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악의 숲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권수연 옮김 / 포레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미세레레> 이후 잠잠하던 그랑제의 신작이 나왔다!
오예오예!!+_+ 검색해보니 그의 신작을 기다렸던 팬이 꽤 많은 듯!!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는 한국의 장르문학 독자들에게도 제법 유명한 작가지만 프랑스에서는 단연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작가다. 오죽하면 그의 별명이 ‘프랑스 스릴러의 황제’겠는가. 그의 작품 <검은 선> 같은 경우는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보다 훨씬 더 많이 팔렸다고 하니, 프랑스에서는 거의 국민작가 수준인 것 같다. 아, 그리고 그랑제의 작품은 거의 대부분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하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의 말로 영화는 비추. 완~전 비추란다! (책의 감동을 간직하고 싶으니 난 끝까지 보지 않는 걸로!)

잘생긴 작가들 중에서도 발군의 섹시함. -_-**
내용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파리에서 아주 잔혹하고 섬뜩한 연쇄 살인사건이 일어났는데 조사해보니 그 사건들은 모두 ‘원시’ ‘자폐’ ‘유전’이라는 공통의 단서를 가지고 있다. 피해자들의 직업은 모두 이 단서들과 깊은 연관이 있고 범행 현장에는 인간의 염색체와 비슷한 문자들이 적혀 있는가 하면, 현장의 흔적들로 판단컨대 범인은 자폐증 환자이거나 그를 모방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이 난해한 단서들 말고는 다른 단서가 거의 없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수사판사 잔 코로바는 다른 사건을 수사하던 중 한 노인의 말을 듣고 기겁한다. 살인사건과 아무 연관이 없는 노인의 입에서, 이 사건과 묘하게 연관된 말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바로 방대한 스케일이다. 그 다음은 독특한 소재와 그의 박학다식함이다. 신흥종교에 빠져 어느 섬에서 900여명이 집단 자살한 사건이나, 사람을 희생 제물로 바쳐 지진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 정신병자에 대한 이야기도 그랑제의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번 작품인 <악의 숲>을 읽으면서도 역시 나는 많은 것을 배웠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르헨티나의 뼈아픈 현대사였다.
1970-80년대,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그 권력을 이어가기 위해 무고한 청년들을 좌파로 몰아 죽인 아르헨티나의 독재자들. 간략하게 묘사되었지만 그 악랄함이 그대로 전해졌던 고문 방법들. 여기서 희생된 수많은 젊은이들과 돌아오지 않는 자식을 기다렸던 어머니들. 그리고 뿌리를 잃고 원수(독재자들)의 손에 입양되었던 아이들…… 책은 이 부분에 꽤 많은 지면을 할애해 설명하는데, 읽고 있자니 마음이 너무나도 따끔하고 아팠다. 봄은 한국이나 아르헨티나나 참 아픈 계절이구나. 아는 만큼 보인다고, 난 이제 아르헨티나를 예전과 똑같이 보지 못할 것 같다.
책을 읽으니 여행을 하고 싶었다. 아르헨티나에 가서 지금도 시위를 이어가는 ‘5월 광장의 어머니들’도 보고, 잔 코로바가 추워서 덜덜 떨며 차를 몰았던 광대한 영토도 밟아보고,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습관처럼 마시는 마태차도 마셔 보고 싶었다. 프랑스 소설을 읽고 나는 왜 아르헨티나를 꿈꾸는지, 이게 그랑제의 힘인 건가?

초록색 레이저라도 나올 듯한 강렬한 표지.
책을 끝까지 읽으니 표지가 참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사람들의 리뷰를 읽어보니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해 빨리 퇴근하고 싶다던 이들이 많았는데, 나도 완전 공감!! 이 책은 소재가 다양하고 꽤나 전문적인데 전혀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나 같은 과학바보도 후루룩 읽을 수 있을 만큼 몰입도가 어마어마하다. 그랑제의 소설 중 흡인력이 최고인 듯!!

어쩌나. 벌써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
빨리 또 내줘 그랑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