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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위반 - 나쁜 세상에서 살아가는 법을 묻는다
박용현 지음 / 철수와영희 / 2011년 10월
평점 :
책을 받아들고 먼저 생각한 것은 '책의 제목이 참 모순적이다' 이었다.
정당하게 위반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위반을 하면 그에 대한 어떤 제재가 가해질 텐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갈수록 책의 제목이 시사 하는 바를 가슴깊이 깨달았으니, 과연!! 이라고 외치며 무릎을 칠 정도였다.
이 세상을 살아가며 느끼는 것이지만, 부조리한 일들이 너무나 많이 일어난다. 어렸을 때 학교 교과서에서 배웠던 내용을 버젓이 무시하는 행동들-법을 위반하고도 그때는 관례였다고 말하는 고위층 관리들, 시민들의 이야기에 물대포로 대응하는 대통령-을 태연하게 저지르고도 나 몰라라 하는 그들을 바라보며 우리들 역시 소리 없는 폭력에 무덤덤해진 것은 아닌지.
이 지구가 아직도 푸른 이유는 좋은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보다 더 많아서래...라는 구절을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다. 이 책은 한겨레21 권두 칼럼 ‘만리재에서’ 쓴 124편의 칼럼이 모여 한 권의 책으로 묶인 것이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회 이곳저곳을 들여다보고 느낀 저자의 마음이 느껴졌다. 나쁜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푸르른 지구를 위해서라도 우리 다시 힘내보자...라는 무언의 응원을 받은 느낌 이였다면 너무 지나친 생각일까.
<인권이고 뭐고 따질 것 없이 누군가를 고문하고 극형에 처하고 짐승처럼 감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할 때, 자라나는 아이들은 증오하는 법부터 배우게 된다. 반대로 범죄에 쉽게 노출되는 취약층 아이들을 사회가 돌봐주고, 어린이를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며, 성범죄자의 인권마저 인정하면서 대책을 세우자는 흐름이 대세를 이룰 때, 아이들은 증오 대신 용기를 배우게 된다.>
정부에 반대하여 사람들이 광장에 모일 때 왜 몽둥이 대신 촛불을 들었겠는가. 작은 폭력보다는 더 큰 평화가 결국엔 승리한다는 것을 모두 다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물 대포나 쏘고 막무가내로 광장을 폐쇄하는 정부는, 결국 실패한 것이라 생각한다.
'방관자 효과'에 대해 들어봤는지. 주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을 경우, 곁에서 지켜보기만 할 뿐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 현상이 방관자효과이다. 우리는 이미 만연한 방관자 효과 속에 살고 있다. 누군가 어떤 일이든 할 것이다, 라는 맹목적인 믿음 속에 정작 목소리를 내고, 힘을 내야하는 우리들은 조용히 숨죽이고 있는 것이다. 정당한 권리를 찾고, 정당한 생활을 하려면 나 역시 목소리를 내야한다. 잘못된 일에는 잘못되었다고 크게 소리쳐 외쳐야 한다. 이 책에서 진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그런 것 아닐까.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더 눈을 크게 뜨고 방관자에서 적극적인 목격자가 되어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야 이 지구는 조금 더 푸르러질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