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디 러브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노벨문학상 발표를 얼마 앞두지 않고 노벨문학상 유력후보 조이스 캐럴 오츠의 신작이 나왔다. 이번에 오츠가 수상하면 20년 만에 탄생하는 미국인 노벨문학상 작가라고 한다. (진짜?-0-!!) 해마다 영미권 작가들이 유력후보로 많이 거론되어서 그쪽 작가들이 많이 탄 것 같았는데, 1993년 토니 모리슨 이후 처음이라고 하니, 그렇구나, 새삼 새롭다.

 

한 남자가 쇼핑몰 주차장을 걸어가는 엄마를 차로 치고 그 아이를 유괴해 달아난다. 그리고 외딴 농가로 데려와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아이를 학대하고 성폭행하며 6년의 세월을 보낸다. 제목인 ‘대디 러브’는 남자가 아이에게 자신을 부르도록 한 별칭 같은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엄마와 아빠가 아닌 ‘대디 러브’와 함께 살게 된 아이에게 앞으로 6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리고 그 시간을 통과해 다시 부모의 품으로 돌아온 아이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상상만으로도 끔찍하고 안타까운 이 사건에 대해 소설은 대디 러브와 아이, 그리고 아이를 찾는 부모의 상황을 번갈아 서술하며 담담하고도 서늘하게 그려낸다.

 

 

오츠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읽기에 편한 작품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대디 러브>는 읽을수록 감탄을 자아내는 작품이다. 상황과 인식을 교란하고 상반된 것들이 미묘하게 이어지는 독특한 서술방식 때문에 나에게는 더욱 새롭고 흥미롭게 다가왔다. 특히 1부의 상황과 장면들이 그렇다. 엄마는 과거에 아파서 응급실에 실려 갔던 아이를 앞에 두고 어쩔 줄 몰라 하며 하느님께 기도를 한다.

 

하느님, 이 아이를 살려주시면 다시는 당신을 의심하지 않겠습니다.

하느님, 제발 저희를 도와주세요.

로비는 너무도 어리고, 저희는 너무도 무기력합니다.

 

이 나약한 엄마의 간절한 기도는 자신을 신이라 생각하고 실제로 목사 행세를 하고 돌아다니는 ‘대디 러브’의 연설의 말과 이어지며, “눈에 띄지 않는 게 뭐야?” 하고 물었던 아이의 천진한 물음은 ‘눈에 띄지 않게’ 살아가는 ‘대디 러브’의 삶의 태도와 연결된다. ‘대디 러브’가 하는 행동들은 모두 사람들(특히 미국인) 인정하고 좋아하고 믿는 것들이다. 근면 성실한 농부이자 자유로운 영혼의 예술가, 인자하고 청렴한 기독교 신자, 잘생기고 매너 좋은 백인 남자, 그리고 이런 ‘대디 러브’의 겉모습을 좋아하는 주변의 많은 사람들. 스스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인류임을 자찬하면서 보이는 것밖에 보지 못하는 우리의 무능함을 비웃듯, ‘대디 러브’는 바로 우리 눈앞에서 아이를 유괴하고 경찰과 대면한 상황도 능청스럽게 피해가며 크게 한 방 제대로 먹인다.

 

경찰이 '용의자'를 붙잡았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목격자들이 ‘알아보았다’. 누굴?

대디 러브는 웃었고, 웃어젖혔다.

 

“악몽을 극화하고 그것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아

미몽에서 깨어나게 하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일이다” _조이스 캐럴 오츠

 

오츠는 작품을 통해 현실에 (가시적이든 비가시적이든) 존재하는 폭력에 대해 줄곧 다뤄왔다. 오츠가 형상화하는 폭력이 그녀가 말한 악몽이라면 그것에서 벗어난다는 것, 미몽에서 깨어난다는 것은 ‘똑바로 알고 잘 살자’는 합리론이나 처세술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그럼으로써 드러나지 않은 진실까지 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그러니 인간이 존재하는 한, 폭력과 기만으로 얼룩진 현실과 그 속을 살아가는 갖가지 인간을 그려내는 그녀의 펜은 계속 움직이지 않을까. 덕분에 나 같은 독자는 진심으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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