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다를 너와 함께 걷고 싶다 - 매물도, 섬놀이
최화성 지음 / 북노마드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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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이 '여행'을 꿈꾸는 건, 여행이 설레고 기분 좋은 일일 테지만 결국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것을 보고자하는 욕망이 묻어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봤었다.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이곳을 벗어나면 좀 더 새롭고, 즐겁고, 아름다운 미지의 세계가 있을 거야!! 라는 헛된 욕망은 여행에 대한 핑크빛 환상을 심어준다. 막상 떠난 여행이 고생스럽고 힘든 기억뿐이라면, 이런 욕망을 애초부터 버리고 떠나야 할 지 모른다. 여행은 마음 속 헛헛한 공간을 채워주는 마법의 약이 아니다. 어쩌면 여행이란 것은 일상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이 섬이라면?? 그렇다면 어떨까.

도시에서 자라 도시밖에 모르는 나는, '섬'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이 있다. 아마 이 책의 저자 역시 그런 마음이였을거다.

<'늘 떠들고 머무는, 반복되는 생활에 지칠 때면 '섬'에 가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었다....나에게 섬은 육지의 농촌 마을과는 다른 무언가가 숨겨져 있을 것만 같은 곳, 신비스러운 옆모습을 가진 여자와 같은 존재였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조합 역시 색다르다.

돈을 쓰지 않기 위해(?) 지리산으로 들어간 시인 박남준, 전 재산인 모터사이클로 지구 열 바퀴를 떠돈 시인 이원규, 바다 이야기를 제대로 할 줄 아는 거문도의 소설가 한창훈, 그리고 전국의 마을에 깃든 이야기를 찾아다니는 도시녀 최화성. 이렇게 세 사람이 어울리지 않는 첫 만남을 이뤄내고, 마침내 매물도로 향하게 된다. 왁자지껄하게 떠나자!! 라는 것 없이 소박하게 시작한 여행 - 그래서 책의 처음부터 세 사람에게, 그리고 책에 빠지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이야기로 먹고사는 남자들이 모였으니 어찌 즐겁지 아니할까. 풀어내는 이야기마다 어디서도 듣지 못할 이야기니 마치 내가 그 세 사람과 함께 있는 기분이었다. 더불어 매물도의 아름다움과 자연에서 채취할 수 있는 나물, 그리고 바다의 먹을 것들이 함께 등장하니....이거야말로 진정한 놀이동산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관광객과 여행자를 구분하는 건 간단해. 10분 이상 주민과 대화를 나누었느냐가 그것이야. 여행과 관광은 천지 차이야. 여행은 다음에 와서 할머니가 안 보이면 슬퍼서 우는 거야. 여행은 사는 방식이 다르고 낯선 곳이지만 인생의 깊은 지점을 소통하며 미세한 교류를 나누는 거야. 관광은 방관이지. 예쁘네, 이게 끝이야!" (미스터 한)

1박 2일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온 뒤 수많은 관광객에 시달리는 매물도 - 텔레비전에 나온 곳만 휙~ 둘러보고 가는 것이 진정한 여행일까....라는 것에 대해 회의적일 때 우리의 미스터 한이 명쾌하게 정의내려주셨다. 방관하느냐 혹은 그 곳에 녹아드느냐, 바로 그것이 여행과 관광의 차이 아닐까.

 

여행 갔다 고생 만했던 고통스러운 기억이 있는 사람은 꼭 이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다. 그러면 '여행'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내친김에 주말에 배낭하나 메고 떠나보면 어떨까. 이제부터 여행이야!! 라는 거창한 다짐 대신, 수많은 사람 속에서도 사람에게 그리움을 느끼는 당신에게 자연은 진정한 의미의 안식을 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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