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허풍담 1 - 차가운 처녀
요른 릴 지음, 백선희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의 버킷리스트 가운데 백열세 번째 목록에 '북극 가기'가 올라있다. 온통 하얀 벌판과 거대한 빙하, 그리고 콜라광고에 등장하는 하얀 곰과 펭귄을 만날 수 있을 거란 낭만적(?)인 기대 때문에 북극을 막연하게 그리게 된 게 아닐까 생각해봤다. 그랬기에 <북극 허풍담>의 첫 페이지를 펼칠 때 나의 낭만적인 기대감이 어우러져 표지 처녀처럼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을 수 있었다.

 

햇빛 한 줌 볼 수 없는 극야기, 그리고 문 틈새로 끊임없이 치고 들어오는 차가운 바람, 가까운 이웃은 개썰매로 3-4일은 가야 만날 수 있는 고립되어 있는 생활은 '북극 가기'에 대한 낭만이 점차 사라지고 있음을 깨닫게 해줬다. 그럼에도 책 제목에 북극 허풍담이라고 붙어 있는 것은 이런 것 때문이 아닐까.

 

수탉에 알렉산더라는 이름을 붙여주고는 애지중지 키우는 헤르버트. 수다가 그리워 썰매를 타고 3,4일에 걸려 이웃을 찾아가서 준 수다만큼 고스란히 수다를 돌려받은 사건. 상상의 여인 '엠마'를 두고 티격태격하는 사건들은 흡사 텔레비전 시트콤을 보는 것만 같았다. 사람 사는 곳이기에 일상적인 사건이 아예 없을 수는 없겠으나 각 장의 이야기들은 흡사 벌어지지 않을 것 같은 우스운 이야기들뿐이라 더욱 폭소를 불러일으켰다.

 

<지금 내가 하는 말을 잘 새겨들어. 이게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일이니까. 그 사람들은 현재까지 써온 역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여백 메우기요 수다일 뿐이며 우리에게 가르침을 줄 만한 무언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거야. 그때가 되면 눈길을 북쪽으로 돌리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거지. 곤경에 처하면 늘 그리 해왔으니까. 장담하지만 여기에 좋은 본보기가 있거든. 너와 나와 낯짝과 다른 사람들, 우리는 세계사의 본보기들이지.>

 

북쪽으로 눈을 돌리면 그 곳에 진짜 역사가 존재할지 모른다. 말 그대로 허풍담일 수 있겠으나 자세히 살펴보면 그 안에 희로애락이 있다. 그냥 실소하며 지나가기에는 웃음 뒤에 숨겨져있는 따뜻함이 더 큰 것이다. 앞으로 이어지는 2권, 3권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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