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인 소녀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6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탐정'의 세계에 깊이 빠져든건 중학교때였다. 막, 중학교 1학년이 됐을때 엄마를 졸라서 셜록 홈즈 시리즈 전편을 선물받았다. 야금야금 읽어야지...라고 생각했던 처음은, 책을 펼치자마자 저 멀리로 사라져버렸다. 셜록 홈즈에게 빠져들었고 그가 벌이는 수사에 매료되었다. 사건이 일어나고, 탐정에게 의뢰한다. 탐정은 의뢰인과 주변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범인을 밝혀낸다. 자신의 범죄를 철저히 은닉하려는 범인과, 그것을 세상 속으로 밝혀내려는 탐정의 대결은 매 권마다 손에 땀을 쥐게 했다. 

하라 료의 '내가 죽인 소녀'를 펼쳐들었을때, 중학교때 정신없이 읽어 내려가던 셜록 홈즈 전집이 생각났다.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 탐정의 세계가 새롭게 보이는 순간이였다. 의뢰인이 문 앞에 서자마자 모든 걸 단박에 알아맞히는 셜록 홈즈는 아니지만, 탐정 사와자키는 그 나름대로의 매력을 책 곳곳마다 드러내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그에게, 그리고 책 속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어느 평범한 날인줄 알았던 하루, 하지만 그 날은 사와자키에게 최악의 날이였다. 사건 의뢰를 받고 찾아간 어느 집에서 순식간에 유괴범으로 몰린 것. 그것은 사건의 시작이였다. 그는 유괴범의 지목으로 인해 돈가방을 전달하게 되고, 순식간의 소녀의 목숨을 좌지우지 하게 되는 중요한 인물이 되고 만다.

결국 몸값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고 협상은 결렬됐다. 그리고 사와자키는 처참히 죽은 소녀를 발견한다. 그 소녀는, 사와자키가 돈가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죽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사와자키는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사건에 깊숙이 관여하게 된 것이다.

사와자키는 탐정이다. 경찰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까지 침투할 수 있고,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그런 그의 신분을 이용해서 소녀를 납치하고 죽인 범인의 윤곽을 그려나간다. 그러면서 소녀의 주변 사람들에 대한 비밀이 하나둘씩 밝혀지고, 조금씩 조금씩 범인의 뒷모습을 밝혀내게 된다.

흔히 추리소설에서는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느라 정작 문체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하라 료의 책은 장면의 묘사와 문장 하나하나가 아름답게 느껴졌다. 추리소설인데, 문체가 아름답다니 아이러니한 표현일 수 있겠으나 한 편의 아름다운 소설을 읽는듯한 느낌을 받았으니, 역시 저 표현이 맞을 것이다.

또한 인간냄새 폴폴 풍기는 탐정 사와자키는 그만의 뚝심있는 역량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무능한 경찰을 비웃는 천재 탐정이 아닌, 그 역시 소녀의 죽음으로 가슴 아파하는 인간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더, 사와자키라는 인물에 빠져들었는지 모르겠다.

사건의 결말은 꽤 충격적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와 갈등이 등장하지만, 그런 결말은 사와자키가 아니면 밝혀내지 못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 탐정 사와자키와 하라 료에게 깊이 매료된 나는, 그의 처녀작을 읽어볼 생각이다. 더운 여름날 밤은 사와자키의 탐정 사무실을 두드리면서 순식간에 서늘해질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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