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퍼 묵상집
찰스 링마 지음, 권지영 옮김 / 죠이선교회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2014년은 비극적 탈진의 한 해였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세월호 사건과 귀를 막아도 들려오는 교계의 추문들, 낙담과 좌절, 무기력함들. 덕분에 새 달력과 함께 시작된 2015년도 새로움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런데, 챨스 링마 목사의 <본회퍼 묵상집>을 읽으면서 나의 2015년이 비로소 시작되었다. 원래 이 책은 본회퍼(1906~1945)의 글들을 일 년 동안 매일 한 개씩 읽도록 구성된 묵상집이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5일 만에 읽었다. 읽고 보니 365일 동안 매일 한 편씩 읽도록 되어 있는 묵상집은 이렇게 읽는 것도 괜찮겠다 싶다. 처음부터 쭉 읽으면서 먼저 전체적인 은혜를 받고, 또 날마다 곱씹어 가며 다시 읽으면 묵상집을 두 배로 활용하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내게 ‘본회퍼 묵상집’은 원기를 회복시켜주는 따뜻한 죽 한 그릇 같았다. 매 장마다 펼쳐지는 성구 한 구절과 회퍼의 치열한 삶과 목숨이 실린 글들, 그리고 링마 목사의 숙성되고 통찰력있는 주석들이 지친 내 영혼의 상태를 점검하고 돌아보게 하며 새 힘을 얻게 해 주었다. 365개로 이루어진 단편의 글들이었지만 글들이 주는 여운은 결코 단편스럽지 않았다. 적어도 나에게는.

“새로운 세대의 그리스도인들이 깊이 있는 영성을 가지고 철저하게 순종하며, 또한 자신들의 시대가 주는 도전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면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가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이 묵상집을 통해 그들은 디트리히 본회퍼가 주는 영감을 받을 것입니다.”라고 말한 저자 챨스 링마 목사의 바램처럼 이 책은 나에게 다시 한 번 깊이 있는 영성의 추구와 철저한 순종, 그리고 시대가 주는 도전 속에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갈 힘을 주었다.

별표를 하고 밑줄을 친 부분들이 너무 많아서 발췌 인용하는 것이 큰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뒷머리가 시원해질 만큼 인상적이었던 몇 부분을 적어본다. 먼저 침묵과 묵상의 중요성을 말하는 부분과 값비싼 은혜를 받은 그리스도의 제자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말하는 부분이다. “성경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아는 지식이 더 깊어지지 못하는 날은 잃어버린 날이다. 나는 하나님의 말씀만을 확고한 기반으로 삼아 확신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p236).”, “값싼 은혜란 회개를 요구하지 않고 용서에 대해 설교하는 것, 교회의 훈련이 없는 세례, 신앙 고백이 없는 성찬식, 개인적인 죄의 고백이 없는 죄사함이다. 값싼 은혜란 제자도가 없는 은혜, 십자가가 없는 은혜, 살아계시고 성육신하신 그리스도가 없는 은혜다(p21).”“값싼 은혜란 없다. 하나님의 아들을 대가로 치른 생명이기에 이 생명은 우리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그리스도의 길을 걷도록 요청하는 것이다.”

더불어 세상과 직면하여 살아갈 것을 말하는 부분들과 기도를 강조하는 부분이었다. “외부적으로든 내면적으로든 그리스도인이 세상에서 물러날 수 있는 곳은 없다. 세상에서 도피하려는 시도는 곧 세상에 굴복하는 죄와 더불어 값을 치르게 될 것이다(p109).", "교회를 둘러싼 가장 긴급한 질문은 ‘현대 세상에서 어떻게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 수 있는가?’라는 것이 매일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p178)", “사단은 많은 미사를 행하는 호화로운 교회보다도 초가지붕 아래에서 기도하는 교회를 더 두려워한다(p285).”

정말 “도움을 주기보다는 혼란을 일으키고, 은둔의 경건보다는 ‘현실 세상’을 지향한 묵상들”이기에 쉽게 읽히지 않는 부분들이 많은 책이었다. 하지만 회퍼의 생애가 담긴, 그리고 그의 발자취들을 올곧게 따라간 찰스 링마 목사의 곡진한 되새김이 있는 글이었기에 섬광처럼 다가오는 책이었다. 회퍼와 그의 묵상집을 길잡이삼아 말씀과 더불어 나아가는 2015년이 되길 기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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