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해도 괜찮아 - 나와 세상을 바꾸는 유쾌한 탈선 프로젝트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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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나 마음속에 ''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섬은 외따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아무나 접근할 수 없는 곳이다. 오직 나만 갈 수 있는 곳 -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는 자신만 알 것이다. 나는 그 섬을 '욕망'이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욕망'을 내보이려 하지 않는다. 그것을 공공연하게 드러내면 배우지 못한 사람 같고 심지어 멍청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 안의 섬에 꽁꽁 묻어두고 애써 드러내려 하지 않는 것이리라. 하지만 '욕망해도 괜찮아'의 저자는 오히려 솔직하게 내 안의 욕망을 인정하자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솔선수범(?)하며 자신 안에 깊이 묻어두었던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보였다.

 

책을 여러권 내서 이름이 좀 알려진 줄 알았지만, 어느 모임에서 '듣보잡' 취급 받았던 것, 남들에게 늘 사랑받고자 하는 욕망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정신승리'라는 단어를 만들어 낸 것, 규범 안에 살면서도 규범에 자유로웠던 형을 바라보는 시선 등이 꼭 남이 서술한 것처럼, 철저히 자신의 바깥쪽에서 바라보고 분석해놓았다. 이렇게 철저히 객관적으로 '나 자신을 바라보기' 수준이 되려면 얼마나 나를 내려놓아야할지 아직도 아득할 뿐이다.

 

오히려 솔직하게 모든 것을 털어놓은 저자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내 안에 있는 섬을 솔직하게 바라본 용기가 생겼다. 내 안에 있는 섬에는 온갖 쓰레기만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시는 들어가 보고 싶지 않았었다. 하지만 '욕망해도 괜찮아~~'라고 말하며 사회 모든 규범에 대해 솔직하게 까(?)놓고 말하는 저자에게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내 자신과 섬 사이에 다리를 놓는 기분이랄까.

 

<태어날 때부터 동행해온 욕망을 바이러스처럼 살살 달래면서 살면 별 문제가 없는데, 이걸 없애겠다고 싸우고 불화하다보면 ‘멘탈붕괴’가 오는 거죠. 면역체계가 바이러스를 잡는다고 건강한 몸을 쓰러뜨리는 것과 똑같습니다.>

몸이 아프면 보호하기 위해 어떤 신호든 보내온다. 열이 난다던지, 갑자기 어지럽다던지 하는 전조증상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병원에 가고 아픈 부분을 치료하게 된다. 그렇다면 내안의 욕망이 보내오는 증세에도 귀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이상신호를 보내는데 억지로 무시하고 섬 안으로 밀어내버린다면 결국 적절히 치유하지 욕망이 결국 섬 밖으로 흘러나와 나를 해치는 무시무시한 병으로 커져버릴테니 말이다.

 

<이 책을 손에 잡은 분들은 보나마나 평소에도 책을 많이 읽는 분들일 겁니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 중에는 모범생이 많고 아무래도 '색'보다는 '계'쪽에 가까운 성향을 갖게 되지요. 자기가 바른 생활을 하는 만큼 남에게 돌을 던지기도 쉽습니다. 대신에 책을 많이 읽기 때문에 다른 세계를 접하고 경계선을 넓히기도 쉽죠. 서둘러 돌을 던지기보다는 경계선을 넓히는 쪽이 자기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훨씬 좋습니다.>

책 마지막 부분에서 어찌나 찔리던지. 책을 많이 읽는 습관을 은연중 자랑하던 나는 그만큼 남에게 더욱더 엄격한 '계'의 잣대를 대고 있었던 것 같다. 시간 약속을 잘 지키지 않아도,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지 않아도 더욱 크게 비난하고 힐난했던 것이다. 

 

몸이 아프고 나면 더 성숙했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더욱더 내 자신을 돌아봐야지...라는 은밀한 다짐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내 안의 욕망을 조심스레 인정하고 꺼내보면 어떨까. 그러면 내가 이루고자 했던 목표보다 훨씬 더 멋진!! 사람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조심스럽게 욕망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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