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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은 숲요일
김수나 지음 / 북노마드 / 2012년 7월
평점 :
어느 집에 가보든, 초록색 잎을 가진 화분이라던 지, 화단이라던 지, 아니면 책상 위 미니화분이라도 식물이 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왜 사람들은 식물에서 위안을 얻는 것일까. 식물이 co2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보낸다는 과학시간에 질리도록 들은 사실 때문에 식물에서 위안을 얻는 것일까. 아니, 내 생각은 좀 다르다. 태초부터 인간은 자연과 함께 살도록 만들어졌다. 지금이야 편히 산다고 나무들을 마구 잘라내지만, 결국 인간은 자연으로 돌아가게 되어있다. 그것이 바로 숲이 우리에게 주는 위안일 것이다.
'수요일은 숲요일'의 저자는 나와 같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여자다. 그렇기에 도시인의 찌든 삶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수요일에 ㅍ 하나만 붙이면 숲요일이 된다. 이렇게 간단한 발상만으로도 찌든 삶을 하얗게 바꿀 수 있다. 가까운 숲이나 공원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북한산 둘레길, 부암동 백사실 숲, 남산 공원, 삼청 공원길 등 우리가 한 번쯤 가봤을 곳을 저자 역시 거닐었다. 다만 한 가지 다른 것은, 정복하듯 빠르게 걷는 우리와 달리 천천히 숲을 즐기며, 담아가며, 느끼며 걸었다는 점이다. 때로는 친구들과 함께 때로는 도시락을 싸서 걷는 저자의 걸음걸이는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함께 걷고 있는 듯 한 느낌을 준다.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져 있다.
우리나라에 살면서 사계절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때론 여름의 더운 열대야를 이겨내야 하기도 하고 겨울의 추운 눈보라를 견뎌야하기도 하지만, 시원한 소나기라던지, 겨울날 새벽 예고도 없이 조용히 내린 하얀 눈송이들은 강한 감동을 준다. 이 책 역시 사계절을 고스란히 담고 있고 내가 느꼈던 감동은 저자 역시 함께 느끼고 있는 것을 보며 남모를 위안을 얻었다.
'아, 역시 사람들은 크게 다르지 않아'
도시의 비정한 삶속에 상처받은 사람들은 누구나 위안 받고 싶어 하지 않을까. 그런 도시인들의 힐링캠프가 되어줄 곳은 과연 어디일까. 가까운 사람들의 따뜻한 위로, 시원한 과일주스 한 잔, 엄마가 차려주는 집 밥....그리고 가까운 숲이 있지 않을는지.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일 년 다이어리를 읽는듯하다. 읽으면서 부러워만 하지 말고 가까이 있는 숲을 거닐어보면 어떨까. 주먹밥 하나 싸들고 숲이 주는 위안에 귀기울이다보면, 어쩌면 그곳이야말로 나의 힐링 스팟이 되어있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