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은 바에 있다 스스키노 탐정 시리즈 1
아즈마 나오미 지음, 현정수 옮김 / 포레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내 이름을 말하고 ‘켈러’의 성냥갑을 놓았다. 여기로 전화하면 반드시 나에게 연락이 닿는다. >

P.154

'탐정은 바에 있다'에 등장하는 탐정은 여러모로 탐정스럽지(?) 않다. 자신만의 엔도르핀을 위해 새롭고 기괴한 사건을 찾아 헤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살기 위해 아등바등 일감을 따내려는 것도 아닌...뭐랄까, 그저 빈둥대는 백수 남자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느지막이 일어나 늦은 점심을 먹고 양복을 빼입은 뒤 호객꾼들과 취객들이 득실거리는 스스키노 거리를 헤맨다. 그의 단골 술집은 켈러. 그 곳 종업원과 오셀로 같은 시시한 게임을 즐기다 지루해지면 위스키 스트레이트 더블을 연이어 쭉쭉 마시는 이 남자는, 여러모로 특이하다.

 

아는 사람만 아는 이 남자의 정체는 '탐정'이란다. 비록 자신 스스로 탐정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학교 후배가 소문을 듣고 찾아올 정도인 것을 보면 꽤 유명한(?) 탐정인 것은 틀림없다. 어딘가 멍청해 보이는 후배의 부탁은, 갑자기 사라진 여자 친구를 찾아달라는 것. 남녀 사이의 단순한 싸움 때문에 가출한 것이라 가볍게 생각한 탐정은, 사건을 조사할수록 진심으로 여자의 안위를 걱정하게 된다. 여자의 가출은 단순한 가출이 아니라 '조이 샤토'에서 발생한 끔찍한 살인 사건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서서히 밝혀진다. 그리고 순진해 보이는 얼굴로 매춘에 얽혀있다는 것을 조사하면서 탐정은 복잡한 사건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이 책에 등장하는 탐정의 매력 중 한 가지는 굉장히 엉뚱하고 수다스럽다는 것이다. 비록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야쿠자에 비슷하지만, 그가 사건을 파헤치며 속으로 중얼거리는 말을 들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아챌 수 있다.

<바닥에 넘어졌다. 젠장! 나는 슬슬 전의를 잃어가고 있었다. 이제 이런 싸움은 싫다. 나는 첫 한 방으로 상대를 제압하지 못하면, 다음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치고 박는 건 싫은데. 일어나자......아파, 아파, 이렇게 짓눌리는 건 이젠 싫어, 그만하라고.

아주 잠깐 의식을 잃은 것 같다. 끽해야 오 초 정도일 것이다. 멀어져가는 발소리를 멍하니 듣고 있었다. 저벅저벅 저벅저벅……>

 

하드한 모습 속에 소프트한 감성을 가진 탐정이라...그 묘한 조화로도 충분히 웃음이 나지 않는가. 멍청한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탐정이지만, 딸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가슴 아파할 정도로 순수한 감정을 지니고 있다. 그런 그이기에 진심으로 사건에 파고들 수 있는 거겠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사건의 여정 속을 탐정의 두 친구 마쓰오-신문기자인 그는 사건 수첩을 절대 펼치지 않고 코에 툭툭 치며 시간순서대로 사건을 읊는다. 대단하다!- 그리고 다카다-대학 친구인 다카다는 다리가 길다가 칭찬하면 무조건 웃는 희한한 친구다. 역시, 대단하다!-가 함께 하며 웃음을 주고 있다. 그리고 웃음과 함께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며 탐정의 일을 돕는다.

 

지금도 켈러로 찾아가면 덩치 큰 남자가 위스키를 마시고 있을 것만 같다. 그의 곁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으로 책 한 권을 금세 읽어 내려갔다. 이제 탐정의 활약을 시작되었다. 앞으로 이어질 스스키노 탐정의 활약은 어떤 것이 있을지 너무나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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