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코를 위해 노리즈키 린타로 탐정 시리즈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이기웅 옮김 / 포레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야기의 시작은 어느 아버지의 수기다. 금지옥엽 아끼던 딸을 한순간에 잃었다. 딸을 잃던 날 밤, 아버지는 복수를 맹세하고 머리를 차갑게 하려 한다. 경찰 수사는 지지부진하고, 그에 따라 신뢰는 무너져간다. 그러던 중 딸 요리코가 임신 4개월 이였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 아버지는, 딸의 죽음 너머에 딸과 관계를 가진 남자가 있음을 직감한다. 그리고 그 남자를 찾아 단죄한다. 날카롭게, 하지만 빠르게 복수를 진행하고는 아버지는 자살을 시도한다. 아버지가 남긴 수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원인과 결과가 명백하게 제시되어 있고, 수기를 읽는 사람들은 아버지의 통렬한 절망 앞에 눈물만 흘릴 뿐이다. 하지만 수기를 읽어가는 추리소설가 린타로를 몇 가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이것이 바로 사건의 재조사다.

 

어찌 보면 단순한 이야기. 왜냐하면 딸이 죽었고, 아버지가 복수했다는 흔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흔한 사건에 여러 사람들이 개입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자 사건을 왜곡한다. 딸이 다니던 명문 사이메이 여학교는 학교의 명예를 위해, 그리고 경찰은 자신들의 명예를 위해 린타로를 이용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린타로는 주변 인물들을 조사하며 사건의 진실에 한걸음씩 다가가게 된다.

 

인간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각자의 심연에 무엇이 있는지 들여다보려면 한 달 열흘은 가만히 앉아 자신과 대화를 나눠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마음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기 힘들단 말이다. 그런 인간의 속을 마침내 들여다보게 되었을 때, 그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할 용기를 가진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그냥 모르고 지나갔으면 좋았을 진실들이 밝혀지며 독자들은 가까운 사람의 심연을 들여다 본듯한 충격적인 경험을 하게 되고,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헉'하는 신음소리를 내지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당신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걸 알면서 모르는 척했던 것이다. 그리고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그렇다, 당신이 모를 리가 없었다.>

단란하게 보이는 가족 이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와 정황을 짜맞춰가며 린타로는 경악할만한 진실에 손을 뻗는다. 그리고 진실 저 너머에 있던 한 사람은 독자에게 책장을 덮을 용기마저 앗아가며 순진한 얼굴을 하고 있다. 다 알면서 모른 척 했던 것처럼.

 

이런 유의 소설이야 말로 여름에 제대로 어울리는 게 아닐까. 낭자한 피와, 머리 풀은 귀신이 나오진 않지만 가슴 서늘하게 만드는 일련의 사건들이 더운 여름밤을 잊게해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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