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느낌 있다
하정우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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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배우 '하정우'를 만난 건 더운 여름날 이였다. 그때 마침, 나는 새로운 곳으로 이직을 했던 터였다. 그곳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초라하고 힘든 곳이었다. 우울한 마음에 영화나 볼까, 가볍게 생각하며 동료와 영화관을 찾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선택한 영화였지만, 추격자에서 지영민을 연기한 하정우는 내게 꽤 무겁게 다가왔다. 영화 자체가 결코 가볍지 않아서였겠지만, 태연한 듯 사람을 죽이는 살인마의 가면을 쓴 배우의 연기는 꽤 오랫동안 나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더랬다.

어떤 지인은 추격자의 영향 때문인지 하정우의 연기를 볼 때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 했다. 선택하는 작품마다 추격자의 그늘 속에서 벗어나기 힘든 그일지 모르겠으나, 나는 왠지 배우 하정우가 좋았다. 누구나 말하는 꽃미남이라 할 수 없지만 그를 보고 있노라면 사람 그 자체의 매력에 풍덩 빠지는 느낌이랄까.

멀리서만 바라보던 그를 조금 더 깊이 알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 그간 써온 글과 그림을 모은 에세이집을 만났기 때문이다. 배우라는 시선 때문에 부수적으로 그림이 주목받는 것이라 오해할 수 있으나, 그의 그림은 확실히 '느낌'이 있었다. 잔뜩 어깨에 힘을 주고 잘 그리려고 한 그림이 아니어서 나는 더 좋았다. 배우라는 직업에 지치고 힘들 때마다 배출구 역할을 해주었던 그림이었다. 배우 하정우와 인간 김성훈이 적절히 배합되고 어우러져 있는 느낌!이었달까.
<영화 「추격자」(2008)를 찍을 때였다. 하루 종일 연쇄살인범 지영민을 연기하고 호텔로 돌아오면 머릿속이 복잡했다. 고된 촬영으로 몸은 지쳤고 머리는 좀처럼 맑아지지 않았다...... 나는 억지로 잠을 청하는 대신 그림을 그리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루이즈 부르주아의 드로잉처럼 단순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능숙한 오른손 대신 왼손으로 펜을 잡았다.....그 낯선 느낌이 내게 자유를 준 것이다.>

지독히 프로다운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가 마음에 들었다. 단순히 감정에 치우쳐 연기하는 게 아니라 철저히 계산하고 연습하고 노력한 끝에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그러면서도 평범한 30대의 대한민국 청년답게 좋아하는 것은 솔직하게 좋다고 말하는, 주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청년이었다. 하지만 그가 배우로 그리고 화가로 자리를 잡아간 것은 끊임없는 노력과, 자기성찰이었을거라 생각해봤다.

<내 삶은 특별할 수도 있고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 우리 인생이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얼마든지 특별해지지만 또 멀리서 바라보면 다 비슷한 것처럼 말이다.>
쉬는 날이면 한 없이 늘어지는 나를, 그와 대입해봤다. 운동-그림-운동-그림-운동-그림으로 하루를 보내는 그는 이미 한 발자국 앞서 있었다. 배우 하정우가 그저 동경의 대상 이였다면, 인간 김성훈은 본받고 싶은 대상이 되어버렸다. 앞으로 그의 연기나 그림을 보게 된다면 '노력'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를 것 같다. 자신의 꿈을 위해 대본이 너덜해질 정도로 열심인 그 - 하정우씨, 당신 정말 느낌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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