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무덤의 남자
카타리나 마세티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세상에서 제일 어렵고, 미스터리하고, 슬프고, 즐겁고, 신나는 것을 대라면? 사랑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지만 똑같은 사랑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각자의 사연과, 사랑이 있고 평범해 보이는 사랑이더라도 그 안을 파고들면 500페이지 책 두세 권은 거뜬히 쓸 수 있을 만큼 무궁무진한 에피소드가 포진해있으니 말이다.

 

이 책 역시 흔하디흔한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결코 흔한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은 데시레와 아직 자신의 짝을 만나지 못한 벤니가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만남 역시 평범하지 않은데, 남편의 무덤을 찾은 데시레와 어머니의 무덤을 찾은 벤니가 길 하나 차이로 바로 옆에 위치하면서 첫 만남을 시작하니 말이다.

 

큐피드가 어떤 기준을 가지고 화살을 쏘는지 모르겠으나, 첫 인상이 좋지 않았던 그들은 곧, 거짓말같이 사랑에 빠진다. 나와 전혀 다를 것 같은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느낌은 어떨까. 데시레와 벤니 각자의 독백을 통해 그들의 사랑을 살짝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달콤하고 아름답기만한것이 사랑은 아니다. 서로 제멋대로인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맞춰가는 노력은, 신이 우리에게 부여하신 종족보존 의무만 아니면 3개월 안에 끝날게 뻔하다는 게 내 지론이다. 그러니, 달라도 너무 다른 데시레와 벤니의 사랑 역시 삐걱거릴게 불 보듯 뻔한 게 아닐는지. 데시레는 철저하게 도시여자다. 함께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뮤지컬을 보며 함께 이야기할 남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벤니는 철저하게 시골남자다. 지치고 힘든 소 돌보기를 끝내면 따뜻하고 맛있는 식사라 차려져 있는 가정을 원한다. 한가하게 책을 보는 시간에 축사 고치는 일에 더 공을 들이겠다!!라고 제멋대로 생각하는 남자인 것이다.

 

벤니 : 우리는 물과 기름 같은 존재들이었다. 그리고 난 계속 이렇게 지낼 수 있기를 바랐다. 매일 한 가지씩 견디면서 지내는 법을 배우면 되니까. (p.166)

데시레 : 우리는 우리 사이에 가로놓인 낭떠러지 위로 다리를 놓으려는 노력은커녕 서로를 그 끝으로 몰아가고 있었다......난 그가 자신에게도 영혼이란 게 있음을 인정하기를 바랐고, 그는 밤새 내 배 위에서 앞치마가 자라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지도. (p.267)

 

데시레는 벤니가 축산업을 포기하고 다른 직업을 찾기 원한다. 벤니는 데시레가 도시에서의 삶을 청산하고 자신과 함께 소를 돌보기 원한다. 하지만 둘 다 그런 소망을 입 밖에 내지 않은 채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간다. 이렇게 하루가 지나가면 내일은 조금 더 나아지리라는 덧없는 희망을 안고 말이다.

 

이 책은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이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는지 그리고 있다. 결론은? 서로 이해하고 보듬을 수도 있고, 혹은 그대로 갈라설 수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데시레가 표현한 데로) 자신안의 난자를 공중제비 돌게 할 만큼 나의 한 부분을 움직일 수 있는 어떤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랑에 들이는 모든 수고가 결코 헛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그런 가슴 설레는 움직인 대신 고만고만한 조건에 맞춰 대충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벤니와 데시레의 사랑을 응원하고 싶어졌다. 아무리 건너기 힘든 강이 있더라도, 기어코 다리를 만들어 서로에게 꼭 이어졌으면 하는 응원도 외치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