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가 작품답게 산만하고 정신없고 엉뚱하고 야하다. 완벽한 남자처럼 보이지만 속알맹이는 어리광쟁이에 바람둥이 수가 후배이자 비서인 순정계략공에게 홀랑 잡아먹히는 이야기다. 8년동안 짝사랑하며 존버한 공의 순정이 대단하다. 수가 밤마다 여자 끌여들이고 섹파를 몇명씩 두는데도 묵묵히 곁에서 보좌하다니. 아무리 계획적이었다 해도 그렇게 오랫동안 티도 안내고 그 환장할 연애편력을 참아넘기다니, 끈기와 인내심이 신급인듯. 뭐 그 인내도 결국 수의 무자각 도발에 무너지고 말지만.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해 애정결핍에 허덕이는 수를 가족보다 지극정성으로 돌보며 전적으로 의존하게 만든 공의 계략적인 면이 꽤 음습하긴 한데... 수가 달라붙기만 해도 빨개져서 어쩔줄모르는 얼굴을 보면 애가 모태솔로답게 순진해봬서 걍 귀엽게노는구나 싶어진다. 시도때도없이 아무데나 흘리고다니는 바람둥이 수도 워낙 천진난만해서 미워할수가 없고. 자각 못했을 뿐 알고보면 쌍방이었다는 반전도 클리셰지만 좋았음. 수 부모가 좀 이해가 안가지만.. 가족문제는 워낙 가볍게 지나가서 흐린눈하게 됨. 화이트칠이 환상적으로 잘된 씬도 만족스럽고(윤곽이 대단해..) 개그도 어이없게 웃겨서 취향이었고 여러모로 즐겁게 본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