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제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중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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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이도 젊음이 주는 생기에 대해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젊음'이란 신기한 것이라, 단어만 들어도 금세 기운이 솟고 무엇이든 해낼 것 같은 자신감마저 불끈 솟게 만든다. 하지만, 의욕만 앞서 덤비는 통에 설익은 결과물을 내놓기도 하고, 혹은 용두사미처럼 시작만 거창하고 끝이 허무해지는 경우도 있다. 

문학동네에서 제1회 젊은 작가상을 신설하고 7명의 젊은 작가의 단편을 모았다. 눈에 익은 작가도 있고, 처음 이름을 들어보는 작가도 있었으나 그들이 작품은 '젊음'에 어울리지 않게 깊이 있고 농익어 있었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김중혁 작가는 대상작답게 일상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단편을 내놓았다. 1F/B1 사이 존재하는 슬래시 사이로 접근해가는 과정이 손에 잡힐듯 생생하게 현실적으로 다가와, 우리집 지하실로 내려가 벽을 살며시 두들겨보았을 정도다.

편혜영 작가는 낯선 도시와 화환 그리고 누군가의 죽음을 기다리는 남자의 심리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방언 터지듯 터져버린 해질녘 저녁의 구애를 눈에 그리듯 표현해냈다. 전작처럼 그로테스크함은 없었으나, 읽고 난 뒤 잊혀지지 않는 그녀의 글은 오래오래 내게 남아있었다.
이장욱 작가는 '변희봉'이라는 익숙한 배우를 전면에 내걸어, 우리 현실에 존재하는 것을 전면적으로 부인하며 익숙한 현실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제일 인상깊은 작가는 정소현님이였는데 '돌아오다'라는 단편으로 많은 걸 생각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할머니와 딸, 그리고 손녀에 이르는 삼대를 조명하며 가족의 의미와 한 개인의 존재에 대해 사실감있게 그리고 아주 깊숙히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할머니에 대한 집착에 아무것도 대응하지 않은 손녀와, 예전에 떠나버린 딸의 만남이 꿈같이 지나치던 시점이 너무나 인상깊어서 다 읽은 뒤 다시 앞으로 돌아가 되짚어 읽어 내려갔을 정도이다.

짧은 단편으로 떠나보내기엔 너무나 아쉬운 만남이였다. 그래서 인상깊게 읽은 작가를 머리속에 각인시켜두었다. 언젠가 그들이 써내려간 길고긴 이야기가 세상밖으로 나오면 제일 먼저 인사하리라고 다짐하면서 말이다. '젊음'이 선사하는 에너지는 너무나 밝고 선명하다. 그 선명함을 내게 선사해준 젊은 작가들이 너무나 고맙고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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