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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없는 세상의 아들들
고혜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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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헤파이스토스였다

상처 입은 신이라니.

버림받고 절뚝거리는 몸으로 신들의 무기와 장신구를 만들어 냈다니.

상처를 견디는 것만으로도 고단한데, 그 상처의 자리에서 무언가를 만들어 내며 살아가는 신이라니.

헤파이스토스는 읽는 내내 마음에 걸렸다.

예전에 읽었던 신화에서는 헤르메스와 디오니소스가 많이 와 닿았다.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내는 헤르메스, 억압된 몸과 감정을 풀어내고 환희를 깨우는 디오니소스. 그때는 아마도 자유롭고 싶었고, 어디든 넘어가 보고 싶었고, 굳어진 것들로부터 풀려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 아버지 없는 세상의 아들들을 읽으면서는 뜻밖에도 헤파이스토스가 오래 남는다. 같은 신화를 읽는데도 왜 이번에는 다른 신이 나를 붙잡는 걸까. 내가 지금 서 있는 자리가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예전에는 경계를 넘고 해방되는 힘이 필요했다면, 지금은 상처를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에 눌려 있지 않고, 그 자리에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힘을 더 오래 바라보게 된다.

헤파이스토스는 어머니에게 버려지고, 신들의 세계에서 밀려나고, 온전하고 아름다운 몸을 가진 신들과는 다르게 절뚝거리는 신이다. 그런데 그는 상처 입은 자로만 머물지 않는다. 대장간으로 가서 불을 피우고, 쇠를 두드리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

상처를 창조성으로 바꾼다는 말은 얼마나 뜨겁고 고독한 일일까. 상처가 있다고 저절로 작품이 되는 것은 아니고, 아팠다고 저절로 깊은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상처의 자리에서 불을 견디고, 반복해서 두드리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시간 속에서도 자기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래서 헤파이스토스는 더 애틋하다.

마침 이 책을 읽는 동안 헤파이스토스의 이미지와 닿아 있는 듯한 꿈도 꾸었다. 꿈속에는 상처와 벌레, 아버지, 견뎌야 한다는 말, 그리고 내가 던지지 못하고 붙들고 있던 불쾌한 감각이 있었다. 책을 읽지 않았다면 그 꿈을 그저 징그럽고 이상한 꿈으로만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헤파이스토스를 읽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 꿈 앞에서 조금 다른 질문을 하게 되었다.

나는 무엇을 견디고 있는가

견디는 것과 계속 붙들고 있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

내가 상처라고 부르는 것 안에는 무엇이 아직 살아 있는가.

그리고 나는 그 상처로 무엇을 만들어 내고 있는가

이 책은 그리스 신화 속 남신들을 설명하는 책이지만, 읽는 사람에게는 결국 자기 안의 원형을 만나게 하는 책이다.

같은 책도, 같은 신화도, 내가 어떤 삶의 자리에 서 있는가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 예전의 나에게는 헤르메스와 디오니소스가 말을 걸었다면, 이번에는 헤파이스토스가 조용히 내 앞에 앉아 있었다. 상처를 없애겠다고 하지도 않고, 상처가 너의 전부라고 하지도 않은 채, 그저 불을 피우고 자기 일을 하는 신.

 

신화는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내 안에서 어떤 힘이 움직이고 있는지를 알아보게 하는 언어라는 것을 다시 느끼게 해 준 책이다.

 

지금 내 안에서는 어떤 신이 말을 걸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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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알면 삶이 편해진다
신애자 지음 / 좋은땅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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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쓰면서 다시 알았다. ‘편안해진다..’가 아니라 편해진다.’ 였다.


편안해진다는 편안하긴 하지만 막상 삶에서 편하지는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편해지는 건 삶에서 드러나는 상황이라 편해진다가 좀 더 이 책에 어울리는 제목이겠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책은 많다. 하지만 실제로 삶이 편해지는 것과는 또 별개의 문제 아니던가..

이 책은 심리학이나 상담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아프게 분석해서 나를 몰아세우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지만 외면했거나, 찾지 못해 어지러웠던 조각들을 찾아내어 어떤 모양이며 그 자리가 어디인지, 그리고 어디에 두고 어떻게 다른 조각과 맞춰서 놓으면 좋을지... 스스로 알아차리게 한다. 이렇게 알게 된 내 마음의 조각들은 퍼즐처럼 제 자리를 찾게 되고 한 번 맞춰 본 조각들은 혹시나 마음이 흔들려도 다음에 좀 더 빨리 제자리를 찾는 방법을 알게 된다. 책의 목차만 봐도 수많은 퍼즐을 찾는 즐거움이 있다. 자신이 궁금한 퍼즐 조각을 먼저 찾아 읽어도 좋겠다. 나와 너의 마음을 알고 관계를 알고-삶의 지혜를 배우고-자연에서 삶의 의미 배우기로 이어지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내 삶이 꽤 멋진 퍼즐들로 완성이 된다.

 

저자의 온화하고 다정한 문체에 마음이 울컥하기도 한다.

 

내가 자라면서 매일 밤 잠자리에서 엄마에게 이런 이야기를 조금씩 나눠서 들었다면

좀 더 용기 있는 사람으로 자랐겠지만, 이제는 매일 밤 조금씩 나눠 읽으며 스스로 용기를 내는 사람이 되어간다. 군대에 간 아들에게도 이 책을 엄마의 마음과 함께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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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맘 2025-09-19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감사합니다 .이렇게 마음과 정성을 다모아 서평을 써주신 독자님!
독자님의 마음에 제가 다 울컥합니다.
 


1. 계몽의 개념

2. 부연 설명 1 오디세우스 또는 신화와 계몽

3. 부연 설명 2 줄리엣 또는 계몽과 도덕

4. 문화 산업: 대중 기만으로서의 계몽

5. 반유대주의적 요소들: 계몽의 한계

6. 스케치와 구상들

‘사실에 정통함’에 반대하며 /두 개의 세계/지배로 변하는 이념/ 유령에 관한 이론/ 어쨌든 마찬가지다/ 동물심리학/ 볼테르를 위하여/ 분류/ 눈사태/ 교통에 의한 고립/ 역사철학 비판/ 휴머니티의 기념비/ 범죄자의 이론/진보의 대가/ 공허한 경악/ 육체에 대한 관심/ 대중 사회/ 모순들/ 개인적인 관찰/ 철학과 노동 분업/사유/ 인간과 동물/ 프로파간다/ 우둔함은 어떻게 생겨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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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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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서론이 있다. 보통 ‘서시‘ (0詩, prooimion)라고 부르는 부분이다.
 『일리아스』의 경우, 작품 전체의 첫 단어는 ‘분노를 이고 첫줄 마지막 단어가 ‘아킬레우스의‘ 이다. 이 두 단어 ‘아킬레우스의 분노가그 작품 전체의 주제를 이룬다. 그러니까 『일리아스는 트로이아 전쟁전체를 다룬 것이 아니라, 그 전쟁 10년째에 있었던 아킬레우스의 분노 사건을 다룬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오뒷세이아』 전체의 첫 단어는 ‘남자에 대하여‘ 이다.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는 첫 부분의구조가 매우 유사한데, 『일리아스의 앞부분이 아킬레우스의 분노‘라는 말을 꾸며 주는 구절(형용사절)로 이어지듯이, 『오뒷세이아』에서는
‘남자‘를 꾸며 주는 구절(형용사절)이 이어진다. 여기서 그 첫 부분을보자.
그 남자에 대하여 내게 말씀해 주소서, 무사 여신이여, 꾀가 많은 그사람, 트로이아의신성한 도시를 파괴한 뒤 정말 많이도 떠돌아다닌 그 사람에 대해,
그는 수많은 사람들의 도시들을 보았고 그들의 마음가짐을 알았으며,
바다에서는 자신의 영혼과 동료들의 귀향을 구하려다가 그 마음에많은 고통을 당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원했지만 그는동료들을 구하지 못했으니, 그들은 자신들의 생각 없음 때문에파멸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 어리석은 자들은 헬리오스 휘페리온의소들을잡아먹었고, 그리하여 그 신이 그들에게서 귀향의 날을 빼앗아 버렸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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