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레레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2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파리의 아르메니아 성당에서 독일계 칠레인 성가대 지휘자 빌헬름 괴츠가 살해된 채 발견된다. 살해현장에 남은 것은 고통스러운 괴츠의 비명소리와 피...그리고 240mm의 발자국뿐이다. 이미 퇴직했으나 자신이 몸담고 있는 성당에서의 살인사건을 목격하고 카스단은 조사에 착수한다. 알 수 없는 범행방식, 어디를 가르치는지 종잡을 수 없는 증거들로 인해 카스단은 미궁을 헤매는 듯한 기분에 빠진다. 그러다가 괴짜 같은 파트너를 만나게 되는데 바로 마약에 중독된 볼로킨이다. 그들은 다른 이유로 수사에 참여하게 되었으나 결국은, 한 가지 목적을 향해 달려가게 된다.

 

1권을 지나 2권에 접어들 무렵, 성급하게 결론을 내린 나에게 이런저런 잔소리를 퍼붓고 있었는데 단순한 변태성욕자의 범죄일거란 그저 그런 결론을 내린 내가 너무 바보 같았기 때문이었다. 고막을 뚫고 달팽이관까지 뚫어버리는 가느다란 범죄흉기, 240mm의 작은 신발사이즈, 갈수록 잔인해지는 살인방식과 기괴한 문구 때문에 카스단과 볼로킨 역시 나와 같은 단순한 결론에서 좀 더 큰 그림을 그리게 된다.

 

저자의 전작인 '검은선'에서도 느꼈지만 모든 이야기들이, 단순하게 잔인한 범행방식에 초점을 두는 건 아니라고 느꼈다. 잔인해 보이는 살인사건 속에서 사람들의 검은 부분, 어두컴컴하고 건드릴 수 없는 부분을 음악과 여러 나라의 정치와 잘 버무려 써내려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련의 살인사건 뒤에 칠레 피노체트 정권의 만행, 남미 독재정권의 콘도르 계획, 나치 세력과 협력한 프랑스 고문 기술자들에 대한 고발이 한데 어우러져 과거에서부터 내려온 검은 망령이 현재까지 영향을 끼친다 는걸 알 수 있다. 그 누구도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듯이 한 번 자라난 악은 결국 피를 부르고야 말았다.

 

이제는 주인공인 카스단과 볼로킨이 과거를 마주할 시간이다. 결국 피가 지목하는 곳은 비밀스런 종교단체인 아순시온 이였고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잃어버린 볼로킨은 마침내 자신의 기억이 표시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 그 속에 푹 빠지게 되나 한편으로는 소름끼치는 느낌도 받게 된다. 왜인지 알 수 없으나 음악에 내가 빠지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 다를 끌어당기는 듯 한 느낌을 받는다. 이 책을 읽으며, 그리고 미세레레를 들으며 그런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는데 이 역시 작가가 의도한 바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이제 '미세레레'를 들으면 한 없이 깊고 검은 웅덩이가 떠오를 것만 같다. 그 안을 들여다볼지 아니면 그냥 지나갈지 결정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겠지만, 결국 안으로 목을 길게 빼게 만드는 것이 그랑제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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