 사랑에 더욱 마음이 갔다. 그래서 때로는 그녀들이 눈치 없이 행동하고, 멍청한 선택을 연발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앞에서 끙끙 마음만 졸이다가 고이 보내주고 마는 소심함을 보이더라도 그저 안타깝고 그저 애틋하기만 했다.

 

 

 

“그럼 잘 가. 건강하게 지내!”

그는 악수하려고 손을 내밀었다. 여러 가지 추억이 담긴 악수였다.

회사를 그만두는 건 조금 아쉬웠지만 이 악수는 그만큼의 희생을 지불하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눈은 욕정에 젖어 있었고, 내 손을 잡은 그의 촉촉한 손이 등판에 새틴 조끼를 걸친 섹시한 매력만큼이나 내 마음을 간질였기 때문이다. 그는 내 손을 놓으며 진심으로 아쉬워했다.

_p.88 <세상엔 좋은 남자가 가득할 거야>

 

 

그러면서 정반대의 상황도 그려보았다. 도오루에게 ‘헤어지지 않을 거야. 헤어지고 싶지 않아’ 하고 울며 매달려보면 어떨까. ‘다시 한번 기회를 줘. 당장 회사도 그만둘게. 일 안 할게……’ 라고.

‘늦었어? 너무 늦은 거야’라고.

‘내겐 당신이 필요해. 그걸 모르겠어’라고.

_p.128 <너무 늦은 거야?>

 

 

선생님의 얼굴은 역시 내게 두두 하고 가슴 뛰는 그리운 안타까움을 불러왔지만, 그 옛날 순수의 결정과도 같았던 마음하고는 질이 달랐다.

_p.168 <공기 통조림>

 

이건 소설이고 그녀들은 주인공일 뿐인데 내가 너무 감정이입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내 마음은 소설에 꼭 들어맞았고 인물들의 감정 곡선을 따라 같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후회하고 그리워할 그녀들이 눈에 선해서 마음이 저릿저릿했지만 어떤 선택이든 결국 자신의 몫이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마음으로 공감하는 것뿐이다.

고독을 전해준 그녀들 덕분에 오늘 밤은 마음이 쉬이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코코아처럼 따뜻하고 달콤하면서도 몸도 마음도 한없이 녹녹해지는, 그런 착한 고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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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디 러브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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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노벨문학상 발표를 얼마 앞두지 않고 노벨문학상 유력후보 조이스 캐럴 오츠의 신작이 나왔다. 이번에 오츠가 수상하면 20년 만에 탄생하는 미국인 노벨문학상 작가라고 한다. (진짜?-0-!!) 해마다 영미권 작가들이 유력후보로 많이 거론되어서 그쪽 작가들이 많이 탄 것 같았는데, 1993년 토니 모리슨 이후 처음이라고 하니, 그렇구나, 새삼 새롭다.

 

한 남자가 쇼핑몰 주차장을 걸어가는 엄마를 차로 치고 그 아이를 유괴해 달아난다. 그리고 외딴 농가로 데려와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아이를 학대하고 성폭행하며 6년의 세월을 보낸다. 제목인 ‘대디 러브’는 남자가 아이에게 자신을 부르도록 한 별칭 같은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엄마와 아빠가 아닌 ‘대디 러브’와 함께 살게 된 아이에게 앞으로 6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리고 그 시간을 통과해 다시 부모의 품으로 돌아온 아이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상상만으로도 끔찍하고 안타까운 이 사건에 대해 소설은 대디 러브와 아이, 그리고 아이를 찾는 부모의 상황을 번갈아 서술하며 담담하고도 서늘하게 그려낸다.

 

 

오츠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읽기에 편한 작품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대디 러브>는 읽을수록 감탄을 자아내는 작품이다. 상황과 인식을 교란하고 상반된 것들이 미묘하게 이어지는 독특한 서술방식 때문에 나에게는 더욱 새롭고 흥미롭게 다가왔다. 특히 1부의 상황과 장면들이 그렇다. 엄마는 과거에 아파서 응급실에 실려 갔던 아이를 앞에 두고 어쩔 줄 몰라 하며 하느님께 기도를 한다.

 

하느님, 이 아이를 살려주시면 다시는 당신을 의심하지 않겠습니다.

하느님, 제발 저희를 도와주세요.

로비는 너무도 어리고, 저희는 너무도 무기력합니다.

 

이 나약한 엄마의 간절한 기도는 자신을 신이라 생각하고 실제로 목사 행세를 하고 돌아다니는 ‘대디 러브’의 연설의 말과 이어지며, “눈에 띄지 않는 게 뭐야?” 하고 물었던 아이의 천진한 물음은 ‘눈에 띄지 않게’ 살아가는 ‘대디 러브’의 삶의 태도와 연결된다. ‘대디 러브’가 하는 행동들은 모두 사람들(특히 미국인) 인정하고 좋아하고 믿는 것들이다. 근면 성실한 농부이자 자유로운 영혼의 예술가, 인자하고 청렴한 기독교 신자, 잘생기고 매너 좋은 백인 남자, 그리고 이런 ‘대디 러브’의 겉모습을 좋아하는 주변의 많은 사람들. 스스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인류임을 자찬하면서 보이는 것밖에 보지 못하는 우리의 무능함을 비웃듯, ‘대디 러브’는 바로 우리 눈앞에서 아이를 유괴하고 경찰과 대면한 상황도 능청스럽게 피해가며 크게 한 방 제대로 먹인다.

 

경찰이 '용의자'를 붙잡았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목격자들이 ‘알아보았다’. 누굴?

대디 러브는 웃었고, 웃어젖혔다.

 

“악몽을 극화하고 그것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아

미몽에서 깨어나게 하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일이다” _조이스 캐럴 오츠

 

오츠는 작품을 통해 현실에 (가시적이든 비가시적이든) 존재하는 폭력에 대해 줄곧 다뤄왔다. 오츠가 형상화하는 폭력이 그녀가 말한 악몽이라면 그것에서 벗어난다는 것, 미몽에서 깨어난다는 것은 ‘똑바로 알고 잘 살자’는 합리론이나 처세술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그럼으로써 드러나지 않은 진실까지 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그러니 인간이 존재하는 한, 폭력과 기만으로 얼룩진 현실과 그 속을 살아가는 갖가지 인간을 그려내는 그녀의 펜은 계속 움직이지 않을까. 덕분에 나 같은 독자는 진심으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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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디 러브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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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수록 재밌고 읽을수록 놀랍다!! 이거 읽고 <좀비>도 다시 한 번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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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비극 노리즈키 린타로 탐정 시리즈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이기웅 옮김 / 포레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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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코를 위해> <킹을 찾아라>로 나의 심장을 마구마구 두근거리게 했던 노리즈키 린타로의 작품이 또 나왔다! 작가에 대한 신뢰가 웬만큼 쌓인 터라 노리즈키 린타로의 작품이라고 하면 일단 사게 된다. 이번 작품은 <요리코를 위해>와 이어지는 ‘비극 삼부작’의 두 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제목도 멋있다. <1의 비극>!

 

<1의 비극>에서 전작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노리즈키 린타로가 조연으로 출현한다는 점이다. 늘 린타로의 관점에서 사건을 풀어가고 그 과정에서 그의 고민이 그대로 전해졌는데 이번에는 사건의 중심에 놓인 ‘야마쿠라 시로’라는 인물의 관점에서 그의 답답한 심경과 고민들(도저히 풀리지 않는다!ㅜㅜ)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처음엔 작품에 빠져 읽다가 노리즈키 시리즈라는 것을 까먹었었다. 그러다가 중간에 ‘노리즈키 린타로’ 라는 이름이 나오자 때 풉, 하고 뿜게 됐다. 익숙한 이름이라서 그런지 뭔가 반갑고 괜히 웃음이 나온다.

야마쿠라는 아내와 아들을 끔찍이 사랑하는 다정한 아버지인데 어느 날 아들이 유괴 당했다는 아내의 말을 듣고 회사에서 달려온다. 이내 아이를 착각한 유괴범의 실수였다는 것이 밝혀지지만 그때부터 야마쿠라의 진짜 수난이 시작된다. 수난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닌 것이, 소설에서 야마쿠라는 내내 달리고 넘어지고 구르고 야단맞고 심지어 죽을 고비에도 여러 번 처한다. 그렇게 죽기를 각오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야마쿠라가 저지른 한 번의 실수 때문에 범인의 손에 있던 아이가 진짜 죽임을 당한다. 죽은 아이의 엄마의 오열하고 경찰은 야마쿠라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린타로의 작품을 즐겨왔던지라 ‘범인 검거’에 대한 웬만한 자신이 있었다! 처음부터 의심이 가는 두 사람을 범인으로 찍고 둘 중 하나는 맞겠지 하고 살짝 야비한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읽다보니 나의 예상이 점점 맞아떨어지는 것 같았으나... 결국엔 보기좋게 틀렸다ㅜㅜ 나의 야비한 수를 알고 노리즈키가 복수한 것 같은 기분까지 들었다ㅠ_- 솔직히 마지막의 반전에 살짝 멘탈이 붕괴..ㅠ0ㅠ!!

그렇지만 이 맛에 추리소설을 읽는 거 아닌가!(하고 위로하고 있다ㅜ_ㅜ) 본격추리소설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아주 시원하고 재밌는 책이었다. 읽으며 느낀 긴장감과 경쾌한 속도감 뒤에, 처지는 전혀 다르지만 같은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주인공에 대한 공감과 연민도 있었다.

 

뒷날개를 보니 다음 작품에 대한 예고도 있다. <또다시 붉은 악몽>이라는 책이다. 이 작품만 나오면 드디어 노리즈키 린타로 ‘비극 삼부작’이 완성되는구나. 어서 나왔으면 좋겠다. <요리코를 위해>는 작품도 좋았지만 앙증맞은 사이즈에 뭔가 휑하고 불길한 표지가 참 마음에 들었었는데 <1의 비극> 역시 같은 포맷으로 가고 있다. <또다시 붉은 악몽>도 기대된다.(표지도!!) 좋아하는 작가의 다음 책을 기다리는 것은 행복하다. 더군다나 출판사에서 이렇게 예고까지 해준다면 기대는 배가 된다.ㅎㅎ 어서 나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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