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참 맘에 드는 수였다. 다들 알파로 발현할거라 믿어 의심치 않을만큼 듬직하고 늠름한 오메가 수. 어릴적 자길 강간하려던 알파들 강냉이를 털어버리고, 경찰이 되어선 17대1로 싸워 이길 만큼 강인하고 남자다운 수 좋다. 무표정하고 감정기복이 적어 겉으론 티가 잘 안 나는데, 공에 대한 얼빠기질(..)은 숨기지 못하는게 귀엽다.
형질인들이 일정 나이가 될때까지 연인이 없으면 정부에서 매칭을 돌려 강제로 짝을 지어주는 비인간적인 세상이다. 수는 열성이라 페로몬도 잘 안나오고 히트도 약한데다 너무나 알파스러운 외형을 갖춰 연애와는 담을 쌓고 살았다. 그런 그도 결국 강제 매칭을 당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유명 배우인 공이었단거. 공은 딱히 수와의 결혼에 기대도 없고 그저 빨리 의무를 이행하고 벗어날 생각에 이혼에 유리한 계약서를 내밀고 수 역시 동의한다. 3년간 결혼생활을 유지하다 임신이 되지 않으면 깨끗이 갈라서기로 한 두 사람. 근데 자꾸 임신시키고싶다는 듯이 집요하게 구는 공이 이상하다.
얼빠라 공한테는 하염없이 약한 수가 공이 하자는대로 묵묵히 따르는 게 살짝 찌통이었다. 공은 수를 갖고놀다시피 하면서 제멋대로 구는데, 가끔 수가 뜻대로 되지 않아 안달하고 초조함을 느끼는게 전형적인 입덕부정공의 모양새였다. 저러다 쟤 크게 데이지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수를 기만하고 속여왔던 게 마지막에 공의 뒤통수를 때리면서 자승자박 사면초가의 상황에 놓인다. 공의 예쁜 얼굴이 눈앞에 있으면 마냥 좋아서 하라는대로 다 해줬던 수였지만, 공이 끝까지 자신을 속이려 드는 것에 단호히 미련을 끊어내고 돌아선다. 공이 절절히 후회하고 수에게 매달리는 게 더 보고싶었는데, 수의 상황이 공 없이는 위험할 정도로 악화된데다 수가 그리 모질지 못한 성정이라 비교적 쉽게 곁을 내준 느낌이 든다. 그래도 공이 수의 무덤덤하고 싸늘한 태도에 상처받고 나름 마음고생을 꽤 하긴 함.
공의 배경이 어마어마한데다 연예계 들어와 볼꼴 못볼꼴 다 보면서 살아왔어서 사랑에 회의적인 게 이해가 되긴 했다. 냉소적이고 이기적이던 공이 수에게는 다른 사람처럼 뜨거워지는게 좋았음. 우위에 있다는 자신감으로 상대를 마구 휘두르던 남자가 되려 안달복달하며 매달리게 되는 관계의 전복에서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간만에 재밌게 본 후회공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