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부터 함께해온 두 사람이, 한쪽은 끊임없이 대시하고 한쪽은 꾸준히 회피하며 길고 긴 밀당을 이어오다 결국 서로의 소중한 연인으로 이루어지는 이야기다. 가업이 야쿠자라 친구도 없이 고독한 늑대마냥 살아온 수의 유일한 친구인 공. 수를 이해하고 온전히 받아들이며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공이 아닐까. 남들에겐 유능하고 카리스마넘치는 부두목이지만 공에겐 유일하게 어린애같이 감정을 드러낸다. 공이 끈질기게 쫓아다니고 반 협박에 가깝게 관계를 이어왔지만, 사실 수의 성격상 진짜 애정이 없었다면 그렇게 놔두지 않고 바로 잘라냈겠지. 소중하기 때문에 멀리하는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됨. 2권까지 보니 제목이 왜 칼날과 검은 모란인지 알 것 같네. 흉터와 문신의 색까지, 수에게 공의 의미는 그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중요한 게 아닐까. 어쩌면 공보다 수의 집착이 더 강하고 질긴 게 아닐까 싶기도. 하긴 회상신을 보면 수가 공을 좋아했던건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래된 것 같으니까. 결국 이 작품도 짝사랑이 아니라 쌍방이구나. 잘됐군 잘됐어.
이제 수인물은 일종의 장르화가 된듯. 특히 늑대나 개과 동물의 수인이 많이 등장하는데, 멋지고 잘생기고 귀엽고 절륜한데 한 사람만 바라보는 충성스러운 애정이 비엘에 잘 맞기 때문인듯.(그리고 늑대는 본래 일편단심에 일부일처로 유명하니까)표제작은 그런 늑대의 특성이 잘 반영되어 온건하고 귀엽고 순정적으로 전개됨. 새로 이사온 곳의 이웃인 늑대수인과 알콩달콩 연애하는 이야기. 수인의 특성상 거시기가 커서 넣기 버거워하거나 사정하면 거의 폭포수인게 아주 로망적이라 좋음. 근데 그래선지 공이 넘 조심스러워해서 수와 난 욕구불만(...) 그와중에 늑대인간의 필수코스(?) 풀문 에피소드가 등장해서 갈증을 좀 풀었다. 보너스페이지의 망상이 실현됐다면 더 좋았을듯.두번째는 소꿉친구 짝사랑 성취기. 헤테로인 친구를 오래 짝사랑해온 게이가 마음을 들키고 절망하려던 찰나 선뜻 받아들이는 상대에게 얼떨결에 섹스에 사귀기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됨. 둘이 오래 알아온만큼 새삼 실망하거나 깬다거나 할 부분이 없을텐데도 신경쓰여 조심하려하는 게 좀 귀여웠다. 공은 짝사랑이 오래되선지 아님 헤테로가 상대라선지 좀 신경쓰고 조심히는게 있는데 수가 의외로 꽤 적극적.(소극적이라 잘 차인다는데 읭 대체 어디가..? 응석은 인정) 헤테로라며 너와 난 다르다고 선을 긋는 듯한 태도에 외려 실망하고 시무룩한게 귀엽다.세번째는 맥시멀리즘 수가 끌어안은 수많은 쓰레기들 중 가장 쓰레기인 남친을 버리게되기까지의, 조금 이상하고 신기한 이야기. 촉수와 식물플(..)은 인상적이었다. 그게 수의 망상인지 아닌지 애매모호. 아무튼 쓰레기든 뭐든 멋대로 버리거나 주인 의사하고 상관없이 처분하는건 나쁘다는 교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