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사막
김영희 지음 / 알마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 나는......
나는 oo다. 라는 시리즈의 원조라고 하면 아마 '나는 가수다'가 처음이 아닐까 싶다. 맨 처음 김영희 PD가 프로그램 기획 의도를 밝혔을 때, 비판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소위 말하는 '예술'이라는 것에 1,2,3등 따위의 등수를 매길 수 있는 것인가, 라는 소리에 힘이 실렸다. 모두들 인정하는 노래 잘하는 가수들이 왜 경연장이라는 무대에서 점수 매겨져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순위대로 정렬하는 우리 사회를 대변하는 것 같아 나도 '나가수'를 처음부터 싫어했었다. 

하지만 이소라님이 첫 무대에서 '바람이 분다.'라는 노래를 담담히 불러나갈때, 내 가슴속에 무언가가 쿵, 하고 떨어졌다. 물론, 내가 이소라님의 광팬이라는 것도 하나의 이유일 수 있겠지만 일요일 황금저녁시간에 흥미와 자극적인 소재 외에 내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 자체가 감동이었다.

'나가수'를 기획하고 방송에 내보낸 김영희 PD는 여러 가지 실험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냈고, 또 폭발적인 반응으로 여러 상도 탔다. 얼핏 보기에 '성공한 삶'을 살아오고 있는 것 같은 그가 어쩌면 나가수라는 프로그램으로 커다란 바위에 부딪힌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 소위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지금의 자리에 안주하기 마련인데, 그는 주위의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을 내보냈고 결국에는 경질됐다. 많은 반대 의견에 상처가 많이 쓰라렸을 거라 생각하지만,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가수의 음악을 들려주는 현재의 나가수를 보면서 김영희 PD의 기획의도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 소금사막
-무엇이 성공인가 (랄프 왈도 애머슨)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서 존경받고
어린아이에게서 사랑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에게서 찬사를 받고
친구의 배반을 참아내는 것
아름다운 것을 식별할 줄 알고
다른 사람에게서 장점을 발견해내는 것

건강한 아이를 하나 낳든
한 뙈기의 밭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놓고 떠나는 것
이 땅에 잠시 머물다 감으로써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성공'에 대해 각자 내리는 정의는 다르겠지만 김영희 PD는 랄프 왈도 애머슨의 입을 빌려 정의 내린다.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이야말로 '성공'의 진정한 의미라고.

60일간 29번의 비행기를 타면서 남미를 여행했다. 쓰린 가슴을 안고 떠난 길이였지만 고단한 여행길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현재에 감사하게 되었다. 그의 글과 사진 속에서 진정으로 삶을 사랑하게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나 역시 돌아보게 되었다. 어떤 순간에는, 백 마디 말보다 한 문장이 혹은 한 장의 그림이 더 가슴깊이 들어온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 이제는
변하지 않고 자신을 지키는 것, 살면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 (P105)
아마 김영희 PD는 다시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할 것이다. 어쩌면 또다시 사람들에게 욕먹는(?) 프로그램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성공'에 대해 남다른 시선을 가지고 있는 그이기에, 혹은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그이기에 앞으로의 새로운 프로그램이 더욱 기다려지기도 한다.

남미의 유명한 명소나 맛집이 등장하지 않는, 조금은 다른 여행서였지만, 솔직한 그의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었기에 깊고 진한 뒷맛을 남겼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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