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 팻, 비만과 집착의 문화인류학
돈 쿨릭.앤 메넬리 엮음, 김명희 옮김 / 소동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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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대학생때, 학교 동기와 지하철을 타고 어딘가로 향하는 중이였다. 마침 한가한 오전 시간이라 둘이서 깔깔대며 수다를 떨고 있는데, 마침 어떤 남자가 우리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그런데 동기는 갑자기 말을 멈추더니 나를 힐끗 보는 것이다. 내가 '왜?' 라고 묻자 그 시끄럽던 동기가 아주 작은 귓속말로 '옆에 앉은 남자....너무 뚱뚱하잖아. 땀흘리는 게 꼭 돼지기름 흘리는 거 같아. 너무 싫어' 라며 얼굴을 찌푸리는게 아닌가. 그때 나는 좀, 멍해졌다. 살찐 사람에 대한 혐오의 시선이 이렇게 무서울 수 있구나, 라고 처음 깨달았던 순간이 아닌가 싶다.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살면서 '다이어트'에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매일 매스컴이나 잡지 등을 통해 보도되는 건 '꿀벅지' '빨래판 복근' '하의실종'등의 자극적인 단어뿐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이 꼭 그렇게 되어야 할 것처럼 보도하는 연예인들의 몸은, 사실 의학적으로 보면 비정상적이다. 소녀시대의 식단을 보며 '와~저렇게 먹으니까 몸매가 예쁘지' 라는 시선이 존재하는 것에 반해 '저런 식단으로 일상생활이 가능할까?'라고 걱정하는 시선 역시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또 다른 면이다.

내 친구는 비만클리닉에서 일하고 있는데 여름만 다가오면 두렵다고 한다. 여름은 소위 말하는 '성수기'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비키니 라인을 위해 여자들이 투자하는 시간과 돈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덕분에 날씬한 내 친구도 살짝 나온 배를 걱정하며 카복시니, PPC 등의 치료를 받는다고 한다. 이쯤 되면, 비만과 다이어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닐까.

'Fat, 팻'에서는 지방에 대한 여러 가지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 니제르에서는 살찐 여성이 더 아름답다고 여겨진다는 것, 중남미의 흰 살은 백인들의 약탈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것,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저지방라떼에 풍부한 크림을 얻는 모순 등은 다른 나라의 fat에 대한 시선과 더불어, 내가 늘 생각하고 고민했던 생각까지 모두 보여주는 것 같아 한동안 시선을 떼지 못했었다.

14명의 문화인류학자들의 시선이 담겨있기에 'fat'에 대한 시선 역시 다양하다. 하나의 주제 아래 쓰인 책이 아니라서 그런지 내 살에 대해 여러 가지 각도로 돌려볼 수 있게 된 것 같아 의미 있던 독서였다. 내 동기가 가졌던 'fat 혐오증'은 결국, 여러 사람들의 시선과 환경의 요인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적당하게 가꿔진 몸매가 필요하겠으나, 그렇다고 뚱뚱한 사람을 미간에 v자 주름까지 써가며 혐오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현재 당신이 가지고 있는 'fat' 그리고 비만에 대한 시점은 어디쯤인가. 책을 읽어보며 다시 한 번 되짚어보는 것도 꽤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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