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잔의 차 - 히말라야 오지의 희망 이야기
그레그 모텐슨 외 지음, 사라 톰슨 개작, 김한청 옮김 / 다른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자네가 발티 족과 처음으로 차를 마신다면 자네는 이방인이네. 두 번째로 차를 마신다면 자네는 환대받는 손님이 된 거지. 세 번째로 차를 함께 마시면, 가족이 된 것이네. 그러면 우리는 자네를 위해 무슨 일이든, 죽음도 무릅쓰고 할 거라네."

코르페의 촌장 하지 알리는 그레그에게 이렇게 말한다. 책을 읽어 나갈때, 나는 저 문장에서 멈춰섰다. 마치 무언가에 얻어맞은 듯 했다. 책 제목이 뜻하는 '세 잔의 차'가 설명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을때,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k2봉에서 조난당해 우연히 코르페 마을로 오게 된 그레그. 그는 그곳에서 따뜻한 사람들과, 예쁜 눈망울을 가진 아이들을 만난다. 그때까지 그레그는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아주 조그만 공간밖에 알지 못했었다. k2봉도 여동생 그레타를 추모하기 위해 올랐다. 하지만 여동생을 추모하기 위해 오른 그곳에, 그레그의 인생 전부를 바칠 무언가를 찾게 될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민족, 성별, 나라가 다른 전혀 낯선 사람에게 세 잔째 차를 대접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생각해 보았다. 세 잔의 차에는 그런 의미가 들어있다. 코르페 마을은 모든 것이 다른 그레그에게 자신들의 친절을 보여줬고, 세 잔째 차를 대접했다. 그래서 그레그는 코르페 마을을 위해 무언가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처음에는 자신이 가진 이런저런 것을 나눠줬지만, 곧 아이들이 공부하는 학교에 눈을 돌린다.

비바람을 가려줄 지붕하나 없이 맨바닥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을 보자, 그레그는 이곳에 학교를 지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레그는 강인한 사람이였다. 자신의 결심을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녔고, 마침내 기적을 이뤄냈다. 자신을 후원해 줄 후원자를 만났고, 사람들이 보내주는 응원의 목소리도 들었다. 그렇게 그는 든든한 물자를 가지고 코르페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좋은 의도를 가졌다고 해서 모든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코르페에 학교를 짓기전에, 먼저 마을을 이어주는 다리 공사를 진행해야 했고, 다리 공사가 완료되자 이번에는 코르페로 들어오는 도로가 막혀서 무거운 짐을 사람들이 일일이 날라야 했다. 하지만 그레그는 코르페에 학교를 지었다! 그는 모두가 안 될 것이라고 했던 일을 해냈고, 희망이 없는 곳에 희망을 보여줬던 것이다.

탈레반 정권속에 여자 아이들은 교육 받을 기회를 박탈 당했고, 그레그는 갈 수록 위협과 협박에 설 곳에 좁아졌다. 하지만 그는 처음 자신이 보았던 아이들의 눈망울을 떠올렸다. 교육을 받고 달라진 여자 아이들과 마을을 보았다. 그래서 수많은 협박에도 불구하고 다시 파키스탄으로 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얼마나 행복하게 살아가는지 알지 못한는것 같다. 나만해도 그렇다. 늘 평범하고 평화로운 일상에 취해있어서 말도 되지 않는 불평만 늘어놓는게 하루의 일과였으니까. 하지만 지구 어딘가에는 전쟁으로 인해 하루하루 불안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고, 내가 편하게 마시는 물 한잔을 구하지 못해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눈을 돌려야 한다. 내가 속해있는 작고 작은 세계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있는 저 곳으로. 이 책은 나에게 눈을 돌리게 해줬다. 히말라야 오지의 무지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던 그들이, 나에게 '세 잔의 차'를 대접해주었던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