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으로 시궁창을 그리시네. 잔인한 작가님. 표지 보고 방심했는데 뒤통수가 얼얼하다. 근데 또 아주 끔찍하진 않은게 신기해. 두 사람의 과거는 처절하고 음울하지만, 함께하는 지금은 따뜻하고 다정해서 그런건지도.1권에서부터 지금까지 수는 구제불능의 쓰레기같이 빌붙어 살지만 그래도 이젠 뭔가를 해보려는 의욕이 생겼다. 1권에선 저러다 죽을까봐 걱정될 정도였는데 지금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니 기운이 넘쳐. 애정결핍으로 목말라하던 그에겐 그와 똑같이 결핍되어있는 공이 누구보다 잘 맞는 상대일듯. 반면에, 1권에서 수의 절망과 고독을 이해하고 그를 일으켜세워주던 공은 자신의 과거와 연관된 사람과 마주치고 가파르게 무너진다. 그토록 피하려하고 도망치려했던 사람, 어쩌면 그 자신의 과거 그 자체일 남자는 공의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키고 혼돈을 부추긴다. 만약 혼자였다면 완전히 파괴됐을테지만 수가 곁에서 지탱해주는 덕분에 가까스로 살아내는 공. 마음이 통하고 서로를 소중히 여기게 된 둘이 알콩달콩 닭털도 날려가며 평범하고 다감한 행복을 누리는걸 보면서도 폭풍전야처럼 불안하더니만 마지막에 아주아주 불길한 암시를 주고 끝난다. 과연 둘이 무사히 행복해질 수 있을까? 괴롭고 힘들게 가더라도 결말은 부디 제목처럼 '해피'하길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