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오브 워터 - 흑인 아들이 백인 어머니에게 바치는 글
제임스 맥브라이드 지음, 황정아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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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힘든 하루를 버틸 수 있는 건,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세상이란 험한 광야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 상처를 떠안고도 멀쩡할 수 있는건, 그 상처를 온전하게 품어줄 따뜻한 가족과 집이 있기 때문일거다. 그래서 사람들은 축처진 어깨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가 다음날 어깨를 쭉 펴고 다시 하루를 시작한다. 가족은, 가정은, 사람들에게 그런 곳일거다. 내가 마음 놓고 상처를 털어놓고 쉴 수 있는 곳.

저자 맥브라이드의 어머니 루스는 보통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가족을 가져본 적이 없다. 유대인인 아버지는 오직 미국으로 오기 위해 장애를 갖고 있는 어머니와 결혼했다. 사랑없는 부모님의 삶,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돌봐야하는 현실, 때때로 끔찍하기까지 했던 아버지의 성적 학대는 루스를 점점 어둡고 소심한 아이로 만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자식들에게 자신의 진짜 이름을 알려주지 않을 것이리라. 그 이름을 떠올리는 순간, 자신의 가족들이 떠오를거고 가족이 떠오르면 아픔의 기억이 물밑듯이 그녀를 덮쳐올테니 말이다.

그런 그녀가 결국 아들 앞에서 자신의 진짜 이름을 털어놓으면서 과거를 이야기한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죽어버린  과거는 생각보다 끔찍하고 어두운 것이였다. 든든한 지지기반이 되어주어야할 가족마저 루스에게 등을 돌렸다. 그 가엾고 조그마한 여자아이는 미쳐버리거나 죽어버리거나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어떠한 믿음 하나로 집을 뛰쳐나왔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목숨보다 귀하게 여길 13명의 자식들을 얻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검은색 사이에서 너무나 눈에 띄는 하얀 백인이였다.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된다. 친구들의 어머니와는 다른 어머니, 그리고 흑인인 친구들과 다른 자신을 보며 의심하고 또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 루스의 과거가 밝혀지면서 그들은 마침내 의심을 버리게 된다. 어머니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교차되며 자식들 역시 어두운 과거를 버리고 내일이라는 새로운 날을 준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백인인 루스가 자신의 흑인 아이들을 지켜내는 과정을 보면서 나는 책장을 쉽게 넘기지 못했다. 점점 더 어려운 문제들이 다가오는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강했다. 믿음을 가진 어머니는 더욱더 강했다. 신을 두려워하고 사람을 믿고 자식들을 사랑한 루스는 결국 자신만의 가정을 단단한 땅 위에 올려놓았다. 

"오, 얘야......하느님은 흑인이 아니란다. 백인도 아니셔. 하느님은 영(靈)이시지."
"그럼 흑인을 더 좋아하세요, 아니면 백인을 더 좋아하세요?"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시지. 하느님은 영이시니까."
"영이 뭔데요?"
"영은 영이지."
"하느님의 영은 무슨 색이에요?"
"아무색도 아니야."엄마가 말했다. "하느님은 물빛이시지. 물은 아무 색도 없잖아."

이 세상에 가장 중요한 것에는 아무색도 없다. 매일 마시는 물도 그렇고, 숨쉬는지 조차 느끼지 못하는 공기 역시 그렇다. 그리고....루스의 굳은 믿음과 신념 역시 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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