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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주택 디자인 도감 - 삶을 생각하는 집짓기
이시이 히데키 외 지음, 나지윤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의 주택 사례집들을 찾아 읽는 것을 대체로 좋아하는 편인데 이 책 역시 보면서 즐거움을 가지고 볼 수 있었다. 이 책에 나온 얘기는 아니지만 읽으며 개인적으로 느낀 점을 몇 자 적어본다.
우선 쭉 훑어보며 느낀 일본주택의 주요한 경향중 하나는 중정의 설치를 들 수 있을것 같다. 주택의 긴밀화로 사생활 확보가 담보되지 않는 요즘 파사드에 채광과 환기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창의 크기를 축소시키고 심지어 아예 없애버리는 대신 중정을 두어 어느 실내에서든 빛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이끌어낸다. 덕분에 대지위에 얹힐 주택의 향은 덜 중요하게 되었다.
요새 주택 트렌드는 디테일의 강화와 난방효율의 증대로 과거처럼 남향만을 고집하기 보다는 더 좋은 풍경을 찾아 주택을 배치하는 관망의 요소를 제일 중요히 여긴다. 오히려 균일한 햇빛을 받아들이는 점에서 북향으로 설치하는 사례도 증가하는데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지역에서는 그 유행과 사람들의 선호도가 많이 뒤쳐져있다. 물론 과거의 일이긴 하지만 한강을 앞에 두고도 북향에 대한 거부감과 기술적문제 등으로 한강을 등지고 서있는 아파트들을 지금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방의 몇몇 사례와 전원주택등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도시에서 아파트 주거형태에 적응하여 살고 있는데 덕분에 도시에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 대다수는 거의 비슷한 평면 속에 살고 있다. 20평대, 30평대, 40평대의 아파트들은 거의 대동소이하며 남향에 면한 실의 개수에 따라 3베이,4베이등으로 마케팅에 치우치고 있어 남향 선호도는 줄곧 이어져 오고있다. 보안과 시설관리의 편리함을 제외하면 아파트가 우수한 부분은 거의 없는데도 과거 80-90년대처럼 아파트 주거형태를 선호하는 것이다.
개성있는 공간에 그 가족의 성향에 맞는 공간에 사는게 아니라 공장처럼 찍어 나온 기성품에 살고 있으니 창의성은 사라지고 친구네 방문하거나 집들이를 가도 내 집처럼 공간이 익숙하고 새롭지 않다. 그런 공간속에 우리 미래 아이들도 살아갈테니 조금은 답답하기도 하다.
다른 나라 특히 일본의 주택 사례는 그래서 여러가지로 신선하다. 협소주택도 꽤나 나오는 편인데 우리나라 아파트 세대가 가지고 있는 평수와 대지지분을 합친 면적보다 적은 대지면적으로도 더 넓고 다채로운 공간을 만들어낸다. 공간이 수평에 그치는 우리네 아파트 단위세대에 비해 실내에 계단을 두어 수직으로도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주택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좁지않고 다양한 공간들의 향연을 볼 수 있다.
그 개인의 성향에 맞는 공간에 산다는 것. 이른바 수제 제품의 우수한 측면을 우리 사회는 잃어버리고 있는 것 같다. 비단 주택뿐 아니라 빵집을 비롯한 식료품도 그렇고 의상등의 패션도 그렇다. 의식주 모두 공장제품처럼 천편일률적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결국 이러한 현실은 개인의 개성상실로 이어지고 창의성의 결핍을 불러온다.
공간의 경험을 과소평가하기 쉬운데 천정 높이만 커져도 창의성이 증진된다는 기사들도 얼마전 나왔던것처럼 알게 모르게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복층오피스텔 일부를 제외한 우리나라 아파트 실내공간 대부분이 천정높이 2.3m로 획일화 되어있다. 이런 공간에서 그나마 개성을 찾는일은 가구등과 실내인테리어로 변화를 주는 일뿐이다. 다채로운 주거 공간 경험의 한계는 있지만 그나마 나를 채워갈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은 될것이다. 성에 안차지만 ....
어렸을 적 주택에 살았던 시절에는 편리함때문에 아파트에 살고 싶었는데 아파트에 오래 살아보니 새삼 주택에 살던 때가 그립다. 그때 그 공간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공간에서 책도 보고 놀기도 하며 정원에서 테이블 펴놓고 밥도 먹었던 그 공간들이 그립다. 이래서 건축은 기억의 그릇이기도 하다. 이런 기억들을 도시안에 살고 있는 우리 미래세대 아이들에게도 남겨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