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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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일할 때 목격하는 가장 큰 슬픈 장면은 이미 커버린 '애어른'을 접하는 일이다. 다 컨 어른들도 주사바늘 앞에서는 온갖 엄살을 비롯해 가끔은 눈물도 찔끔 흘리기 마련인데, 이미 고통과 친숙한 아이들은 태연하게 받아들인다. 좀 아플 거야....라는 안쓰러운 시선에도 '괜찮아요.'라며 제 부모를 위로하는 아이들-그 아이들에게 다 큰 어른들은 어떤 위로를 주어야 할 지.

'두근두근 내 인생'에도 아픈 아이가 등장한다. 아직 한참 어리지만, 이미 다 자란 아이. 아주 나중에 철이 들어도 되지만, 이미 철이 다 들어버린 아이, 그래서 태연하게 제 부모를 위로하는 아이....그 아이가 바로 아름이다. 아직 어리지만 팔십 먹은 노인처럼 늙어버린 아이 - 그와 동시에 눈도 침침해지고 심장도 약해지고 뼈마디에도 구멍이 숭숭 뚫린 아름이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이 약해 보인다. 하지만 생각과 마음은 아주 튼실해서 여느 아이들과 달리 널리 내다보고 깊게 생각할 줄 아는 아이다.

아픈 자신 때문에 이미 빚에 허덕이는 부모를 위해 아름이는 텔레비전 성금 모금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고, 그것을 계기로 '서하'라는 여자아이와 이메일을 주고받게 된다. 너무나 일찍 만나 자신을 만든 부모의 첫사랑과 동시에 자신의 풋풋한 첫사랑까지 함께 시작하게 된 아름이는 비로소 자신의 인생에 찬란한 순간을 만난 듯하다. 늘 병마에 시달려 칙칙한 것이 아니라 밝고 아름답게 빛나는 진짜 인생 말이다.

하지만 병세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듯이, 아름이의 아름답던 시절 역시 너무 짧게 끝나고 만다. 트램펄린에서 펄쩍 뛰어오르면 하늘을 가질 수 있을 듯 하지만 곧 세상으로 내려오듯, 아름이의 신체기능 역시 서서히 꺼져가게 된다. 두근두근 조급하게 뛰던 심장이 곧 두 박자, 세 박자 리듬으로 느려지듯이....

책에 등장하는 아름이는 지금 내가 사는 삶이 얼마나 행복하고 찬란한지 다시금 돌아보게 만들어준다. 비록 보잘것 없어 보이는 삶이라도, 사랑하는 가족과, 누군가를 사랑했던 아름다운 기억과, 나를 기억해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찬란하고 행복하게 빛난다. 맨 마지막 아름이가 써내려간 부모님의 첫 만남 역시 그런 아름다운 우리들의 인생을 대신해주고 있는 건 아닐는지.

지금도 두근두근 열심히 뛰고 있는 내 심장과 함께 오늘 하루도 열심히 뛰어봐야겠다. 아마 그것이, 아름이가 진정 바라던 아름다운 인생이였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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