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재앙
루이스 어드리크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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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땅을 침입자(라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결국 그들은 모든 걸 빼앗았으니까)에게 빼앗긴 인디언들. 그들은 넓은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 비좁은 보호구역 안으로 내몰린다. 광활한 그곳은 그들이 농사짓고, 사냥하고, 잠을 자던 곳이였다. 하지만 침입자들은 상냥한 얼굴로 접근하고는 등 뒤에서 칼을 휘둘렀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죽임을 당했고 살아남은 이들은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보호구역으로 내몰렸다. 슬픈 인디언의 역사이다.

 

'비둘기 재앙'은 인디언들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다. 마치 그 구성이 이리저리 엉킨 실타래를 보는 것 같아  어지러웠지만, 조각조각 나뉜 이야기 속에 숨겨진 한 줄기 길을 따라가는 건 대단한 즐거움이였다. 이 역시 작가가 책 속에 숨겨둔 많은 읽는 즐거움 중 하나였을테지만 말이다.

 

인디언 보호구역에 사는 '에블리나'가 있다. 그녀에게는 학교에서 선생님을 하는 인디언 중산층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다. 그리고 어머니의 아버지, 즉 외할버지 '무슘'과 그의 형제 '샤멩과'가 함께 산다. 에블리나의 이모 제럴딘은 부족 판사인 안톤 바질 쿠츠와 결혼하고 제럴딘과 안톤 판사는 말썽꾸러기인 피스집안의 아들 코윈을 양자로 받아들인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과거에서 현재로 교차하고 현재에서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옛날옛날 비둘기가 하늘을 뒤덮어 재앙으로 불리던 그 시절부터, 에블리나가 고질라 수녀를 짝사랑하게 되고, 무슘이 에블리나에게 고질라 수녀가 왜 수녀가 되었는지 참혹한 진실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인디언 처녀를 잘못된 방법으로 사랑했던 피스 집안 남자 때문에 빌리 피스는 잘못된 신앙의 길에 빠지고 만 월데는 독으로 남편인 빌리 피스를 죽이게 된다. 수많은 이야기들이 이렇게 엉키고 저렇게 엉켜있지만 결국 가르키는 것은 단 하나다. 진실.

 

진실을 이야기하는 방법은 등장인물마다 다양하다. 누구는 일기를 쓰기도 하고, 누군가는 바이올린을 켜기도 한다. 어떤이는 나지막하게 읊조리고, 누군가는 값비싼 우표를 수집한다. 그렇게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미래로 흘러가는 흐름이 눈에 잡힐듯 다가온다. 복잡한 이야기 속에서 어떤 사실만이 빛나고 있는데 결국 그것은 작가가 말하고자 한 '진실'일 것이다. 복잡하게 얽힌 그 무엇에도 결국에는 진실 하나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그런 것이라고.

 

나는 역사가 삶 속에서 어떻게 저 혼자 흐르는지 생각한다. 부켄도르프 가 사람들, 와일드스트랜드 가 사람들, 피스 가 사람들, 그들 모두의 배경에는 그 목매단 사건이 뒤엉켜 있다.
나는 코윈의 종조부 커스버트와 아시지낙, 홀리 트랙을 목매단 그들 전부를 생각한다. 우리 중 일부는 존재의 봄날에 이미 죄의식과 희생이 뒤섞여버려 밧줄을 풀어낼 길이 없다.(p390)
개개인의 삶을 들여다볼때 복잡하지 않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모든 일들이 뒤엉켜 있지 않을런지. 하지만 우리의 모든것이 끝날때 명확하게 빛나는 것은 단 하나의 진실일 것이다. 루이스 어드리크는 바로 그 점을 아주 정확하게 짚어주고 있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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