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습관 - 도리스 레싱 단편선
도리스 레싱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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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요, 당신은 그저
사랑이 습관이 되었을 뿐이에요.”


타성에 젖어 하루를 살고,
습관처럼 사랑하는 사람들...
폐허가 되어버린 마음과 일상을 그려낸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도리스 레싱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도리스 레싱의
1950년대 초기 단편소설을 모은
사랑하는 습관이 출간되었다. 
한국에서는 모두 최초로 소개되는 단편들로
1994년에 출간된 책에 담긴 소설
20편 중 9편을 묶은 것이다.
  (이 책에 담기지 않은 소설 11편은
2018년 7월 19호실로 가다라는 제목으로
문예출판사에서 이미 출간됨)


<사랑하는 습관>이란 제목은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 있을 것 같았다.
1950년대에 쓰여진 사랑은..
지금과는 다를까?
궁금했다.



사랑하는 습관
그 여자
동굴을 지나서
즐거움
스탈린이 죽은 날
와인
그 남자
다른 여자
낙원에 뜬 신의 눈



9개의 단편들에서는 사랑을 습관처럼 여기는 남성의 모습 뿐만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황폐해진 유럽의 모습을 배경으로 당시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을 짐작할 수 있는 글이 섬세하고 대담하게 표현되어 있다. 레싱은 전쟁 직후 폐허 속에서 살아남은 인물로 당시 상황을 사실적이고 적나라하게 묘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글 속에서는 레싱의 정치적 성향과 이념을 느낄 수 있는 대목도 있다.


<사랑하는 습관> 중 ㅡ

조지는 오래전에 헤어진 연인 마이너를 잊지 못하면서도 이혼한 아내를 다시 곁에 두고 싶어한다. 사실 이혼한 이후에도 끊임없이 사랑은 해왔다. 재혼에 실패한 조지는 외로움에 괴로워하다가 서른살의 나이차가 나는 보비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사랑이라고 말할 수 없는...단지 외로움에 누군가가 필요한 습관적인 사랑에 불과했다. 새 부인 보비 또한 젊은 남자배우와 사랑이 이뤄질 수 없음을 깨닫고 조지와 마친가지로 의미없는 결혼 생활을 지속한다. 보비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모습을 느끼게 되는 조지... 조지와 보비의 모습처럼 감정없이 습관적으로 찾는 사랑은 지금 사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외로움에  습관적으로 찾게 되는 사랑을 보니 참 씁쓸했다.



<그 남자> 중 ㅡ

애니는 바람난 남편 롭을 원망하면서도 그를 곁에 두고 싶어 한다. 경제 생활과 집안일을 도맡아 했던 애니는 참지 못하고 롭과 이혼했지만, 여전히 그가 없으면 자신의 인생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어쩔 수 없는 자신의 마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그를 곁에 두고 싶다면 이 생각을
반드시 억눌러서 다시 올라오지 못하게 해야 했다. 그녀는 마침내 깨달았다.
그가 없으면 자신의 인생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p172)


이 말에 동의한다.
내가 그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포기하던지, 이해하던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다른 여자> 중ㅡ

로즈는 하루아침에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충격에 3년 동안 만나 결혼을 약속한 조지에게 이별을 말한다. 그리고 한달 후, 조지의 결혼 소식을 듣게 된다. 이 일은 1938년쯤 일이다. 로즈는 아버지를 모시며 저금도 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간다. 그러던 중 전쟁이 터졌다. 로즈는 전쟁을 위해 무언가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탄약공장으로 일터를 옮긴다. 전쟁의 끝이 멀지 않았던 어느 날 밤, 집으로 가는 길... 전쟁의 폭격으로 아버지까지 사지가 찢겨 사망한다. 아버지까지 사고로 잃게 된 로즈는 폐허가 된 마을을..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자신의 집을.. 떠나지 못한다. 가족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집을 떠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위험한 폐허를 떠나지 못하는 그녀를 안쓰럽게 보는 한 남자 지미~!! 로즈는 자신을 걱정해주는 이 남자에게 결국 마음을 열게 되고 의지를 하며 새 희망을 품는다. 로즈는 물심양면으로 지미를 지원하며 그와의 결혼을 꿈꾼다. 그러나 로즈의 무한한 사랑에 대한 답은 지미가 전 부인과 이혼하고도 그 사실을 숨긴 채 결혼을 미뤄왔고, 끊임없이 다른 여자를 찾고 있으며 지금도 로즈가 아닌 다른 여자를 만난다는 사실뿐이다.


여자들은 항상 결혼을 원하지.
뭣 때문에 결혼을 원하는 거야?
지금도 우린 행복하잖아.
지금도 사랑하잖아.
결혼은 지금의 생활을 망쳐버릴거야.(p230)


로즈는 불행했다. 하지만 꿋꿋이 살아갔다.
꼭 닫고 있었던 마음을 겨우 열었는데
지미는 사랑이 익숙해지면 따분하게 느끼고
일부다처제를 운운하며
또 다른 사랑을 찾아가는 인물이다.
글의 말미에는 반전이 살짝 있었지만
그것 또한 쉽게 공감이 가지는 않았다.

전쟁으로 남자들이 많이 죽고
여자들이 남아도는 상황이라 가능한
이야기일런지도...

하지만 로즈가 더이상 슬퍼하지 않고
새로운 삶을 갈망하고 꿈꾸는 모습은 좋았다.



9개의 이야기 <사랑하는 습관>을 읽으며ㅡ

도리스 레싱의 섬세하고
예리한 관찰력이 드러나는 9개의 이야기는
다르면서도 연관되어지는 느낌이 들게 하고,
과거와 현재의 사랑에 대해
시대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별반 다르지 않는 모습이 느껴졌다.

사랑을 하고 있지만 익숙함으로
때론 공허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더 외로움이 느껴지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습관이 되어버렸다는 건
어찌보면 슬픈 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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