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로 나이든다는 것 - 민담, 전설, 신화로 들려주는 나이듦의 여섯 가지 여정
앤 G. 토머스 지음, 박은영 옮김 / 열대림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 해인가부터 '동안' 열풍이 부는 것 같다. 실제 나이보다 훨씬 어리게 보이는 사람들이 앞 다투어 텔레비전에 나타나 자신이 젊게 관리한 얼굴을 자랑스럽게 소개한다. 어려보이는 얼굴은 그 사람의 완벽한 자기관리를 보여주는 동시에 타인의 부러움을 사게 한다. 나도 다른 사람의 부러움을 사기 위해, 동안으로 소개된 사람이 알려준 '비법'을 남몰래 따라하곤 한다. 그런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멍하니 바라보다 한 가지 느낀 점은, 유독 동안을 자랑하는 사람들 중에 여자가 많다는 사실이었다. 50대 여자가 20대 여자처럼 보이는 게 너무나 아름답고 칭찬할 만한 일일까? 제 나이 대에 맞게 아름답게 나이 들어 간다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 것일까?

 

앤 G. 토머스는 삼십여 년 동안 중년 여성들을 중심으로 심리치료를 해온 전문가이다. 그녀 역시 어느 날 화장실 거울을 바라보다 너무나 나이든 여자를 발견하고는 한 마디 말을 건넨다. "너, 늙었구나."

늙어가는 자신의 얼굴 앞에 태연할 수 있는 여자가 몇이나 될까. 늘어가는 주름살에 질색하는 이유 역시 나이 들어간다는 것 때문일 테고 나이 들어가는 것은 곧 죽음과 연결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책의 저자는 민담, 신화, 전설속의 이야기와 실제 상담했던 사례들을 접목시켜 나이듦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준다. <영원히 살고 싶은 여자>와 관련된 이야기를 읽으면서 제일 깊이 감정이입을 했는데 아마 그 이유는 내가 요즘 고민하고 있는 것과 맞닿아 있기 때문 일거다. 왜 나이 드는 것을 무서워할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이들 수록 '죽음'과 가까워지기 때문이었다. 왜 죽음을 두려워할까. 내 경우에는, 아무것도 이뤄놓지 못했는데 어느 순간 죽어버린다면-없어져버린다면-애초에 세상에 태어난 이유조차 희석되어 버리는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각기의 이유가 있겠지만 좀 더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 몸에 좋다는 것에 귀가 번쩍 했던 사람이라면 나의 이유에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이들이 스스로에 대해 하는 말들은 한 결같이 이런 식이다. "나 병인가 봐, 변비에 걸렸어, 기운이 없어, 통증에 시달려, 건망증이 심해졌어, 피곤해, 늙었어" 이에 반해 실제로 나이가 훨씬 더 많은 다른 여성들 중에는 삶으로 충만해 보이는 이들이 있다....이 사람들은 자신의 영혼을 몸에다 결박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자신을 '몸'이라고 생각하는 여성들은 점점 늙어간다. 정체성을 영혼에 두는 여성들은 다른 식으로 나이가 든다.

나이들 수록 좋은 점은 실수에서 배울 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간다는 것이다. 겉모습에만 치중해서 내면을 관리하지 못하면 결국 빈껍데기만 남는다. 나의 정체성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따라서 아름답게 나이 드는 방법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이렇게 나이 먹었는데....뭔가 새로 시작할 수 있겠어?" 라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노화는 진행된다고 믿는다. 아집으로 똘똘 뭉친 고약한 노파로 늙어갈지 혹은 주름살 하나까지도 아름다운 노부인으로 늙어갈지는 결국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라 믿는다. 이미 앞서 여러 가지 민담과 전설속 이야기를 남겨준 선조들이 일러주고 있지 않은가. 아름답게 나이 드는 방법에 대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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