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세상을 바꾸다 - 세상을 움직이는 미술의 힘
이태호 지음 / 미술문화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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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미술이 일반인보다는 특수층을 위한 고급 예술로 격상되어 미술관과 화랑에 갇혀 스스로의 역량을 제한하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저자는 그런 미술과 일상의 거리를 좁히는데 일조하고자 이 글을 썼다고 한다. 미술의 대중화를 통해 대중의 인식과 감각을 고양시킬 수 있는 상향 지향의 미술로 인지시키고자하며 현실의 변화와 삶을 반영하여 인간의 지성과 감각을 일깨우고 그 가능성과 존엄성을 각성시키는 살아 움직이는 미술을 좋은 미술이라고 소개하며 그와 관련한 몇몇 작가들을 소개한다.

목차에서 볼 수 있듯이 미술이 미술관 밖으로 나와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그들을 감동시키고 변화시킨다던가 세상의 관행에 맞서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소개하고 미술이 시대를 어떻게 반영해 왔는지 시대에 따른 고난과 억압에 어떻게 대응해왔는지 미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한 흔적들을 읽을 수 있다.

책을 보며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작가들을 몇 명만 소개하고자 한다.

대도시의 노숙자 수용소에 사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일종의 방과후 학교를 만든 슈팅백 프로젝트의 창시자 짐 하버드는 정년퇴임한 사진 작가들을 자원봉사자로 영입하고 중고 카메라도 사들여 이 아이들에게 사진 찍는 법들을 가르쳤다. 종국에는 열 살 안팎의 아이들이 촬영한 사진들을 가지고 전시회도 열어 큰 호응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인디언 보호 구역으로 확대하여 아메리카 대륙의 소외된 인디언들을 대상으로 이 프로젝트를 적용시키기도 했다.

네덜란드에서 온 쿨하스와 우르한은 범죄의 온상이 된 브라질의 파벨라 지역에 벽화를 그리며 슬럼가의 환경을 개선시켰다. 이 파벨라 페인팅 프로젝트라 불리는 작품활동도 인상적이다. 전세계 언론에 소개되기도 한 이 프로젝트로 인해 일부는 관광코스로까지 확대되고 지역경제까지 활성화시켰다.

게릴라 아티스트 뱅크시는 영국과 미국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얼굴을 숨긴 채 활동하는 길거리 낙서 화가이지만 이제는 영국에서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손에 꼽히는 작가 반열에 올라선 인물이다. 그는 인류와 그를 둘러싼 환경과 조건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폐쇄적인 작가주의를 뛰어넘어 미술관과 화랑이라는 공간과 기존 제도에 얽매이지 않고 기존의 미학과 개념에 구애됨 없이, 심지어는 위법과 합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대중과 적극적인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그의 저항과 비판 정신은 그를 활동하는 적극적인 운동가로까지 보이게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서 뱅크시와 다음에 소개할 팀 롤린스가 가장 인상깊은 작가였다.

팀 롤린스는 Tim Rollins + K.O.S (kids of survival) 그룹명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이다. 그는 뉴욕에서도 비교육적 환경으로 악명이 높은 사우스브롱스의 공립중학교 미술교사로 부임했던 인물이다. 그는 이곳에서 일반적인 공립학교의 미술교육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다른 방식으로 교육을 시작한다. 난독증을 가진 학생들과 주의가 산만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미술을 통한 글 읽기라는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학생들과 함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 한권을 선정해 학생들과 함께 정해진 단락을 읽고 그 내용에 대해 토론하고, 거기에서 떠오른 이미지를 스케치북 같은 종이위에 그려보게 하는 방식이었다. 그 이미지들을 책장위에 그려 넣게 했고 읽기가 끝난 책은 분해되어 그림이 그려진 책장들은 나날이 늘어났고 그 책장들을 캔버스에 붙여 그 자체로 커다란 그림이 되게 한것이다. 그렇게 방과후 학교로까지 확대된 그의 수업은 곧 창작활동이 되었고 수많은 전시회를 통해 그들의 작품들이 알려지게 되었다. 책장 위에 그려진 이미지들이 그 책에서 가장 중요한 이미지라고 말할 수 있게 꾸준히 연관시켜 작품활동이 진행된다. 많은 아이들의 삶이 바뀐건 물론이고 이 프로젝트가 전달한 희망의 크기는 무척 강렬하다.

그 외에도 수많은 작가들이 소개되는데 미술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사례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인상적이었다. 순수예술도 좋지만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는 예술이야 말로 살아있는 예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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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3-19 1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는 정부의 높은 어르신들 때문에 뱅크시 같은 예술가들이 나오기 힘들어졌어요.

bachgram 2016-03-19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게다가 뱅크시같은 예술가가 나오기도 전에 집값 걱정하는 사람들때문에 그런 그림들이 보존이나 될수는 있을지 의문도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