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
정수복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 나 자신을 잃어버리기 쉽지만  매일 이곳 저곳 부딪히는 이곳을 떠난, 낯선 곳에서 맛보는 진정한 '휴식'을 얻기 위해서가 아닐런지.
-시간에 쫓기는 여행에서는 어느 지역과도 깊고 진하게 만날 수 없다. 적어도 한 지역에 며칠을 머무르면서 그 도시의 장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야 진정한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다.-

저자에게 프로방스는 '나의' 프로방스가 되었다. 그 만남은 단편적인 일회성에서 얻어진 것이 아니였다. 처음에는 그저 스쳐지나갔다가, 그 후에는 프로방스 지역에 대한 흥미로, 그리고는 점차점차 나의 프로방스로 느껴질만큼 내 안 깊숙히 자리잡게 프로방스를 사랑하게 되었다. 빨리빨리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어쩌면 이질적으로 느껴질만큼 느린 만남이였다. 하지만 시간을 들여 무언가를 알아가고 사랑하게 된다는 것은, 내 평생 소중히 간직하게 될 친구를 사귀는것만큼 아름답고 빛나는 것이리라.

나에게도 천천히 사색하며 걷는 곳이 있다. 사람들과 일에 지칠때 나만의 장소로 향한다. 멀리 여행을 떠나고 싶을때 나만의 장소로 향한다. 비록 프로방스처럼 이국적인 풍경은 아니지만 내가 유일하게 천천히 걷고 생각하고 명상할 수 있는 곳이다.




아직 기온이 오락가락해서 프로방스 미스트랄 바람처럼 강풍이 불어오기도 하지만, 따뜻한 봄햇살에 어우러져 그것마저 산뜻하다. 겨우내 죽은 듯 잠들어있던 나무가지에서 노란색, 분홍색, 흰색 꽃들이 피어나는 기쁨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꽃들만 바라보고 있어도 마음이 한가롭고 따뜻해진다.

저자는 아를 지방에서 반 고흐와 함께 숨쉬고 사색했다. 나 역시 나만의 장소를 거닐며 반 고흐도 만났고, 재미있는 책을 읽으며 깔깔대기도 했으며 시집을 읽으며 나만의 세계에 빠져들기도 했다. '완전한 휴식'의 의미 역시 이런것이 아닐런지. 휴식속에 완전히 침잠하려면 내가 편안히 느낄 수 있는 장소에서 나만이 느낄 수 있는 사색을 하며 고요히 명상하고 몸을 쉬게하는 것-그것 자체일 것이라고 감히 생각해봤다.

언젠가는 프로방스 지방에 가보고 싶다. 고흐가 잠들어 있는 곳도 가보고 싶고, 프로방스의 작열하는 태양 아래 오롯이 서보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쫓기듯 몰려다니는 여행을 하고싶지 않다. 내가 프로방스를 온전히 느끼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때 그곳에 찾아가보고 싶다. 그때에서야 '완전한 휴식'속에 내 몸을 누윌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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