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차사 화율의 마지막 선택
김진규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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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인적으로 환생, 윤회를 믿지 않는다. 내가 태어난 생은 딱 한 번만 되풀이되고 끝날것이라 믿고 싶다. 이렇게 힘들고 아픈 인생이 되풀이 되고, 되풀이 되고, 또 되풀이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지옥일거라 생각한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기쁨도 있지만 아픔과 원망과 눈물이 더 많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딱 한 번만, 생의 굴레에서 쳇바퀴 도는 것은 딱 한 번만 하고싶다.

하지만 여기, 환생과 환생을 넘어 사랑하는 여인을 헤맨 남자가 있다. 또한 이승에서의 사랑을 놓지 못하고 저승차사가 되어 다시 이승을 찾은 남자가 있다. 그들은 죽음을 넘어 다시 이 세상에 넘어왔다. 얽히고 섥힌 인연을 풀기 위해, 꼬여버린 마음을 풀기 위해 험난하고 거친 세상에 다시 돌아온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옛날 조선시대는 더 살기 힘들고 척박했을 것이다. 자신의 아들마저 죽인 왕은 자신의 권력을 마음껏 휘두르며 역모죄로 수많은 신하들을 참수했다. 그 희생속에 수강이 혀를 잘렸고 수강의 정혼자인 연홍은 아비를 잃고 어미를 잃고 저승차사의 실수로 눈마저 잃었다. 그러던 그녀는 결국 여인으로서는 참아내기 힘든 비참한 일을 당하고 원치않는 아이까지 가지게 된다. 그렇게, 세상은 비참하고 인내하기 힘든 곳이였다.

-은 바로 얻을 수 없는 색이다. 쪽풀을 기본으로 깔고 거기에 무어든 덧입혀야 얻을 수 있어. 황벽이든, 황련이든, 억새나 치자든 말이지.
채관은 염색장이였다. 그가 색을 얻는 방법은 무척이나 복잡했다. 단순히 빨강, 노랑, 파랑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빛푸른 녹색을 얻기 위해 배합하는 것, 혹은 눈부시도록 파란색을 얻기 위해 이것저것 배합하는 것이 저마다 달랐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네 인생 역시 그러한 것 아닐런지. 책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 모두 저마다의 아픈 사연을 가지고 다시 환생하기도 하고, 저승에서 이승으로 건너오기도 하는 것처럼 단순하게만 인생을 이어가는게 아니라 이 선택, 저 선택 속에서 여러가지를 조합하여 마침내, 깨달음을 얻는것 아닐까. 그래서 독자가 원하는 선택이 아닐지라도 저승차사 화율이 내린 선택이 결국은 모두를 위한 최선이 된 것처럼.

여름 납량특집에 등장하는 검은삿갓을 쓴 무서운 저승차사가 아닌 쇳빛부전나비의 아름다운 날개를 가진 차사가 등장하여 읽는 내내 아름다웠다. 그런 저승차사라면 이승의 무거운 짐 모두 놓아버리고 그를 따라 훨훨 날아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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