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두 지평 - 에른스트 블로흐와 위르겐 몰트만의 희망사상
이종인 지음 / 박영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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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있기에 저항하겠노라

희망의 두 지평-에른스트 블로흐와 위르겐 몰트만의 희망사상

(이종인, 박영사)

 

제목 그대로 희망에 대한 책이다. 희망이 없고, 그 전망도 없어보이는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이기에 더 반가운 책이다. 저자는 백석대학원에서 조직신학을, 울산대학교에서 심리와 종교철학을 공부한 이종인 목사다. 그의 공부가 말해주듯 그는 책에서 희망의 철학자 에른스트 블로흐(1885-1977)와 희망의 신학자 몰트만(1926- )을 희망의 관점에서 깊이 그러나 최대한 쉽게 풀어서 비교하고 설명해준다. 덕분에 그토록 낯설고 어렵게만 느껴지던 블로흐와 몰트만에 대해서 배우고 알 수 있어서 참으로 유익했다.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서론, 2장은 에른스트 블로흐의 희망철학, 3장은 위르겐 몰트만의 희망신학, 4장은 블로흐와 몰트만의 사상적 조우, 5장은 희망개념 비교쟁점, 6장은 블로흐와 몰트만의 희망지평 정리, 7-8장은 평가와 제언 그리고 결론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중에서 특별히 블로흐와 몰트만의 생애를 이야기하면서 40년이나 차이가 나는 두 사람의 사상적 조우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말하는 4장이나, 두 사람이 말하는 희망의 공통점과 차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는 6-7장이 좋았다.

 

블로흐의 희망철학에서 인상적이었던 구절은 '희망이 있는 한 저항한다. 저항하는 한 희망이 있다'는 말이었다. 이 말은 저항하지도, 희망하지도 않으며 습관적으로 살아가려던 나의 정신을 확 깨워주는 듯했다. 아마 1960년 알프스에서 블로흐의 <희망의 원리>를 읽고 충격을 받았다는 몰트만의 심정도 비슷했을까?

 

몰트만에게 충격을 준 희망철학자 블로흐의 토대는 세 가지다. 먼저 그는 페르시아 이원론 속에서 성경을 선과 악의 대립의 역사로 본다. 죄와 악의 세상을 창조한 성경의 하나님은 악한 하나님이며, 성경의 역사는 이 악한 하나님을 저항하고 전복하려는 역사라는 것이다.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 승천 사건은 저항과 전복의 대표적인 역사로 부활하여 승천하심으로 예수는 하나님의 지위를 탈취했다는 것이다. 둘째, 그러기에 바람직한 인간은 끊임없이 현실에 저항하면서 전복을 시도하는 인간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가능성 속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진 아직-아님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세째, 이런 끊임없는 시도를 통해 종국적으로 이 땅에 하나님이 배제된 하나님 나라, 즉 인간이 중심이 된 유토피아를 이루어 지게 된다는 것이다.

 

빛과 소금의 기능을 잃어버린 교회와 1,2차 세계대전이라는 엄청난 참화 속에서도 그 참혹하고 부조리한 현실을 직면하면서도 인간의 삶과 희망이 있다고 말하는 블로흐의 희망철학 앞에서 비로소 몰트만의 <희망의 신학>이 시작된다.

 

<희망의 신학>의 근거는 무엇보다 신실하신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의 신실하심은 이스라엘의 역사 속에 나타난 언약의 성취와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서 나타났다. 특히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은 언약의 성취이자 장차 이루실 하나님 나라의 선취의 사건이다. , 하나님께서는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통해 죽음을 생명으로, 절망을 소망으로 바꾸시고 이를 통해 장차 임할 하나님의 나라 모습을 미리 실현시켜 보이셨다는 것이다. 따라서 하나님의 신실하심과 종말론적 미래사건의 선취인 주님의 부활을 믿는 자로서 반드시 희망을 가지고 부조리하고 절망뿐인 현실에 저항하면서 변혁시키는 희망의 의무를 지닌 존재가 그리스도인이고, 교회라는 것이다.

 

똑같이 미래지향적 희망을 말하지만 블로흐의 희망은 철저히 인본적이고, 절멸 혹은 전부의 양자택일적이며, 막연하다. 반면에 몰트만이 말하는 희망은 하나님의 신실함에 기반하며, 현실적, 확증적이다. 저자는 블로흐와 몰트만을 비교 마무리하면서 결론적으로 첫째 성경에 토대한 참된 희망의 신학의 회복, 둘째 종말론적 희망의 윤리의 회복, 세째 하나님 나라를 전하며, 희망의 복음으로 교회가 세상과 소통할 것을 당부한다.

 

아무래도 박사 논문에서 만들어진 책이라 읽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블로흐, 몰트만이라는 쉽지않은 인물을 깊이 파고들어 그들의 사상을 숙성하여 읽기 좋게 정리해 둔 글이라 읽는 내내 쉴새없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특히 블로흐의 철학을 배경으로 살펴보게 된 몰트만의 <희망의 신학>은 희망을 가지고 현실에 저항하며 살아야 할 이유를 알게 해 주었다. 하나님이 신실하시기에,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선취된 미래를 보여주셨기에 이 부조리하고, 답답하며, 도무지 바뀌지 않는 것 같은 절망적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저항하며, 돌파할 수 있는 소망이 생긴 것은 가장 큰 소득이었다. 이제 마음을 담아 말해 본다. 그리스도의 부활 희망이 있기에 저항하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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