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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아들 - 양장본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200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워낙 오래된 책이기도하고, 이문열의 아우라와 <사람의 아들>이라는 기세등등한 제목. 거기에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주제라 살짝 겁을 먹었는데 이거 정말… 물건이다!(이렇게 말하기엔 이미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다. 하핫^^;)
물론 신념과 종교에 관한 주제이긴 하지만, 살인사건과 추리, 그리고 일기(소설)를 훔쳐보는 방식이다보니 흥미진진하더라. 특히 초반에 같은 사람에 대해 다르게 기억하고 증언하는 사람들을 보며 영화(난 만화를 못 봤으니까) <이끼>가 떠올라 더 재밌었다. 물론 남경사 나올 때가… 흑. 아하스페르츠 나올 땐 조금 지루해서, 남경사가 문서를 펼치려하면 막고 싶었다. 흑흑.
이 책은 신화(와 종교)에 관한 수업을 들을 때 추천 받은 작품이다. 수업 덕분에 수메르 신화를 비롯한 온갖 신화와 신들에 대해 (한때는) 열심히 공부해서 그나마 조금 알았는데, 그래도 이 작품의 재미를 제대로 느끼려면 신화와 종교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할 것 같다. 그럼 정말정말 흥미진진한 소설일 듯! 그런 거 보면 이문열 작가가 얼마나 많은 자료조사와 사색을 했는지 알 것 같다. 엄청난 공부와 사색, 소설을 재밌게 끌고가는 구성까지! ‘역시 이문열’이구나!
종교나 역사, 사상에 관련된 주제는 인간의 아주 근원적인 부분과 연관돼 물론 아주 흥미롭고 이야기할 가치도 충분하지만, 그러면서도 꼭 지금 당장 건드려야 하는 부분은 아니기에, 무엇보다도 워낙 말이 많은 부분이라 어떤 생각을 내비추기가 어려울 텐데. 남의 시선을 엄청 의식하는 나로서는 작가의 용기도 참 대단했다. 진실을 볼 줄 아는 눈과 그것을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나는 내 입으로 계속 말하면서도 사실 난… 자신 없다. 흑흑흑.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맨 마지막 부분! 역시 사람의 신념이나 믿음이라는 건 참 중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을 지탱해주니까. 이것은 어쩌면 ‘나는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서 사는 게 아니야’ 라는 인간이라는 종의 자부심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인간은 정말 나약하고 여린 것 같다. 왜 우리는, 존재 자체로 살아갈 수 없을까. 인간에게 살아갈 이유라는 거, 부빌 언덕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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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며 내 마음의 구원은 뭘까 생각해봤다…
재미없게도, 그리고 이기적이게도 나 자신인 것 같다.
앞으로의 나는 지금보다 더 잘 될 거라는 믿음.
더 자유롭고 행복한 내가 될 거라는 기대감과 이런 나를 남들한테 보여주고픈 허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