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양식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5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의 새 작품이 나왔다. <인생의 양식>. 축음기와 여자가 같이 있는 클래식하면서도 여성스러운 표지는 역시 예쁘다. 표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번 작품은 음악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은 음악에 대한 탁월한 감각을 지닌 버넌 데어. 버넌 데어는 어느 날 음악에 대한 걷잡을 수 없는 열망을 느끼고 음악 공부를 하지만 불안해하는 연인을 위해 하던 공부를 접고 회사에 다니며 평범하게 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버넌은 음악이 만들어내는 패턴의 환상 속에서 혼자 괴로워하고, 끌릴수록 대상을 부정하고 피하려는 그의 성격은 결국 자신에게 온 진정한 사랑을 부정하는 결과를 낳고 지우지 못할 후회를 남긴다. 모든 일이 명확해진 뒤 버넌 데어는 견딜 수 없는 격렬한 회한을 느끼지만, 결국에는 그 회한과 자책의 힘을 끌어모아 음악에 투신한다. 이 책은 한 인간의 파란만장한 일대기이자 위대한 한 예술가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예술가소설이다.

 

 

애거사는 십대 시절에 파리로 넘어가 성악과 피아노 등 예술 교육을 받았는데 그때의 경험과 관심이 음악이라는 낯선 소재에 도전하게끔 한 걸까? 애거사를 좋아한 이후 작가에 대한 정보를 주워듣고 그녀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 읽게 되는데, 그래서 그런지 애거사의 삶을 작품에 연관 지어 생각하는 버릇이 생긴 것 같다. 또 이 스페셜 컬렉션 시리즈의 작품들을 읽다 보면 조금씩 반복되는 말을 발견하게 되는데, 애거사가 당시 이런 의견을 가졌었구나, 생각하면 작품에 푹 빠져 읽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딸은 딸이다>를 읽으면서는 사춘기에 접어둔 딸을 두고 재혼을 결심한 애거사의 마음이 이랬을까 싶었고, 애거사의 자전적 소설인 <두번째 봄>을 읽으면서는 그녀가 삶에서 가장 힘든 시기에 이런 결심까지 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처럼.

 

<인생의 양식>은 음악을 소재로 하지만 음악을 ‘창작’이나 ‘예술’이라는 관점을 좀 넓게 보면 애거사가 이걸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까 추측하게 되는 게 있다. 그것은 바로 예술가로서 감내해야 하는 ‘희생’이다. 꼭 이 책을 연관 짓지 않더라도 세계대전 중에 책을 펴내는 작가이자 아내로서, 또 엄마로서 애거사는 아마 많은 것을 희생했을 것 같다. 여러 역할을 하는 만큼 신경 쓸 것도 많고 책임감도 배로 느꼈을 테니. 그리고 글에는 작가의 욕망이나 강박관념 등 본인도 인식하지 못하는, 작가를 장악하는 것들이 녹아 있을 테니. 대작가의 생각, 감정, 욕망을 따라가는 일은 즐겁다. 이렇게 줄거리까지 재밌는 책이라면 훨씬 더 즐겁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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