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감금은 맞는데 너무 부러운 감금이다. 내 집보다 훨씬 좋은 휘황찬란한 저택에서 영양과 맛을 고려한 진수성찬을 삼시세끼 꼬박꼬박 받아먹고 tv며 게임이며 만화책 소설책 온갖 놀거리를 양껏 제공받으면서 하루종일 뒹굴거리다니. 집순이 입장에선 이보다 더 좋은 천국이 없는데.
수는 천애고아인데다 비빌 언덕도 하나 없어 그저 열심히 공부해 장학금 타고 알바로 생계를 잇는 가난한 대학생이다. 사회생활 잘해서 대학 무사히 졸업하고 좋은 회사 취직해 잘 살려고 하다보니 저절로 교수한테 눈도장찍히고 선후배동기 할것없이 찾아대는 인싸가 되어버림. 그게 많이 고달프고 피곤하지만 내색하지 않으며 살던 차에, 자신과 정반대로 돈 얼굴 체격 다 되는데 성격만 안되서 자발적 아싸인 공을 보게 된다. 특이한 후배라고 생각했지만 접점이 없어 관심두지 않았던 차, 술자리 참석한 공에게 어쩌다보니 신세를 지는데, 술 깨고 나니 모르는 집에서 자고 있네? 돈많은 잘생긴 후배는 왜 자길 기억 못하냐고 화를 내네?
여기서 재회 키워드가 끼어든다. 수는 까맣게 잊고 있었던 공과 수의 과거지사. 어릴적의 모종의 사건으로 말미암아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공은 수에게 집착하고 그에게 복수하겠다 벼르지만,정작 하는 짓은 헌신과 보호에 가깝다. 처음엔 긴장했던 수도 안락한 감금생활에 적응해 경계심을 쉽게 허물어뜨리고 그간 아등바등 사느라 깨닫지 못했던 자신 안의 욕구와 나태한 본성을 깨닫는다. 그걸 다 충족시켜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공이니 푹 빠질 수밖에.
수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집착하며 불안과 불면에 시달리는 공. 그를 과거와 현재의 트라우마에서 풀어주고 싶은 수. 제목은 단순히 라임을 맞춘 게 아니라 주제를 내포하고 있는 거였네. 외부의 위기는 쉽게 정리되지만 진짜 문제는 공 내면에 있어서, 그걸 끄집어내고 풀어내느라 고생을 좀 하지만 결국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러면서 수의 오랜 부채감도 씻어내는 엔딩이 좋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