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프 2
캐서린 스토켓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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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프'를 읽으면서 내내 복잡하고 착잡한 심경에 사로잡혔는데 맨 마지막 장을 덮고나자 비로소 무엇인지 명확해졌다. 그녀들은 용감했고, 나는 그렇지 못했다. '아, 정말 대단하다!'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초라한 현실에 내팽개쳐진 내가 보였다. 그래서 눈물이 찔끔 났고,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와 동시에 '나도 할 수 있어!'라는 이상한 자신감이 생겼는데 아마 그것은 책은 읽은 모든 독자의 마음에 새겨진 작은 씨앗과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그토록 오랫동안 연속 베스트셀러를 차지하고 있는 거겠지.

책은 세 여자의 이야기로 짜여져있다. 백인 가정의 가정부인 아이빌린과, 미니 그리고 백인 여성인 미스 스키터. 아직 유색 인종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이 존재하던 미시시피에 일하는 아이빌린과 미니는 수많은 차별을 마주대한다. 하지만 곧 체념한다. 아이빌린은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잃었고 미니는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직장에서 잘리기도 한다. 하지만 묵묵히 하루를 보내고, 일을 한다. 마음속에서 '이건 아닌데...'라는 작은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곧 지워버린다. 아직 그들이 '선(線)'을 넘기 전이다.

그들이 마침내 자기 앞에 그어진 '선'을 보기 시작한 것은 거창한 사건 때문은 아니었다. 그저 작은 의심, 그것들이 모이고 쌓여 이뤄진 산에 마침내 부딪혔을 때, 그것을 돌아가려 생각하지 않고 정면 돌파하려 했을 때, 바로 그때 선을 넘을 생각을 한다. 고작 내 앞에 그어진 한 줄 선이지만 그것을 바로 직시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던가.

못된 여자의 전형인 미스 힐브룩과 멍청한 친구 엘리자베스 그리고 그의 생각 없는 백인 친구들까지 유색인종에 대한 대단히 악의적이고 저질적 시선을 갖고 있었다. 아이빌린과 미니를 비롯한 가정부들은 그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며 겪었던 모든 일들은 미스 스키터에게 털어놓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그들의 이야기는 점차 한 권의 책으로 묶여지기 시작한다.

당시 미시시피에서는 유색인종은 백인에게 맞아 죽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생명을 담보로 잡히고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 유색인 가정부들의 용기에 미스 스키터 역시 점차 변하게 된다. 자신의 외모에, 어머니에, 남자친구에 얽매였던 선을 넘을 용기를 내게 된 것이다. 더 큰 꿈을 향해서!

이 책은 큰 테두리로 보자면 '인종차별'에 대해 풀어쓴 것이라 할 수 있다. 그것 역시 대단히 큰 의미를 주지만, 나는 책에 나오는 여성들의 용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예전의 미시시피나 현재의 한국이나 모든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테두리를 가지고 있다. 그 테두리에 갇혀 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테두리 따위 벗어던지고 자유롭게 살기도 한다. 모두 '선(線)'을 직시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달려있는것 같다. 나 역시, 책을 읽기 전까지는 내 곁에 그어진 선을 보지 못했다. 어찌 보면 체념까지 했었던 삶 - 그런 삶에 만족하는 사람은 몇 명이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내게 나를 도울 수 있는 힘을 주었다. 그어진 선을 넘는 것은 '잘못'이 아니라 '용기'라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선을 넘어 발생하는 모든 문제가  내게 해(害)가 되는 것은 아님을 일깨워주었다. 용기 내라고, 힘내라고 응원해주는 그녀들의 삶을 보며 나 역시 내 자신을 도울 용기를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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