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나무 아래
아이미 지음, 이원주 옮김 / 포레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우리 고향에 이런 말이 있어. ‘우리 남편 늙으면 내가 보살피고, 우리 아내 늙으면 내가 업어주지.’ 넌 늙든 늙지 않든 내가 업어줄게.”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다.

가슴을 떨리게 한다든가 미사여구가 화려한 문장은 아니지만, 70년대의 그 감성이 고스란히 전해지면서도 징치우에 대한 쑨젠신의 마음도 정말 잘 느껴진다.

“넌 내가 책임진다!” “죽도록 사랑해” 이런 말보다 훨씬 더 다정하고, 따뜻하고, 진심어린 것 같다. ㅎㅎㅎ

 

이 책에는 정말 ‘세상에 하나뿐인 착한 남자’가 나온다.

언제나 징치우만 생각하고, 징치우만 걱정하는 쑨젠신. 징치우는 지금 뭘 할까, 지금은 어디일까, 일이 힘들진 않을까, 뭘 사주면 좋아할까, 어떤 음식을 잘 먹을까... 이런 생각만 하는 것 같다. 물론 소설은 징치우의 1인칭 시점이기 때문에 쑨젠신의 이런 고민들과 생각들이 다 표현되진 않지만, 그의 생각은 작은 행동 하나하나로 모두 표현되기 때문에,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안다. (징치우만 모른다. 바보.)

 

사실 처음 읽을 때는 살짝 오글오글하기도 하고,

쑨젠신을 믿지 못하고 끊임없이 의심하고 징치우가 답답하기도 했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으니 내 이런 마음은 모두 먼지처럼 가라앉았다.

 

서로만 보고 사랑하는 어린 연인의 풋풋함이 너무 예쁘기도 하고 끝내 좋은 결실로 맺어지지 못했음이 아프기도 했지만, 인물이 왜 이런 걱정을 할까, 왜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니 보이는 게 있다.

 

문화대혁명으로 어린 아이들부터 권력층까지 싸늘하게 부는 변화의 바람.

(말이 좋아 ‘변화’지 글자 한 자 잘못 썼다고 현행범으로 잡혀가는 게 무슨 ‘변화’고 ‘개혁’이야.)

그럴 때 ‘지주의 자손’인 아버지와 ‘반혁명분자의 자녀’인 어머니 밑에서, 어린것의 마음은 얼마나 불안하고 옴츠러들었을까. '한번 발을 잘못 디디면 천추에 한이 된다'고 늘상 듣고 배운 징치우에게, 연애는 분명 '발으 잘못 디디는 일'이었으니, 외간 남자가 그윽한 목소리로 이름만 불러도 벌벌벌 떨었을 징치우 되시겠다.

 

나 역시 별의 별 걱정과 오지도 않은 불안까지 다 싸매고 앓았을 때가 있어서 그 마음을 이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징치우는 얼마나 씩씩하고 착한지! 내 동생이었으면 머리라도 쓰담쓰담 해주고 싶다. 그런 그녀를 따뜻하게 잘 지켜주라고, 힘을 주라고 하늘에서 쑨젠신이라는 천사를 보내주셨나 보다. ^^

(하늘 님, 저도 착하게 살테니...... 부탁해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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